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개방 어디까지 가능한가…“김정은, 제3의 길 모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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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혁개방 어디까지 가능한가…“김정은, 제3의 길 모색 가능성”
  • 허겸ㆍ이나연 기자
  • 승인 2015.01.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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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중앙당교 조호길 교수 ‘중국한국상회’ 주최 포럼서 주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개혁개방에 관한한 ‘제3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의 조호길 정치학 교수는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서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베이징모닝포럼에서 “김정은 제1비서는 통치 효과의 상실로 인한 통치 위기와 이념의 정당성 상실로 인한 통치 위기의 두 가지 모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를 양성하는 최고 권위의 국립 교육기관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주석 시절 학교장을 지낸 곳이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조호길 교수는 중앙당교의 유일한 조선족 교수로 알려졌다.

▲ 남측 지원 빵 먹는 북한 육아원 아동들(사진=2014통일백서)
  조 교수는 “기존의 이념과 체제를 유지하면 기득권 세력의 지지와 제도 이념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지만 통치 효과가 상실될 것이고, 기존의 이념과 체제를 개혁하면 통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기존 제도와 이념이 변하면서 제도 이념적 정당성은 상실될 위기가 찾아올 수 있어 김정은 제1비서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조 교수가 언급하기는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김정은 제1비서는 개혁개방의 정당성을 경제개선, 국제환경의 변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에서 찾고 있다”고 분석한 뒤 김정은 제1비서가 상대적으로 젊다는 사실에 주목, “경륜과 경험이 부족할 수 있지만 아직 정치적 이념이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힌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며 김정일에 비해 기본이념이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조호길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외국 유학을 통해 선진국의 통치와 생활을 장기간 피부로 느꼈고,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미 사망해 독자적으로 집권하는 만큼 자율적 선택의 폭이 크다고 봤다.

  조 교수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기까지 적지 않은 외부 변수들이 중국 공산당을 압박한 사실을 열거, 북한의 변화가 이런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호길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통치정당성 기반이 약화되고 선진국과 발전격차가 커지며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의 정치이념 변화가 개혁개방 움직임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중국은 탈(脫)계획경제 과정에서 △단기간 동안 대량의 자금 도입 △단기간 동안 다수의 기술 도입 △단기간 동안 다양한 관리기법 도입 △단기간 동안 국제시장 개척 등의 변화를 겪었다.

  중국의 내적 변화는 북한의 고립감을 키웠고 외적으로는 소련의 붕괴와 한러, 한중수교가 잇달아 체결되면서 북한은 더욱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 G20 대표단 개성공단 방문(사진=2014통일백서)
  그는 북한의 대내외적 정세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서방 세계가 북한의 개방 움직임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6월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서방이 대북 제재에 급급해 북한이 나름대로 대외개방 및 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외부에서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공동농장일지라도 원재료 구입비용을 정부가 대신 지불하며 판매수익은 국가와 생산자가 일정 비율로 배분한다. 대금과 분배금은 시장가격을 고려해 계산하며 주민편의시설은 개인투자를 허용, 이윤의 10~2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3대 생존전략이 상충하고 악순환이 거듭되는 시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제한적 개방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 교수는 보고 있다. 3대 생존전략은 정치면에서 선군정치, 안보에선 핵개발, 경제 측면에서는 7.1조치를 말한다.

  만일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서 중국식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 소득 수준이 월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조선일보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식으로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개혁, 개방을 한다면 10년이 지난 2024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2.4배 이상 커지고 1인당 GDP도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 방식으로 체제를 전환하면 경제 규모는 2013년 308억달러(33조6000억여원)에서 2024년 751억달러(81조9300억여원)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조선일보가 12일 전했다.

▲ 강연하는 조호길 중국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사진=이나연 기자)

  한편 조호길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중국 대외정책의 변화에 대해 진단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덩샤오핑(鄧小平) 주석의 정치 가치관을 비교하기도 했다. 동북아 정치 전문가인 조 교수는 지난 2013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에 외국인 전문가 자격으로 초빙돼 교단에 섰다.

  이번 포럼은 중국한국상회(회장 장원기)가 지난달 19일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 왕징(望京)의 푸타이(福泰)호텔에서 개최한 정례 행사다. 이 단체는 오는 22일에는 ‘2015년 중국경제 전망과 한중 협력’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1993년 중국 정부의 공식 비준을 받아 설립된 중국한국상회는 중국 내 한국기업들의 교류협력을 도모하는 단체이다. 중국 내 50개 지역상회를 두고 있으며 6500여 한국기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서울=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베이징=이나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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