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국적포기는 미국 정복 위한 전략?…국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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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국적포기는 미국 정복 위한 전략?…국민 분노
  • 데일리 서프라이즈
  • 승인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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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07-06 20:33]
1998년 새 국적법 공포로 국적이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만 17세 이상의 남자는 전체 국적 이탈자 수의 절반이 넘었다. ⓒ MBC 홈페이지.

“홍준표 의원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다니 정말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법이다. 얘들 목숨 책임도 못 지는 이 나라에서 뭐야. 사고 나는 군대에 자기 자식 보내라고 지금 법으로 규정하다니.....” (중앙일보 K모 이사)

“(나는) 국회의원이니까 아들을 더 훌륭하게 키워서 조국을 위해서 더 좋은 일을 하게끔, 공부시켜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지.” (정의화 3선 국회의원)

“옥석을 구별해야 한다. 나하고 아들하고 둘째 손자하고, 셋은 조국을 지킨다 이 말이야. 장남 너는 미국 가서 성공해서 미국 정복해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해.”(이만섭 전 국회의장)

“미국에서 공부 안한 사람들은 소위 말해서 콤플렉스 있다. (국적법 관련) 다수의 횡포에 의한 여론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내 최대 경제 단체 간부)

MBC ‘PD 수첩’이 5일 밤 공개한 고위층의 병역의무 기피 실태는 충격을 넘어 경악 그 자체였다. MBC는 ‘국적포기 25년, 병역 기피의 역사(연출 유해진 김재영)’를 통해 1980년대 초반부터 2004년까지 국적을 포기한 4500여명의 면면을 공개했다. 이들 속엔 대한민국을 주름잡았던 고위층 자제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특히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드러난 고위층들의 도덕불감증은 가히 상상의 수준을 넘었다. 해방 후부터 참여정부까지 권력과 돈을 이용해 ‘신의 아들’을 만들었던 이들 고위층들의 생활에는 이번 ‘김일병 총기난사’ 사건에서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절규와 고통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병역 기피와 이중국적으로 인한 특혜가 만연화된 고위층 생활 실태에 격노했다. 어떤 시청자는 이들 고위층은 이번 재외동포법 부결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중앙일보 이사 “‘홍준표법’은 나라 망치려고 만든 법”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국적포기자 면면을 추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PD수첩’은 이날 국적포기자 대상 범위를 해외여행과 유학이 자유화됐던 1980년대 초반까지 넓혀 조사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4년 11월11일까지 국적을 포기한 4500여명. 이 가운데 사회 고위층의 가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200여명에 이른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98년도 상황. 국적이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만 17세 이상의 남자는 전체 국적 이탈자 수의 절반이 넘었다.

이 같은 현상은 1998년 공포된 새로운 국적법 때문이다. 만 18세 이상의 남성은 군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것.

중앙일보 K모 이사의 아들도 당시 만 18세를 한 달 앞두고 국적을 이탈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부결된 재외동포법인 일명 ‘홍준표법’에 대해 “나라를 망치려고 작정한 법”이라며 “아이들 목숨도 책임지지 못하는 군대에 자기 자식 보내라고 법으로 규정하는 나라가 어딨냐”고 맹비판했다.

전 내무부장관인 오치성씨의 두 손자도 만 17세가 되던 해 국적을 이탈했다. 장군 출신인 오 전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가고 미국의 국민이 되면 안 가지. 어떻게 하나?”며 ‘자유판단’을 주장했다.

명문사립대인 연세대 이모 전 총장의 아들(연대 의과대학 학장)도 자신의 자식이 만 17세가 되자 국적을 이탈시켰다.

아버지가 사립대 총장이고 자신도 그 대학 학장으로 특혜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는 “국가가 발전하고 앞으로 잘 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국적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들의 국적 포기 이유를 밝혔다.

3선 중진의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 역시 국적 이탈 후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정 의원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군대 때문에 억지로 학업을 중간에 포기하고 군대 갈 수 없다”며 학기를 중단하고 군대를 가고 있는 한국 대학생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답변으로 변명했다.

실제 이번 GP 사고로 세상을 떠난 군인들은 모두 대학생으로 그 중에는 가난한 형편에 보탬이 되겠다고 휴학을 하고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입대한 경우도 있었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널려 있는 특권 계층에게 군대 문제는 굳이 거론하고 싶지 않고 거론할 필요도 없는 다른 세상의 문제였다. 그런 그들이 재외동포법 부결에 격분하는 국민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슬픈 현실이다.

유신·전두환·노태우 정권, 문민정부의 고위직 공무원 대다수

‘PD수첩’이 1980년대부터 2004년까지 입수한 총 4000여명의 국적포기자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 유신정권부터 전두환·노태우 정권, 문민정부의 고위직 공무원 대다수가 포함됐다.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의 경비원은 국적포기자들에 대해 “자기 나라 싫다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라 볼 수 없다”며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격분했다.

그러나 자신이 ‘모시고’ 있는 최 전 부총리에 대해서는 “세상사람 다 해도 그 양반은 그럴 분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최 전 부총리의 손자들도 국적 이탈자였다. 3공화국때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노태우 정권 때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그는 업무 능력에서 예리한 판단력으로 별명이 ‘면도칼’로 통했다. 그런 그이지만 손자문제에 대해서는 “애들 일인데 내가 뭘 이야기할 수 있냐”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나는 완전히 은퇴하고 조용히 쉬고 있으니까 나 때문에 고민할 것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최 부총리의 손자가 미국 국적을 택했던 날 8선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손자도 한국 국적을 이탈했다.

그는 “옥석을 구별해야 한다”며 차별화를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은 “나와 아들과 둘째 손자는 조국을 지키고 장손인 첫째 손자는 미국 가서 성공해서 미국을 정복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면 된다”고 변명했다.

PD수첩’이 국적포기자 호주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 정계, 학계, 경제계에 대다수가 포진해 있었다. 학계가 그중 많아 799명이었고 공무원이 363명, 경제계가 288명이었다.

먼저 정계를 살펴보면 반공이 국시였던 유신정권 시절 김종필 전 국무총리,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 장승태 전 체신부 장관을 들 수 있다.

국가안보를 유난히 강조한 신군부 정권에서는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장성 출신들 눈에 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인 전기환씨, 김경원 전 미주대사, 소준열 육군대장,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 오자복 육군대장(전 국방부장관), 안응모 전 내무부 장관, 정구영 전 검찰총장,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 이원조 전 은행감독원장(국회의원) 등이 있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고위공직자의 자손들도 합류했다. 정의화·김태환 한나라당 의원,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를 들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데 현직 국회의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은 2002년 외국 국적을 획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외국 군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상실하게 되어 있다”며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정 의원의 경우 법무부가 병역문제를 이유로 국적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아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2001년 국적을 이탈했다. 그 당시 그는 15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지역유세를 펼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자신은 국회의원이라는 특별 신분으로 더 잘 자식을 키울 수 있다며 아들 국적이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니까 아들을 더 훌륭하게 키워서 조국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게끔 공부시켜야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특권의식을 강조했다.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 전기환씨의 맏손자도 역시 2001년 국적을 이탈했다.

군인이자 대통령의 집안이면서 이탈한 연유에 대해 묻자 전기환씨의 며느리는 “대학을 가기 때문”이라며 “작은 아버지(전두환)가 그렇다고 조용히 살고 있는 우리를 왜 건드리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다른 사람과는 완전 다른 방법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석사 장교의 혜택을 본 것. 이들 ‘별들의 아들’은 2개월 전방 실습과 4개월 훈련으로 군 복무를 대체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극히 일부의 특수층 자제들이 병역 문제를 합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병역 기피나 다를 바가 없다”며 “전두환, 노태우의 아들들이 군대에 가야할 그 시기를 앞두고 이런 제도가 생겼고 그 아들들이 군대 마치고 난 다음 이 제도가 없어졌다는 게 너무나 코미디 같은 슬픈 현실이다”고 말했다.

군 출신들 “국적?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안보없이 민주화는 없다며 안보를 강조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손자 역시 외국 국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피해갔다.

그는 평소 “이 지구촌에 미국 같은 나라가 없을 때 지구촌 질서 다 무너진다”며 국방의 의무를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안보 없이 민주도 없다”며 “툭하면 민주화 운운하는데 나라 지킨 우리 영령들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서 민주화니 뭐니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민주화를 위한 국방의무를 강조한 바 있다.

언론계도 빠질 수 없다. 월간조선의 김 모 이사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을 마친 후 미국에 보낸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싫고 전교조 문제도 있어서”라며 “국가 문제, 병역 문제를 떠나서 건실한 민주시민으로 자라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 집안, 장성 출신의 자손들도 국적포기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장군 출신인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은 “얘기들이 하는 걸 어떻하냐”고 말하다 “대학 진학 학비 문제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국적 이탈자 대부분이 학비 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택했다는 주장. 그러나 사실과는 다르다. 이중국적과 상관없이 미국에서는 시민권만 있으면 학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클 커비 주한미국총영사는 “한국계 미국인든 다른 분류의 미국인이든 구분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다른 곳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 시민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육사 8기 출신이며 5·16 쿠데타의 주역이자 하나회의 대표였던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아들도 국적포기자다. 이에 대해 윤 전 사령관은 “세상이 이렇게 좁아졌는데 하면 어떻고 안하면 어떠냐”며 별 문제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GP 총기 사건에 대해서는 그는 “왜 모두들 위문하러 가는지 모르겠다”며 “미친놈이 저지른 단순 사고”라고 흥분했다.

국적법은 지금까지 몇 차례 개정됐다. 서민들이 사는데 바쁜 동안 부와 권력으로 시류의 흐름을 간파해내는 부모들만이 신의 아들로 만들 수 있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은 “군대에 대해 집요하게 안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국적을 파는 것”이라며 “군대 갈 나이쯤 돼서 알아보면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작정했거나 자연스럽게 그런 생활 방식이 자리 잡아 있는 것이다.

기업계 출신을 살펴보면 국내 상장기업들의 전·현직 임원들 수는 헤아리기 힘들다. 5대 기업(이사급)으로 삼성 27명, LG 11명, 대우 10명, 현대 9명, SK 7명으로 나타났다.

CEO 역시 다수 포함돼 있어 B건영 회장, H제약 회장, S사 회장, P자동차 사장, H약품 회장, D자동차판매 사장 등 총 288명이 드러났다.

국내 최대 경제 단체인 김모 상무의 아들도 국적을 이탈하고 미국 유학 중이다. 그가 둘러대는 이유는 가관이다. 김 상무는 “미국에서 공부 안한 사람들은 소위 말해서 콤플렉스 있다”며 “여론이라는 것이 다수의 횡포에 의한 여론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이번 재외동포법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를 해석했다.

국적이탈자의 역사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서울대 출신들이 월등이 많다는 것이다.

국적이탈자의 아버지 출신학교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가 560명으로 45.8%로 반수를 점했고 연세대 145명으로 11.8%, 고려대 84명으로 6.8%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소위 지식인들은 별로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한다.

PD수첩 취재진이 중앙일보 K모 이사에게 “공부도 많이 하고 서울대까지 나오는 분들에게는 사회가 좀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누가요?”라고 되물으며 “사회에서 요구한 적은 없는데…”라고 답했다. 여론을 주도한다는 언론사의 간부 직원의 답변이다.

“최상의 조건에서 기회 포착하겠다는 이기심 극캇

소위 여론을 주도한다는 지식인층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학계는 정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적 이탈자 호주의 직업 중 단연 1위는 학계였다. 국공립 255명, 사립대 544명으로 전체 799명으로 2위 공무원 363명을 두 배 이상으로 월등히 따돌렸다.

이들 부모의 대부분은 미국 유학 중 아이들을 나았고 그들에게 미국생활과 유학의 경험을 고스란히 대물림했지만 군 병역만은 물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학계층 대다수는 여론을 주무르다 단번에 고위공직자로 올라가 정부 정책에 관여한다.

Y 대학 교수는 “나라를 위해 군대를 가면 3년이라는 시간적인 손해뿐 아니라 3년을 다시 리바이벌하기 위해 6년을 소비하게 된다”고 군대 기피 이유를 밝혔다. 누구의 아들들만 엘리트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대단히 자위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학계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박상기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더 배우고 더 잘살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분들이 사회에 대해 치러야 할 의무감에 대해 무감각하다”며 “최상의 조건에서의 기회 포착하겠다는 이기심이 발동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집단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이지만 정작 심각한 국방의무 기피에 대한 자신들의 문제는 공론화하고 있지 않다. 서로 쉬쉬하면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이런 교수 집단들에게 여론을 이끄는 지식인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의문이 든다고 PD수첩은 꼬집었다.

국적포기자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아이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며 외국에서 정착해 살 수 있는 전공을 택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성장해서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까.

PD수첩이 추적한 결과 현재 1만6400여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국내 체류 중이다. 그들은 모두 한국기업과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며 아무런 불편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박상기 연대 법학과 교수는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 미국 시민이 돼서 결국 미국 국기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지만 그 사람들의 주 무대는 미국 사회가 아니라 한국사회”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향후 “그들이 유창한 영어실력과 학력으로 한국 사회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고 김윤환 전 의원의 동생으로 17대 처음 입성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의 장남은 미국 체류 중 징병 검사를 연기하다 시민권을 얻어 국적을 상실했다. 그는 현재 BMW를 타고 다니며 모 기업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의원측은 이러한 내용을 취재하는 PD수첩을 향해 “우리 의사없이 밀어붙인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괜히 우발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국내거주 미국시민권자, 온갖 특혜

국적 이탈 후 한국에 있는 미국 시민권자들의 미국의 보호아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미국 대사관에서 보호해주기 위해 나오며 전쟁 같은 유사시 안전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마이클 커비 주한미국총영사는 “전쟁이 나면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력을 통해서 시민들이 한국을 떠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며 “시민들을 남쪽으로 대피시킨 후 배나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용산미군기지로 모여든 미국시민권자의 절반은 한국인이었다. 마이클 커비 영사는 “우리는 미국 시민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조사할 뿐 아니라 대사관에 등록하도록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연락이 가능하다”고 위기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온갖 특혜로 지난 2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17세 이하의 남자는 1821명인 반면 미국 국적 포기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미국 시민권은 여전히 행운의 열쇠이다.

대학도 영어 특기자로 명문대에 특례 입학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한국계 미국시민권자들은 국내 체류와 취업에 거의 불편함이 없다. 신고를 하고 거소증만 받으면 내국인과 동등한 자격이 된다. 중국 동포들과는 판이한 대우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중국동포들은 “대부분 옛날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 중국으로 이주해간 사람들의 자손들”로 “그 사람들은 아직까지 F-4비자를 받지 못해 지금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스스로 국적 포기했던 소위 재미동포들은 스스로 국적을 포기했는데도 지금 한국에 와서 거소신고만 하면 언제든지 F-4 비자를 받고 모든 면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며 그는 “중대한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시민권자들은 부동산 매매 등 경제활동에서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으며 내국인과 똑같은 보험 급여를 받는다. 별다른 투자 등록 절차 없이 주식 취득도 가능하다. 재산 상속과 증여에서도 하등이 차이가 없다.

사실 국적법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은 허점을 이용해 한국국적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17세가 되어 군대 가는 시점이 되면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국과 미국 두 종류의 여권을 활용해 감시를 피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 들어올 때는 미국 여권을 사용하면 병무청에서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이민법전문 변호사도 “(국적법)이 자주 바뀌니까 (국적)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6·25, 베트남전 참전한 고위층 하나 없어

2005년 6월 29일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부결됐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엄청났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별로 국민감정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공동 발의해놓고 정작 표결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이상한’ 의원들이 등장했는데 홍준표 의원은 “자기가 발의한 법안을 반대하거나 기권하는 예는 내가 15대부터 봐도 내가 처음 봤다”며 기막힘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공동발의자이면서 반대표를 던졌던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욕까지 써가며 홍 의원을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후배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그딴식으로 그러면 안 된다. X새끼가 말이야”라며 ‘법안을 반대하면 통보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국민들의 폭발적 관심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무관심했다는 증거이다.

이같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적인 것은 그동안 지도층이 보여온 행태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에 의해 베트남전에 보낸 참전군인의 수는 무려 32만명이었지만 모두 힘없고 돈없는 부모의 아들들이었다.

파월군인인 모행원 씨는 “집안에 삼촌이나 작은 아버지 중에 장관이나 국회의원 있으면 그 사람들 얘기하라고 그랬다”며 출신성분을 따졌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같은 파월군인출신인 장명철 씨도 “국졸, 중졸이 대부분, 어쩌다 고졸 있었다”며 “전문대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부는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것이다. 그러다 베트남에서 전사한 군인들도 많았다.

표명렬 군사평론가(예비역준장)는 “월남에서 전사한 병사들이 4960명으로 약 5000명이 전사했다”며 “그중에 장군 아들,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 기업체중견, 회사 사장 아들, 대기업 임원 아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민족 대전쟁이었던 6·25 한국전쟁에서조차 고위층의 행태는 똑같다. 미군도 참전해 전사했던 한국 전쟁에서 한국의 고위층들은 싹 빠졌다.

조영갑 국방대 교수는 “미 8군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 같은 사람은 자기 아들이 6·25전쟁에 공군 대위로 참전해 여기서 전사했다”며 “그런가 하면 그 당시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는 육군소령으로서 그 아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그 당시에 한국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의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던 사람의 자제들이 6·25전쟁에 전사했느냐는 자료를 찾아보기 대단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국적법 등 병역 기피자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부모에 대한 공직 취임 제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참여정부의 인사 기준에는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없어 출범 초부터 도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박상기 교수는 “그런 배경 가지 사람들이 한국 사회 지도적 역할 수행하게 되면 역시 그러한 배경 가진 사람들을 또 후속세대로 받아들이고 이렇게 해서 서로가 하나의 어떤 집단적인 하나의 공동체를 이룰 수도 있다”며 “그것이 하나의 특권 계층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도 “병역, 이중국적, 성실한 세금의 납부 등은 상징적인 것으로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며 능력과 도덕적 기준을 구분하려고 하는 참여정부의 인사를 비판했다.

그는 “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의 확인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일반 국민들이 누구나 다 공감하는 병역의 문제에서, 자녀의 문제에서 세금의 문제에서 얼마나 떳떳한갚라며 “그것으로 해당 공직자 신뢰하고 나아가 정부를 신뢰한다”고 충고했다.

박주현 전 청와대국민참여수석도 “참여정부공직자 인사가 도덕성에 둔감하다”며 “경각심 갖지 않으면 세계화 물결과 혼동이 돼서 ‘국적 뛰어 넘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일반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일성

1980년부터 2004년까지 입수한 총 4000여명의 국적포기자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 유신정권부터 5·6공화국, 문민정부의 고위직 공무원 대다수가 포함됐다. ⓒ MBC 홈페이지.

여론을 주도하는 소위 ‘지식인’이라는 언론계의 실상도 심각하다. 중앙일보 이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월간조선 이사, 문화방송 부국장 등 고위 간부들이 포함돼 있다. ⓒ MBC 홈페이지.

5대 기업(이사급)의 국적포기자 수는 삼성 27명, LG 11명, 대우 10명, 현대 9명, SK 7명으로 나타났다. ⓒ MBC 홈페이지.

서울대 출신들이 월등이 많아 560명으로 45.8%로 반수를 점했다. ⓒ M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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