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한국어 가르치는 日공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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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째 한국어 가르치는 日공립고
  • 연합뉴스
  • 승인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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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부분의 공립고등학교가 한국어를 제2 외국어 가운데 선택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효고(兵庫)현 나가타(長田)구 소재 미나토가와(湊川)공립고등학교(교장 히라노 요시지)는 한국어가 필수과목이다.

이 학교는 1973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과목을 개설했고, 32년째 수업을 계속하고 있는 유일한 학교이다.

8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기관지 민단신문에 따르면 미나토가와고교는 2학년과 3학년은 1주일에 각 2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졸업반인 4학년은 선택과목이다.

현재 수업은 한국어과 주임을 맡고 있는 재일동포 2세 방정웅(53) 교사와 시간강사 류정숙 교사가 맡고 있다. 방 교사는 다문화 공생을 테마로 하는 '이타미(伊丹) 마당'의 실행위원회 대표이기도 하다.

이 학교에 1985년 한국어 선생으로 부임해 1992년 교직면허를 취득한 방 교사는 수업의 일종으로 한국영화 비디오를 보거나 학생들과 함께 부침개를 만들기도 한다.

방 교사는 "초등학교 때 마을에서 한복을 입은 할머니를 보면 전신주 뒤에 숨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학생들 가운데는 재일동포 3세도 있다. 교실에서는 대부분 일본 이름을 사용하지만 출신을 숨기지는 않는다.

이 고등학교가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 것은 인권 교육을 위해서다. 개설 당시 한국어는 시인인 김시종 교사가 맡았다.

당시 학생들은 "필요없는 한국어를 조선인한테 배우고, 듣지 않으면 졸업도 할 수 없는 것이 이상하다. 도대체 알 수 없는 한국어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정말 우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이 학교 졸업생 가운데 사에키 도모꼬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영남대학에서 실시하는'문화유산 외국어 해설능력 배양사업' 교육 대상자로 선정돼 유학하고 있다.

방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로 사회에 진출, 남북한 사람을 만나 어떠한 편견도 없이 솔직하게 접해갈 수 있게 되었을 때 한국어 수업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내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도입하는 고등학교는 작년 5월 현재 247개교, 이수 학생은 6천9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2 외국어 가운데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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