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땅 … 재일국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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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우리땅 … 재일국민은?
  • 미디어오늘
  • 승인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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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그녀는 재일동포 3세다. 더 정확히는 재일국민 3세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으므로. 재일동포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국민과 그렇지 않고 일본에서 ‘조선’이라는 기호로 표기되는 무국적자 둘로 나눠진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재일동포가 이른바 ‘민단’ 소속의 재일동포들이고 ‘조선’인들이 말하자면 조총련계이다.

   꿈이 꺾인 한 재일동포 3세의 귀일(歸日)

이상은, 그녀가 고국에 온 것은 1999년. 1년의 어학과정을 거쳐 고려대 사범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그녀가 고국의 대학을 찾은 것은 그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재일동포 2세인 그의 부친은 같은 대학 71학번이다. “마음 한구석이 횅하니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의 정체를 찾아, 조국의 땅과 사람들에 대한 갈망으로 70년대 초반 그 고난의 시대를 한국에서 살았다. 이상은은 그의 막내 딸이다. 그의 첫째 딸도 역시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3부녀가 대학 동창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꿈꿨다. 직업을 갖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했다. 대학 때 만난 벗들이 있는 바로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남자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의 벽은 조국에서도 여전했다. 더 아픈 비수 같은 차별이었다. 차별받지 말아야 할 곳에서의 차별이었다.

그녀는 아예 교원임용고사를 볼 수 없었다.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4학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뒤늦게 알게 됐다. 4년을 준비해온 그의 꿈이 일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사립학교 교사가 되는 길은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그에게 너무 좁았다.

그녀는 한달 전 쯤 일본으로 돌아갔다. 전셋방을 빼고 짐을 챙긴 ‘귀국’이었다. 그는 ‘잠시’ 간다고 했다. 편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학까지 마친 상태에서 더 이상 부모에게 손을 벌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일본어학과’로의 편입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본에서 자라고, 일본어를 잘 하는 만큼 ‘일본어’ 교과라면 사립학교 교사로 임용되는 데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녀의 ‘귀국’이 잠시일 것 같지는 않다. 그녀를 귀국시킨 것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그녀의 귀국을 앞두고 통음했다. “어찌, 이 나라가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일본에서의 차별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찌 조국이 이렇게 차별할 수 있느냐는 분노였다. 기껏 조국에 보냈는데 교사를 하기 위해 다시 ‘일본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딸내미가 받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이 무슨 업보인가?

   지뢰같은 조국의 차별

조국의 차별은 곳곳에 지뢰처럼 펼쳐 있다. 그녀는 주민등록을 할 수 없었다. 왜냐고 물었다. 해외이주자이기 때문에 해외이주를 포기해야만 주민등록이 가능하다는 것이 행정자치부의 답변이었다. 해외이주를 한 적도 없는데, 웬 해외이주자?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어 자동 해외이주자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영주권, 캐나다 영주권을 갖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일단 주민등록이 돼 있으니까. 부모가 재일동포인 것이 죄라면 죄다.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녀는 그래서 그 흔한 이메일 하나 만들지 못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므로. 의료보험도 안됐다. 대통령 선거 때나 지방자치 선거 때 선거권이 없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OECD 대다수 국가들은 해외 거주 자국민들에게 부재자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영주권자 비영주권자를 가리는 것은 국민의 권리와는 무관하다.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전쟁중인 이라크까지도 지난 총선 때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모두 투표권을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거주민의 자격으로 지방자치 주민투표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일국민들은 대한민국에 아무리 오래 거주해도 선거권이 없다. 왜? 외국인이 아니라 재일국민이니까.

올해는 해방 60주년. 해방동이가 환갑이 되는 나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런데 재일국민이 우리 국민이라는 목소리는 없다. 재일국민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 재일국민에 대한 조국의 차별은 해방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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