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국회의장등 '외교빙자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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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 국회의장등 '외교빙자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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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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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기고] 멕시코 국제휴양지 '칸쿤' 최고급호텔서 사흘간 관광

2005-03-07 오후 1:54:23

해외순방중인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멕시코 카리브해의 최고급 해변휴양지에서 특별한 공식일정도 없이 3일간 머물면서 관광을 즐겨 현지 교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현지언론인의 기고가 7일 <프레시안 designtimesp=2860>에 들어왔다. 다음은 현지 프리랜서인 박정훈씨 기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 [김의장 반론] "김의장 칸쿤 휴식, 다른 시각서 봐야" 


김원기 의장 등, 국민혈세로 칸쿤서 3일간 관광

김원기 국회의장을 대표로 여야의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멕시코 방문단이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2월25일(현지시간).

이들은 1주일간 한인후예들이 대거 거주하는 멕시코 남동부의 유카탄 주를 방문해 파트리시오 호세 파트론 주지사와 면담을 갖고 유카탄 한인들의 독립운동의 자취를 간직하고 있는 국민회관 복원행사, 이민 100주년 공식기념식 등에 참가했으며 비센테 폭스 대통령, 페르난데스 데 세바요스 상원 의장, 바스케스 라냐 멕시코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등을 면담했다.

하지만 이들은 3월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별다른 일정 없이 '인근지역 시찰'이라는 구실로 매년 4백만명이 다녀가는 멕시코 최대 휴양지 칸쿤의 고급호텔 '피에스타 아메리카나 콘테사'에 머물며 관광을 즐긴 뒤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방문단을 수행한 한 관계자는 "(칸쿤에 머물며 행한) 구체적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국회의원들과 공식수행원들이 칸쿤에 머물며 주변 유적지를 탐방하고 관광을 즐겼다"고 시인했다.

이번 방문단에 민간경제협력단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경제단체, 민간기업관계자들은 국회예산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고 감사하는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공식수행원들의 경비는 전액 국가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이들이 3일간 멕시코 제일의 해변휴양지에 머물면서 인근 유적지를 탐방한 예산도 전액 국가예산에서 지출됐다.

멕시코 방문단엔 김 국회의장 내외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정덕구의원과 박영선 의원, 한나라당의 임태희, 공성진 의원,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덕배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비롯한 9명의 수행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대한상의,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서부발전(주) 등 경제단체,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민간경제협력단의 일원으로 동참하고 있다.

"비용 절약하는 '의원외교의 전형'"?

이같은 행태는 김 의장이 출국 직전 밝혔던 '의원 외교활동 내실화' 방침을 스스로 어겼다는 점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멕시코로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달 18일, 김원기 국회의장은 57년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재외공관장들을 모두 초청한 자리에서 "국회가 의원외교활동의 확대와 내실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 자리에서 김 의장은 정부와 국회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해 문제해결에 나서는 현안대응외교, 모든 계획과 일정을 공개하는 투명하고 검증 받는 외교, 의원 외교 친선협회 활동에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전문성을 갖춘 외교 등 의원외교의 강화방향을 제시했다.

즉 이같은 새로운 외교방향의 첫 번째 실험무대가 이번 멕시코 방문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 공보수석실은 출국 전 "의원들 전원이 일등석을 이용했던 종전과 달리 전원 2등석 항공기를 이용하고 공식수행원들도 호텔 방을 2인1실로 쓸 것"이라면서 "비용을 절약하고 내실을 갖춘 '의원외교의 전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 같으면 스캔들 될 일"

국회의장과 의원들의 '외교를 빙자한 관광' 소식을 접한 멕시코 현지 교민들과 국내 시민단체의 반응도 싸늘했다.

한 교민은 "'멕시코에 국회의원들이 오면 한번씩 칸쿤으로 놀러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의원외교의 새로운 전형 운운하지만 그같은 구태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혀를 찼다.

현지 유학생으로 체류하고 있는 다른 교민은 "독일에서는 공무집행으로 얻은 항공사 마일리지를 사적인 용도로 썼다며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시자 의원직을 사퇴했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공공예산을 함부로 남용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멕시코 현지의 일본 언론 관계자도 "공식일정을 핑계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도 있을 수 없지만 그 비용을 국가예산에서 조달하는 것은 큰 스캔들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이지현 간사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활동은 공무임에 틀림없는데 '나간 김에 쉬고 휴양도 하고 온다'는 식의 사고가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국외활동시 제출하는 사전 계획서는 현지사정상 변경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두루뭉술하고, 결과 보고서도 성과위주로 작성되기 때문에 실제 활동에 대한 평가가 어려운 점도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박정훈씨는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에 체류하며 국내 언론에 활발한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문 프리랜서다.


박정훈/라틴아메리카 전문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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