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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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최우길 선문대 교수
  • 승인 2013.08.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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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동학(同學)들과 함께 중국 요녕성의 심양, 대련, 무순, 본계, 단동 등 주요도시를 방문하였다. 조선족학교와 민족문화예술관을 둘러보며, 대도시의 한족문화권 속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들이 민족교육과 문화를 유지·계승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중국사회가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더욱 중국사회 전체가 꿈(中國夢)을 이루기 위해, 용광로 속에서 끓고 있는 듯하였다. 그 꿈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꿈을 꿀 수는 있으나,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의 비참함에 그 아픔이 절절하리라.
급격한 사회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기는 조선족 공동체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인 집거지인 농촌마을이 붕괴되고, 조선족 청장년들은 해외로, 연해지역으로, 동북의 대도시로 뿔뿔히 흩어졌다.조선족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대련, 단동 등 동북의 연해도시에 조선족이 모이면서 새로운 집거지역이 생겼다. 1980년대초 대련의 조선족 인구는 4천명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현재 8만명에 이른다.

조선족 공동체는 급격한 인구이동으로 전통적인 폐쇄적 농촌공동체에서, 산업화·정보화·지구화시대의 유목민적 공동체가 되었다. 대도시로 들어간 조선족들이 과거와 같은 민족특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연변과 같이 조선족이 모여살면서 거리에서 조선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민족학교가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다. 한어를 써야 하고, 민족학교를 다니기가 쉽지 않다. 부모들은 해외로,연해지방으로 돈벌러 가 아이들은 부모없이 자란다.
동북지방의 대도시에서 어떻게 조선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인지, 후대의 교육을 어찌 할 것인지 등이 조선족 교육계, 문화계의 고민이다. 단동시조선족문화예술관 복도에 붙어있는 “다녀야 형제고 모여야 동포다”는 표어는 이런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도시” 단동(丹東)에는 상이한 출신의 한인계, 즉 조선족, 한국인, 북조선인, 조선화교, 다문화가정의 자녀 등이 어울려 살고 있다. 압록강 하구의 조용한 마을이었던 단동의 변화는 놀랍다. 강을 따라서 줄지어 서 있는 이십여층의 아파트들은 건너편(북조선)의 개혁·개방이 시작되면 물밀듯이 들어갈 태세를 갖춘 ‘중국식 사회주의시장경제’의 축적된 자본이다. 단동의 신개발지인 신구국문항(丹東新區國門港)에 건설 중인 압록강대교는 이미 두개의 중심기둥이 우뚝 섰고, 상판도 거의 이어져, 몇 달 후면 중국의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물밀듯이 신의주로, 평양으로 들어갈 것이다.

압록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고구려시대의 유적으로 알려진 호산장성(虎山長城)이 있다. 이제 중국인민들에게 이 성은 “萬里長城東端起點(동쪽끄뜨머리)”이다. 요녕성 내륙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은 “아름다운 국경도시”에서 모터보트를 탄 채 강 건너 가난한 북조선 마을 둘러보고,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올라 호연지기를 키우는 한편,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에서 미국에 싸워 이겼던 조상들의 얼을 기리며 애국심을 북돋운다. 중국의 국경만들기,역사만들기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 여정(旅程)이었다.
함께 꿈꾸며 고민하며 여행했던 네 사람, 즉 단동박사, 북경출신 조선족 교수, 단동의 조선족 사업가, 재미동포 출신 조선족 연구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물론,요녕성의 조선족 선생님들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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