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선진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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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선진국의 꿈
  • 강성봉 편집위원장
  • 승인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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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선생은 백범일지 말미의 ‘나의 소원’이라는 장에서 독립국가로서 선생이 바라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난 달 중순께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주최로 민족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일본 학교 교장들을 초청해 우리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민족학급이란 학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 민족의 후예들을 대상으로 우리말 우리문화 우리 역사를 가르칠 수 있도록 설치된 일종의 특별활동 학급이다.

이번에 초청된 일본학교 교장들은 백제 무령왕릉, 불국사, 석굴암 등 경주 신라 유적, 독립기념관, 전후 귀국한 한국 남자들을 따라 나왔다 버림받은 일본 여인들이 할머니가 되어 살고 있는 나자레 요양원 등을 방문했다. 경주 민속공예촌에 있는 신라요라는 도요에서는 신라토기 제작체험도 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한반도의 미래와 재일동포교육’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도 했고 8월15일에는 광복60주년 기념식장에 참석해 기념식을 참관했다.

그 분들이 한국, 한국문화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보고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아 다소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말없이 인솔자를 따라 주는 그분들에게서 ‘일본의 힘이 이런 데서 나오는 거구나’라고 필자는 느꼈다.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본학교 교장들은 한국사회 한국문화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일본학교 교장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대단히 역동적이며 활력이 넘치는 나라였다. 문화유적이 잘 정비되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적절한 교육을 통해 후손들에게 잘 전달되는 나라였다.

일본의 역사유적지에는 문화를 해설해 주는 해설사가 보통 일본어, 영어 밖에 없는 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거의 모든 유적지에 우리말,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렇게 네 개 언어로 해설해 줄 문화해설사가 있다는 사실에 일본학교 교장단을 일본에서부터 인솔해온 한 재일동포는 매우 감탄스러워 했다.

떠나기 전날 저녁 만찬 때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교장선생 몇 분이 돌아가면서 얘기했다. 그 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유적지 어느 곳에 가든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가 함께 역사유적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런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교장선생 한분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그리고 한국이 이렇게 발전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 더욱 놀랐다.”

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찍이 백범이 꿈꾸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 문화선진국의 꿈이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 문화를 체험하고 돌아간 일본학교 교장선생들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민족에 대해 이해를 깊게 하고 나아가 민족학급에서 배우는 우리 동포의 후손들에 대해 좀 더 많은 배려를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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