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숲 걷기와 노래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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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숲 걷기와 노래 한 자락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1.08.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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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저는 요즘 숲을 자주 걷습니다. 숲은 사람에게 특별한 힘을 줍니다. 그런 느낌을 몸으로 만납니다. 어릴 때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이 말은 우리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이 많으니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산이 많은 척박한 환경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민족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도 자주 언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산은 극복의 상징이었습니다.

산이 많았지만 나무는 많지 않았습니다. 벌거숭이산이라든가 민둥산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단어일 것입니다. 나무가 연료이던 시절에 산의 나무들은 남아나지가 않았습니다. 당장의 추위를 해결해야 했고, 밥을 지어야 했기에 산의 나무를 가꾸고 돌볼 마음이 생기기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식목일은 그런 시절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식목일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나무를 심었습니다. 여기저기에 기념식수가 많아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식목일은 그런 추억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산마다 푸릅니다. 그간의 정성이 이제는 울창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나무가 숲이 되었습니다. 
 
국토의 70%가 숲이라는 말이 이제는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산이기에 더 이상 무모한 개발이 힘듭니다. 더 이상 나무 연료가 필요하지 않기에 산은 점점 더 푸른 공간이 됩니다. 맑은 공기와 나무의 푸름은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이제 거의 모든 산마다 걷는 길이 생겼습니다. 둘레길이나 올레길, 걷는 길, 숲길 등으로 이름은 다양하지만 모두 귀한 곳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숲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걷기는 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마음을 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아보고, 달래줍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걷기가 참 좋습니다. 특히 숲길은 그대로 치유입니다. 치유의 숲,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은 과장이 아닙니다. 느끼면 느낄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생명의 신비와 치유의 기적을 체험하게 됩니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걷기 위한 신발과 옷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평상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걷는 일에는 내 몸과 마음의 자세만 필요할 뿐입니다. 자연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겁니다. 문득 세상이 고맙다는 것을 느끼는 겁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오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걷기는 내 몸 하나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른 장비가 필요한 운동이 아니기에 언제라도 마음을 먹으면 떠날 수 있습니다. 한걸음 디디면 한걸음만큼 내 머리가 맑아집니다.

걷기는 노래와 닮았습니다. 악기를 배우면서 많은 즐거움이 있습니다만 악기 없이는 연주할 수 없음에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 전통 악기를 배울 때도 그렇습니다. 휴대가 가능한 악기가 많지만 그래도 불편한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민요는 내 몸이 악기여서 그저 어느 때고 내 마음을 담으면 됩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숲에서 민요를 불러봅니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부르며 걷는 숲길이 참 좋네요. 내 여린 감정이 그대로 따라옵니다. 내 몸이 고맙습니다. 내 소리가 고맙습니다. 

우울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편안한 장소를 상상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바닷가나 숲속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직접 숲길이나 해변을 걷는 건 어떨까요? 걸으며 나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면 내 몸과 내 속의 감정이 나를 다시 위로해 줄 겁니다. 숲의 기억은 그대로 치유의 기억입니다. 숲길은 걷는 것도 좋지만 마음이 가라앉을 때 떠올리는 곳이어서 더 좋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숲길을 걷는 상상을 합니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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