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만나는 한국 도자(陶磁)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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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만나는 한국 도자(陶磁) 예술
  • 유선종 기자
  • 승인 2016.07.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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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9일~11월6일까지 ‘불꽃에서 피어나다-한국도자명품전’

▲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 (사진 예르미타시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과 공동으로 7월29일부터 11월6일까지 한국 도자(陶磁)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불꽃에서 피어나다-한국 도자 명품전’을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궁전에서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예르미타시박물관의 상호 교류는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됐다. 1991년 예르미타시박물관 소장품으로 구성된 ‘스키타이 황금’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그에 대한 답례로 2010년 ‘솔숲에 부는 바람 : 한국미술 5000년 전’을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때 형성된 교류와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양 기관은 또 다시 상호 교환 전시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도자 전통을 재해석해 창작한 현대 작품으로 구성된 ‘한국도자명품전’이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먼저 열리게 된 것이다.

흙을 빚어 구움으로서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어 낸 것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를 반영하듯 옛날부터 도자 문화는 서양과 동양의 공통적인 관심사였다. 또한 도자 공예야말로 일상 생활과 예술이 교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자는 보편적 이해 위에 존재하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이지만 도자 문화를 향유하고 발달시킨 모습은 지역마다 서로 달랐다. 한국의 도자가 독자적인 세계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개성이 뚜렷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자에 담긴 한국적인 개성, 그것은 비유하자면 한국의 정신이 도자에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대표적인 명품들을 직접 보면서 한국 도자 문화의 정수와 그에 담긴 한국의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왼쪽부터)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와 국보 제96호 청자 구룡형 주전자.

한국 도자의 바탕이 된 삼국시대 토기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 현대까지의 도자 예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고자 무덤에 넣었던 정교한 상형토기는 고대인의 내세관을 보여준다. 귀족문화가 번성했던 고려시대에는 옥처럼 푸르게 빛나는 우아한 실루엣의 그릇이 귀족들의 세련된 취향을 보여준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청사기는 새로운 국가 조선의 생동하는 분위기를, 절제된 아름다움의 백자는 조선이 지향했던 성리학적 이념을 대변한다.

청자와 백자로 재구성한 우아한 식기 세트와 귀부인들의 화장품 용기, 문인들의 문방용품 등은 당시의 실생활을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글어 ‘달항아리’라 불리는 큰 백자 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보여준다고 평가받으며, 희면서도 완전히 희지 않고 둥글면서도 완벽하게 둥글지 않은 특유의 매력을 보여준다.

도자는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도자사의 뛰어난 명품들과 함께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도예, 영상, 회화, 사진, 조각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 11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우리의 아름답고 독창적인 도자문화가 현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어떠한 영감을 주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중에는 이우환, 박영숙이 청화백자라는 형식을 차용해 함께 창작한 작품, 우주적 4원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김수자의 영상작품 ‘Earth, Water, Fire, Air’이 출품된다. 또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 한국관 작가로서 참여한 바 있는 문경원, 전준호 팀이 이 전시를 위해 달항아리가 지닌 미완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동경하는 완전함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로 창작한 영상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수준 높은 작품이 망라된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러시아의 문화도시인 상트페트르부르크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이자, K-POP 등 대중문화가 선도하고 있는 한류를 전통문화로 지평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및 동유럽에 우리문화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도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이번 전시에 대한 교환전시로 2017년 12월에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예르미타시박물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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