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회항'의 이정훈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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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항'의 이정훈 기장
  • 연합뉴스
  • 승인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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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8 11:10 송고

"의식잃는다 보고 듣고 회항까지 딱 3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딱 3분이었어요. 어린이가 의식을 잃어간다는
최초 보고를 받고 기수를 틀기까지…"

지난 25일 어린 생명을 살리려고 항공유 73t을 공중에 쏟아붓고 긴급 회항한 대
한항공 KE017편 이정훈(49) 수석기장은 원주 상공에서의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
게 전했다.

이 기장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은 26일(현지시간) 인
천국제공항 복귀를 위해 호텔문을 나서며 미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초
보고를 받은 후 `기수를 틀면 탑승객 360명의 일정이 모두 엉클어지겠구나' 하는 생
각도 순간 스쳤지만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기장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동승
했던 의사의 최종 소견을 받은 후 회항을 위해 `북북서'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오후 3시18분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10분만에 엄마(33)와 함께 비행
기에 탄 어린이 승객 제시카 이(4.재미동포)양이 39도의 고열과 함께 의식이 혼미해
지는 `열성 경련' 증세를 보이자 항공유를 버리고 회항을 단행했다.

공군 출신으로 비행 경력 20년인 이 수석기장은 "수없이 긴박한 상황과 맞섰지
만 이같은 상황에서 회항하기는 처음"이라며 "400여 명에 가까운 탑승자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만큼 긴박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가장 고민이 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
았다.

이 수석기장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한 생명을 구한 데 대해 "저 말고 다른
조종사가 그 위치에 있어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맡은 바 역할을 한 만큼
특별히 칭찬 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조종사 파업 등으로 여론이 안 좋아졌지만 많은 분들이 조종사를 믿고 아
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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