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광일 신경정신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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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김광일 신경정신과 박사
  • 김원제
  • 승인 200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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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정신질환 문화충돌서 온다”

국외 생활에서 받는 문화적 차이와 스트레스, 보다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국외에서 생활하는 교포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고민이다. 이미 14년 전, 같은 문제의식으로 재외동포들의 고충을 직접 취재해가며 논문을 쓴 신경정신과 의사가 있다.


1991년 ‘해외동포의 문화적응과 정신건강’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김광일(71) 박사가 그 주인공. 그는 3개월 동안 일본, 하와이, 캐나다, 미국 등지의 교포를 만나가며 지구촌의 한국인이 겪는 정신질환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재외동포’ ‘문화적응’ ‘정신건강’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함께 아우른 국내 논문은 반세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논문이 유일한 형편. 재외동포의 현지적응 문제는 국내 학계에서도 제자리를 잡지 못한 이슈일 뿐이었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논문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박사 역시 어린 시절부터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해야 했던 ‘이방인’ 경험을 갖고 있다.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 몽골로 건너갔어요. 러시아 사람 집에 세 들어 살았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초등학교 때는 중국으로 이사 가서 일본인 학교에 다녔죠.”

그는 다시 중학교 시절을 공산화가 된 북한의 평양에서 보냈고, 부산으로 피난 와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격변하는 근현대사 속의 그에게 학창시절은 줄곧 ‘떠돎’과 ‘적응’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가 살펴 본 해외동포의 정신건강에는 남다른 애정과 이해가 스며있다.
“조사를 해보니 미국 내 이민자 민족 가운데 한국인의 이혼율이 높은 편이더군요. 한국에서는 남편이 우월적인 지위였지만 미국에서는 생활력 강한 아내들이 전권을 쥐기 때문이죠. 우리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미국사회에서 부딪힌 경우라고 봅니다.”

그는 이민자가 겪는 갈등을 크게 부부간의 문제, 부모-자녀의 문제, 노인의 문제로 나누고 그 가운데서 부부 간의 갈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당시 통계로 보면 LA는 한인 여성취업률이 67.9%, 시카고는 74.8%더군요. 경제권이 부부 공동의 것이 되면 집안일도 나눠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거든요. 부부간의 갈등은 우울증, 폭음,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이민 초기, 고학력자일수록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이민자의 경우 한국인의 문화적응은 가장 성공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민국의 문화에 아예 흡수되는 ‘동화’현상이 있고, 반대로 별개의 문화로 격리시켜 생각하는 ‘분리’가 있습니다. 또 이도저도 아닌 ‘문화해체’ 현상을 보이는 이민자가 있어요. 한국인의 경우 아주 독특한 ‘통합’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박사는 여기에 정부의 무관심이 재외동포의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찾아오면 태극기 들고 맞이하는 역할로 이용했고 아니면 한 번씩 잔치 벌인다고 한국에 초청하면서 생색내는 데만 동원했죠. 생각해 보세요. 세계 각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바로 대한민국의 자원이에요. 한국정부가 그걸 안다면 재외동포들을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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