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40번지 사람들을 아시나요'
상태바
'교토 40번지 사람들을 아시나요'
  • 미디어 다음
  • 승인 2005.03.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 상흔을 짊어진 채 사는 사람들’ 사진전 열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을 맞은 지 올해로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거의 굴레를 시원하게 벗어 던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및 원폭의 피해를 몸과 마음의 한 구석에 원죄처럼 짊어지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정 갈망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흔적으로부터 완전한 탈출, 자유가 아닐까.

종군위안부와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교토의 강제 징용피해자 거주 빈민촌 등 여전히 청산이 안 된 과거를 추적해온 작가 신동필씨의 사진전 ‘자유’가 29일부터 열린다.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등 과거사를 애써 외면하고 왜곡하는 분위기에서 일본의 비양심을 비롯해 한·일 관계 등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자리다.

포토에세이슬라이드 보기
정지 빠르게 보통 느리게 교토 40번지 - 1
교토라는 관광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빈민촌이기에 현재는 거의 철거된 교토 40번지. 그곳에는 일제 강점기에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징용됐던 재일동포 1세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사진 속 윤상현씨는 한 겨울 난방도 없이 방에서 간단히 취사를 해결하면서 가끔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듯 동네 주변을 쓸쓸히 떠돌아 다녔다. 그는 84세를 일기로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교토 40번지 - 1
교토 40번지 - 2
원폭피해자 - 1
원폭피해자 - 2
수요집회 500회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지난 십 여년 이상 추적해온 과거에서 소외된 삶들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 징용돼 원폭 피해까지 안은 채 가난과 질병, 차별 속에서 비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교토 40번지 노인들, 종군 위안부들의 수요집회 등 한 맺힌 절규, 경남 합천 등지에 모여 살고 있는 원폭 피해자들의 뼈에 사무친 사연들이 그것들이다. 숱한 사연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 작가는 일본과 중국을 제 집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특히 일부 전시 작품들은 대형 사진 프린트로 꾸며지고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소개될 예정이어서 관람객들에게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줄 전망이다.

작가 신씨는 “자유를 억압해 이익을 누리는 국가나 권력에 반해 자유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 이번 사진전이다”라며 “이들을 찍기 시작한 이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그는 “적어도 일제 강점기의 피해를 입은 그 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그 분들의 아픈 모습을 더 이상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02-995-0995) 전시실에서 4월 10일까지 열린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