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동포 작가 이창래씨 3번째 소설 '가족' 들고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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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동포 작가 이창래씨 3번째 소설 '가족' 들고 한국에
  • 중앙일보
  • 승인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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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준봉.최정동]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교포 소설가 이창래(40)씨가 자신의 세번째 장편소설 『가족』(랜덤하우스중앙·전 2권)을 들고 한국에 왔다. 이씨는 1995년과 99년에 각각 발표한 『네이티브 스피커』『제스처 라이프』 등 단 두 권의 장편소설로 미국내 각종 문학상을 휩쓴데 이어 2002년 프린스턴대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로 임용되는 등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새 작품 『가족』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인 제리 배틀 일가의 이야기다. 제리의 부인은 사고인지 자살인지 분명치 않은 이유로 죽었고, 아들 잭의 사업은 서서히 기울고 딸 테레사는 중병에 걸려 결국 죽는다. 문제 없어 보이던 삶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자 제리가 기댈 곳은 결국 남은 가족 뿐이다. 이전 작품들이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이민자들의 정체성 혼란을 그린 데 반해 이번 작품의 제리 일가는 비록 앵글로색슨계는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주류에 편입된 계층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27일 오후 한국의 여성 소설가 강영숙(39).천운영(34)씨가 이씨를 만나 작품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유니버시티 오브 플로리다 박사학위 논문에서 이씨의 작품을 분석한 영문학자 황보경씨도 함께 했다. 네 사람의 방담을 정리했다. 강영숙=혹시 알고 있는 한국 작가가 있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읽어봤나. 이창래=안정효씨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다른 분들의 작품도 읽어봤는데 대부분 돌아가신 분들이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 작품이 번역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극이다. 황보경=아마 한국 출판사의 마케팅 역량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천운영=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 번역에 나서야 할 것 같다. 이=아마 나같은 사람이 적격일 텐데, 그러나 나는 내 작품을 써야 한다. 내 작품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장편 한 편 쓰는데 2년에서 3년 정도 걸린다. 황=이전 두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아니다. 두 작품 이후 당신이 거둔 성공이 작품에 변화를 가져왔나. 이=그렇지 않다. 내 지위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것이든 편하게 쓰게 됐다. 예전에는 사회 아웃사이더들의 정체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강=이전 두 작품의 화두는 주류 사회 편입이었다. 이번 작품은 풍요로운 사회 미국에서 사람들간의 관계의 어긋남 같은 것을 풍요로운 문체로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다민족 사회 미국에서 한 사람이 완전히 주류로 편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제리는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일정 정도 차별도 받고 있다. 단일 민족인 나라에서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지난해 12월 나는 처음 하와이에 갔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직 가족들이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을 하와이에서 느꼈었다. 이번에는 내가 묻고 싶다. 요즘 한국 작가들은 뭐에 대해 써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나.
천=단골 소재였던 역사적 부채나 가부장적인 속박 등에서는 벗어났다. 나는 죽음과 욕망에 관해 관심이 많다.

강=한국 사회 내부의 소외나 빈부 갈등 같은 문제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황=소설은 메시지로 환원할 수 없다. 당신 작품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이=대중적인 인기는 없다. 아마 내 책을 읽다보면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문체에 공을 들인다. 때문에 내 작품의 가장 열정적인 독자는 시인들이다.

천=좋은 작품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나.

이=개인적이고 사적인 열정을 독특하게 전달해야 한다.

천=영향 받은 작가와 좋아하는 작가는.

이=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을 받았다. 헤밍웨이나 현대작가인 존 디릴로의 작품을 좋아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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