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결손 가정 아이들 위해 보육원 운영하는 1.5세 교민 목사 줄리아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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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결손 가정 아이들 위해 보육원 운영하는 1.5세 교민 목사 줄리아노 손
  • 이석재 재외기자
  • 승인 2015.05.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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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많이 받아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 브라질의 결손 가정 아이들을 위해 보육원을 운영 중인 줄리아노 손 목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브라질의 빈민가 판자촌은 대마초를 비롯한 각종 마약류의 온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브라질 정부에서조차 손대지 못할 정도의 광범위한 범죄조직이 활동하는 그야말로 무법지대다.

  마약 중독자들의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친부가 누군지도 모른 채 태어나는 아이들이 거리 곳곳에 있으며, 심한 학대와 심지어는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의 마약 구입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채 거리로 나가 구걸을 하거나 총기를 들고 강도질을 하기도 한다.

▲ 줄리아노 손 목사가 운영 중인 보육원 외관. 보육원생들을 위해 아무런 간판 없이 일반 가정집처럼 만들어졌다.
  7년 전 빈민촌 전도를 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본 줄리아노 손 목사는 그들에게 꿈과 사랑을 심어주기 위해 보육원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브라질의 경우 보육원을 설립을 통해 후원금 횡령이나 돈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가 허가가 쉽게 나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건물에 층계가 있을 경우 허가가 불가한 점 등을 비롯해 관련 규제도 까다로웠다.

  보육원을 한인타운에 세우려 했으나 마땅한 건물이 없어 걱정하고 있을 당시 줄리아노 목사의 모친인 김성숙 여사가 직접 팔방으로 알아보고 다녔고, 그 덕에 한인타운 근교에 자리한 까자베르지(Casa Verde)라는 동네에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300m2 규모의 건물을 임대할 수 있었다.

▲ 원생들의 점심식사를 준비 중인 줄리아노 손 목사의 모친 김성숙 여사
  줄리아노 목사와 김성숙 여사는 즉각 사비를 털어 주변에 보기 드문 최고의 시설을 갖춘 보육원을 설립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갓 돌을 지난 아이부터 중학생까지 20여 명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

  줄리아노 목사는 "브라질에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이 나중에 커서 사랑을 베풀면서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돌본다는 표현보다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준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운영 중인 보육원에서는 현지인 아동 전문가인 끌라우지라 원장과 정식 자격증을 소지한 10명의 보모들이 24시간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거나 소홀해지는 아이들이 생길 것 같아 더는 받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것을 창피해할 수도 있어 일부러 간판도 달지 않았으며, 일부 몰지각한 단체들이 후원금을 주고 아이들을 앞세운 사진촬영을 하는 것은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찰국의 허가를 받아 아이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부모들은 접근 금지시켰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등하굣길에는 반드시 보모가 동행하게 하고 있다.

  현재 삐아우이 지역에 아이들 50여 명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보육원도 짓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재정 부족으로 인해 잠시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줄리아노 목사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며 "얼른 보육원이 완공되어 결손가정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 완공을 기다리는 삐아우이 지역의 보육원. 50명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현재는 재정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재정적인 문제는 현재 운영 중인 보육원에서도 항상 발목을 잡는 문제다.

  20여 명의 아이들과 10명의 보모들이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브라질 화폐로 월 4만 헤알 정도가 필요하다.

  주변의 뜻있는 교민이나 현지인들이 조용히 도와주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것은 여전하다고 줄리아노 목사는 전한다.

▲ 보육원 운영 방안에 대해 토의 중인 줄리아노 손 목사와 끌라우지아 원장
  남부럽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유학까지 하며 경영학을 공부했기에 처음 보육원을 설립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만류했다. 특히 부친과의 트러블이 많았다.

  부친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힘든 길을 가려는 아들을 못마땅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변에 자꾸만 나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들이 고생하는 것이 싫어서 급구 반대하긴 했지만, 결국 '가는 길을 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만류를 포기했다. 대신 줄리아노 목사가 좋은 일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있다.

  줄리아노 목사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보육원 운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재작년 극심한 가뭄으로 썩은 웅덩이의 물이나 폐수 등을 마시고 죽는 아이들이 많았던 삐아우이 지역에 정수시설을 마련했으며, 유아 성폭력 및 성매매 근절을 위해 전국을 돌며 캠페인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런 그를 보며 보육원을 함께 설립한 끌라우지아 원장은 "줄리아노 목사는 한 마디로 사랑 그 자체"라고 전했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도 줄 수 있습니다."

  줄리아노 목사가 인터뷰를 통해 기자에게 남긴 이 말처럼 우리들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다.

  혹시라도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뜻 있는 분들은 기자에게 연락을 하시면 된다.

▲ 유아성매매 근절을 위한 공연을 하고 있는 줄리아노 손 목사

▲ 줄리아노 손 목사가 마련한 정수시설을 통해 물을 마시는 삐아우이 주민들

  상파울루=이석재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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