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색감이 있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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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색감이 있는 에세이
  • 김민혜 기자
  • 승인 2015.11.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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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등대> 저자 정해정 / 해드림 출판사

화가이자 작가인 정해정의 에세이집 ‘향기등대’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도시의 저자답게, 이국적 정서와 더불어 이민 생활에서 겪은 삶의 갈등들이 조금은 시리게 깔려 있다. 또한 고향을 향하는 어쩔 수 없는 원초적 정서와 일상에서 끌어올린 평화로운 서정의 에세이로 채워져 있다.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저자는, ‘어른동화’ 같은 형식의 에세이를 통해 독자의 동심을 자극한다. 장마다 수채화로 수놓인 페이지와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평화를 느끼게 한다. 

 오월의 캘리포니아는 온통 연보랏빛 쟈카란다로 뒤덮인다. 사월이면 가로수에 연보랏빛 안개가 서린다. 그 은은한 향기와 온통 보라색으로 덮인 거리가 장관이다. 그러다 오월 말쯤 되면 꽃이 지기 시작한다. 연보라색 꽃눈이 날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쟈카란다는 자기가 필 만큼 꽃자리를 편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동차 위에도, 길거리에도 보라색 융단이 깔린다. 

 저자는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인생 여정의 종착역이 다가옴을 느낀다는 저자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면 날마다, 날마다 ‘잔칫날’이었다는 것이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안개가 끼면 그런대로, 폭풍우와 벼락과 번개가 치면 또 그런대로…. 따라서 이번 에세이집 [향기등대] 또한 잔칫날처럼 행복한 글들로 엮여 있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전쟁의 소용돌이를 치르고, 부모 형제를 잃었다. 그럼에도 그런 모든 것들 죄다 잔칫날이었다고 말한다. 신앙처럼 승화된 삶의 상찰과 관조가 놀랍다. 늘그막에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탈출하듯 서울 하늘을 탈출하고 태평양 건너 안개 속으로 이민을 온 것도 또한 잔칫날이었다니 ‘향기등대’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을 짐작할 듯하다. 

 시인 나태주는 “글 속에 강력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고 시에 버금갈 만한 진한 서정이 숨 쉬고 있다. 정해정 선생의 글은 어떠한 글이든지 일단 측은지심에 뿌리내린 글이다. 측은지심이란 봄의 마음이요 창조의 마음이요 희생과 봉사와 위로와 축복을 불러오는 마음이다. 감동 또한 이 마음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지닌 마음 가운데 최상의 마음이라면 바로 이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정해정 선생의 문장이 이러한 마음에 터전해서 쓰여 졌다는 데에 우리의 감격과 감사와 기쁨은 머무는 것이다.”라고 이 책의 추천사를 전했다.

[재외동포신문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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