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의 정체성 확립과 문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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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의 정체성 확립과 문학의 역할
  • 이민호
  • 승인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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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는 정체성 확립에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매년 9천명씩 귀화자가 생겨나고 있고, 이같은 흐름에 맞춰 민단은 귀화자도 우리동포로 보고 공생할 길을 모색중이다.
어느 유력 在日기업가가 민족과 국적은 다르니 귀화하라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귀화하더라도 민족을 잊지 않고 조국과 일본 양쪽에 적합한 존재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힘이 없는 보통 동포가 귀화할 경우에는 동화될 수 밖에 없는 일본사회의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과거 식민지 시대 우리 부모와 자신들은 일본국적을 강요받아 亡國국민으로서 비극적 운명을 맛본바 있다. 이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재일동포는 재일코리안의 삶을 개척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리획득운동인 지방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귀화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의 이 우아한 초대장은 재일동포들에게 귀화하라 동화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5년전에 조선적에서 한국적을 취득하면서 '나도 이제 조국에서 선거할 수 있구나'설렌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투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매우 참담한 감정을 느꼈다. 일본에 의한 차별에는 익숙했지만 정작 조국에 의한 정치적 차별을 받고 참으로 놀랬다. 한국정부가 참정권을 보장하고 재외동포 600만명을 대상으로하는 국가기관을 만들어 내외동포가 동포액적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는 한국문학은 범민족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00만 재외동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학이 아니면 민족의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고. 72년 한국을 공식방문했을 때 나는 '북이든 남이든 내 조국'이라는 신념을 고백했고, 이같은 입장에서 35년간 문학생활을 해왔다.
재일 문학자도 在日이라는 독자적 삶의 현상의 의미를 살린다면 전세계인이 읽어줄 훌륭한 작품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인리히 하이네는 유태계 독일인 문학가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자유혁명의 나라인 프랑스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봉건국가였던 조국 독일로 되돌아가 13년을 살았다. 왜일까? 그는 조국을 사랑하고 어머니와 민중을 사랑했고 고뇌했다. 하이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삶은 21세기 통일이라는 민족적 테마를 갖고 있는 한국과 재외동포 문학자들에게 큰 교훈을 준다.
자유와 평등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문학의 길에서 재일작가들은 세계와 만나며 600만 재외동포와 만나 남북문학자와 합류하고 싶다. 그 길이 민족통일의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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