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라과이 최초 한인종합병원 정지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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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라과이 최초 한인종합병원 정지윤 원장
  • 임광수 재외기자
  • 승인 2018.05.28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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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촌 근처에 보느싼떼 병원 문열어, 산부인과, 소아과 등 18개 진료과목 운영

▲ 파라과이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종합병원 ‘보느싼떼(Crinica Bonne Sante)’를 이끌고 있는 정지윤 원장 (사진 임광수 재외기자)

파라과이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종합병원 ‘보느싼떼(Crinica Bonne Sante)’가 문을 열었다.

한인촌과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 산 최신 의료기기가 갖춰져 있는 이 병원에서는 소아과 등 18개 진료과목의 진료를 전문 의료진 30여 명이 담당하고 있다.

‘보느싼떼’ 정지윤 원장을 만나 병원을 세운 이유와 병원을 세우기까지의 사연, 그리고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파라과이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종합병원 ‘보느싼떼(Crinica Bonne Sante)’ 안내데스크 (사진 임광수 재외기자)

Q. 우선 파라과이로 이민 온 시점은 언제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나이와 가족관계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지윤 원장(이하 정) :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녔습니다. 처음엔 이민은 아니고, 어학연수 목적으로 1997년 서반아어를 배우기 위해 파라과이에 오게 되었어요.

그 뒤.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과대학 시험을 준비해서 파라과이 국립의과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의대 입시를 준비할 당시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 힘들어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 날 대학입시 학원에서 나오는데 어떤 한국분이 제가 한국에 보내려고 한 편지(어느 날 떨어뜨린 것으로 기억 하고 있습니다)와 함께 돈을 같이 주고 가셨는데, 뭔지 모르고 받아 어느 분이 주고 가셨는지 알 수 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도와주신 그분을 혹시 뵙게 된다면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 당시에 그 돈을 받고 마음에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외국에서 3개월간 실습을 하고, 2009년 의대졸업 후,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남편은 고등학생 때 만나 오래동안 연애 끝에 대학교 3학년 때 결혼한 태경록 씨입니다, 세 아이(한 살, 세 살, 아홉 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소아과를 전공하게 된 이유도 저희 아이들의 영향이 큽니다. 제가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의사가 아닌 엄마로서 아이의 마음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의과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끈기, 인내 그리고 성실입니다. 긴 의과과정 중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준 남편과 시부모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의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공부를 하고 의사가 되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직업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이 일을 하시는 것을 기뻐하시는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 정지윤 원장의 가족사진 (사진 임광수 재외기자)

Q. 의사라는 직업을 갖게된 이유는요?
정 : 사실 학창 시절엔 뚜렷이 ‘미래에 무엇이 되어야겠다.’든지 남 다른 포부가 있던 것도 아니고, 또는 무슨 ‘학문을 전공하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못했어요.

멋진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대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좀 진부할지도 모르겠지만 특별한 특기보다 공부를 하는 것이 익숙해서 오랜 동안 공부를 계속하는 전공이 제 적성에 맞겠다 싶어 택했고, 당시에는 의학이나 의사에 대해 심도 깊고 복잡한 고민을 하진 않았습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이게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확고해지더라구요.

의대를 다니는 동안 여러차례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인턴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을 진료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치료를 하면 심한 중병이었다가도 완치되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의사가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며,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는 의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떤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정 : 2009년에 아순시온 국립의대를 졸업했습니다. 국립대학병원에서 1년간 인턴과정을 수료하고 3년을 아코스타 누 어린이 종합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Q. 근무시간은 언제인가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근무시간으로 인해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정. 현재 주 이틀은 미고네 병원 응급실, 산 마틴 병원 응급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고, 그 외 시간은 저희 보느싼떼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 개원 전에는 보건부 산하에 있는 병원 두 군데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유아와 소아의 모든 신체, 정신, 건강 관련 문제를 전체적으로 봐 드리고, 전문의 의뢰, 소규모 간단한 시술을 합니다.

근무시간으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은 밤 당직을 하고 집에 돌아가 집안일과 또 육아에 신경 써야할 때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 파라과이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종합병원 ‘보느싼떼(Crinica Bonne Sante)’ 외관 (사진 임광수 재외기자)

Q. 어려웠거나, 보람을 느낄 때는 어느 때인가요?
정 : 의사로서 어려운 점은 항상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고 환자 가족을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수많은 환자 중의 한명이지만 환자에게는 그렇지 않거든요. 집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몸이 피곤할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인 문제가 환자 진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홀히 대한 환자가 몇 시간 뒤에 응급환자가 되어 도착할 수도 있고, 하루면 나을 수 있는 병이 오래갈 수도 있습니다. 정말 제가 환자를 소홀히 대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고치기 힘든 병이었는데 의사로써 전심을 다하고 환자 역시 최선을 다해 치료에 임해 완쾌나 치료가 잘 되어 이전의 좋은 상태로 돌아간 환자와 더 나아가서는 그 환자의 친지 분들의 삶이 나아질 때에는 의사로서의 자긍심과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오죠.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환자가 예의상 하는 이야기 말고 진실성이 있는 감사함의 표현, 의사로써 인정을 받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때,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이 일에 종사한지는 몇 년이 되였습니까?
정. 의대 과정까지 포함하면 약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Q.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스페인어 소통이 어려우신 보호자가 응급으로 병원을 찾아가면 언제든지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정 : 우선 저는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왔기 때문에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소아과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저한테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어요. 응급환자인 경우에는 제가 직접 보려고 노력하지만 혹시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하셔야 하는지 도와드리고 있어요.

링거나 비타민이나 주사 같은 경우도 제가 원래 하는 일은 아니지만 많이들 부탁하셔서 많이 하다 보니 웬만한 간호사만큼은 실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정. 우선은 파라과이 안에 한국의 선진적인 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진료시간을 지키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하루에 모든 진료와 검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저희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으로 종합검진을 하러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한 검사와 진료를 한국에 있는 병원과 연계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곳에서 영상의학 자료도 한국에 있는 병원에 보내서 다시 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 예정입니다. 시티나 MRI 를 찍고 이곳에 있는 의사가 진단을 하는데 못 미더워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후에 외국에 나가 더 깊이 있는 의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오랜 시간 해외에 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저는 의과 과정이 평생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공부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3 년전에 세계한인무역협회를 통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제 꿈이 파라과이에서 병원을 하고 한국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것, 파라과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 막연하고 먼 일 같았지만 하나님께서 길을 여셔서 이 짧은 시간에 병원을 열게 되었습니다. 지금 많은 것이 부족하고 길이 안보일 때도 많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언제가 제가 원하는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낙후하고 뒤처진 의료 시스템, 파국민의 보편적 보건의료 정책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고 기회가 된다면 제 3국 등 미개척 국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아직 많은 것들이 이뤄지지 않은 곳에 도움이 된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Q. 이곳에서 의사의 꿈을 꾸고 있는 동포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요?
정:의사라는 직업은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뭔가 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는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끈기와 성실, 꾸준함이라고 생각 합니다, 의대를 들어갔을 때 저는 다 이루었다고 생각 했습니다, 또 제가 의대를 졸업했을 때도 드디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의대과정은 끝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고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의대에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벌고 아니면 단기간에 무언가 이루려 한다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요, 의과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시작한 것을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끝까지 간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입니다.

요새는 전 같지 않아서 사람들이 더 이상 의사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어느새 병원의 부속품이 되어버린 의료시스템을 보면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 선생님이 지식 전달자가 되어버린 것 같이 의사 역시 의료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 버린 것을 볼 때가 많습니다.

좋은 의사는 공부를 잘하는 , 지식이 많은 의사가 아닙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의학 지식이 높아도 환자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면 좋은 의사가 되기 힘들지요. 의사는 병원이나 지역 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스트레스에 약하면 힘듭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바쁠 수도 있고, 생명과 건강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힘든 일이지요.

어떤 목표를 이룰 때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세우시길 바랍니다. 굳은 의지를 표현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으며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 파라과이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종합병원 ‘보느싼떼(Crinica Bonne Sante)’ 외관 (사진 임광수 재외기자)

Q. 종합병원 ‘보느싼떼’에 대에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 :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 일만 하다가 막상 병원개업을 하려 하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애로사항도 많았어요. 거기다가 여기는 한국처럼 인터넷만 치면 자료가 다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발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잘 모르니까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신조가 ‘시작이 반이다’ 거든요.

현재 진료가능한 과는 총 16개이고 의사는 30여명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는 매일 매일 의사가 있고 진료과목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에서 세 번 정도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외에 자궁경부암 검사, 심전도, 초음파 등등 일반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검사 및 간단한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링겔이나 주사도 병원에서 놓아드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피부미용 클리닉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모든 미용기기는 한국에서 가져온 기기들로 미용기기 박람회를 통해 한국의 최신 기기들을 구입했습니다. 미용시술 같은 경우 시술도 중요하지만 시술 전후관리 및 사전 상담도 무척 중요한데 저희 병원에서는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요새 불법시술소도 많은데 그런 곳에서 하시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안전하게 전문가에게 시술을 받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저희 병원에는 미용시술사와, 피부과 전문의, 성형외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진단 후 시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능한 시술은 기본적인 피부 관리, 초음파 시술, 아쿠아필, 물광 MTS 시술 등 피부 관련 시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긴급하게 진찰이나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운영시간 중에는 아무 때나 전화 주신 후 방문하시면 됩니다.

병원 진료과목은 일반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심장내과. 어린이 심장내과. 정신과.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신경내과. 호흡기 내과. 어린이 호흡기내과. 이비인후과. 소화기과. 정형외과. 식품영양과입니다. 이중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는 매일 진료합니다. 병원 위치는 봄바 슈퍼 건녀편입니다.

치료와 진찰은 모두 한국어로 하셔도 되지만 안내데스크에는 한인이 없어서 예약은 스페인어로 하셔야 합니다.

Q.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귀원으로 인해 우리 한인동포사회 한인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현지 사회에도 많이 알려져 기존에 있는 일본 병원 애드밴드스타나 나 이탈리아, 프랑스 병원처럼 훌륭한 병원으로 발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정 : 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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