카트리나 피해 교민“다시 일어서자”재난 속 희망일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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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피해 교민“다시 일어서자”재난 속 희망일구기
  • 국민일보
  • 승인 2005.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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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5일 (월) 16:36 쿠키뉴스 카트리나 피해 교민“다시 일어서자”재난 속 희망일구기
[쿠키 사회]○…4일 저녁 8시(이하 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에서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한국인 40여명이 둘러앉아 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뉴올리언스 한인회가 둘로 쪼개져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나로 뭉칩시다. 어려울수록 힘을 합쳐야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존 한인회 두 곳 간부들이 함께 마주앉은 이 회의에서 이상호(70)씨가 공동 피해수습대책위원장으로 선출돼 향후 피해상황 파악과 복구작업 지원을 총괄키로 결정됐다.

사상 최악의 참사에 생지옥으로 변한 뉴올리언스의 한국인들이 “다시 일어서자”며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 피해수습대책위를 비롯한 한인 이재민들은 5일 참사 이후 처음 민간인 진입이 공식 허용되는 뉴올리언스로 돌아가 집과 점포의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복구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동포사회의 한인 이재민 돕기 모금운동에는 따뜻한 온정과 성금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뉴올리언스 인근 지역으로 분산된 한인 이재민 대피소마다 유학생 및 교포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잇따라 삶은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한인 이재민 120여명이 모여 임시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는 배톤루지 한인침례교회(담임목사 소재훈)는 이재민들이 재해보상금과 실업급여를 탈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꾸며주고 있다. 배톤루지의 한인침례교회,한인중앙교회,가톨릭 교우회,루이지애나주립대 한인학생회 등이 모여 한인재해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교포들의 기부금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한인 이재민은 누구나 식사와 거처를 제공받는다.

소 목사는 “충격과 실의에 빠져 있던 피해 한인들이 차츰 재기 의지를 되찾아 가고 있다”며 “이미 3일부터 물이 빠진 서쪽 케너 지역 교민들은 집과 가게 상태를 둘러보고 돌아왔고,아직 침수돼 있는 곳은 인터넷에 제공되는 위성사진으로 집과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 목사의 부인 권영숙(48)씨는 “케너에 다녀온 한국인 중에는 물에 젖은 카펫 등이 마르도록 밖에 널어놓고 온 사람도 있다”며 “일부는 청소를 시작하러 들어갔다가 집안이 온통 흙밭에다 곰팡이 투성이여서 포기하고 돌아왔는데 곧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학생회장 이태윤씨는 “이 일대 대피소에서 한국 학생 60여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개강한 뒤에도 두달 가량은 조를 짜 봉사팀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미한인회총연합회는 텍사스주 휴스턴에 임시 재해대책본부를 설립,성금 운동을 벌이며 이재민들에게 음식과 모포 등을 보내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한인회는 지난 1∼2일 이틀간 2만2000여달러를 모았고,댈러스한인회는 모금운동과 함께 담요 100장을 이미 지원했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의 유니언 푸드사는 컵라면 다섯 트럭(10만 달러 상당)을 피해지역에 직접 수송했다. 한인은행인 중앙은행은 성금 1만달러를 기탁했고,가주식품상협회도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회원들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여성경영자협회는 이재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모아 보낼 계획이다. 휴스턴한인회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재민에게 필요한 의약품 구입 방법 등 각종 정보와 이재민 명단을 시시각각 안내하고 있다. 김영만 총연합회장은 “수십년 피땀어린 이민생활의 결실이 모두 날아간 상황은 암담함 그 자체지만 우리 동포들은 한 데 뭉쳐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뉴올리언스 교민 2500여명 가운데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파견된 정부 신속대응팀은 한국인 희생자가 발견될 것으로 우려됐던 뉴올리언스 슬라이델과 미시시피주 빌럭시 현장 조사 결과 한인 희생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휴스턴 총영사관 신성기 영사는 “이 지역 한인들은 대부분 미리 대피했고,물이 허리까지만 차오른 곳이어서 잔류 교민 10여명도 모두 무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복구는 엄청난 인내와 체계적 지원이 요구되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뉴올리언스 서쪽 외곽 지역을 둘러본 유학생 이재민 박모씨는 “한인회장님이 운영하던 미용실도 철제 뒷문이 뜯긴 채 약탈당한 상태였고,내가 살던 아파트는 지붕이 날아가고 집안 곳곳에 밀려든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었다”며 “물이 완전히 빠지면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라고 말했다.배톤루지=노용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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