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괴롭히는 자 싫어, 전쟁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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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괴롭히는 자 싫어, 전쟁에 참전했다”
  • 신지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3.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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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캐나다대사관, ‘Embassy Speakers Series’… 한국전 재조명

지난 26일 저녁 6시, 한-캐 수교 50주년과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전>을 주제로 제1회 '대사관 강사 시리즈(Embassy Speaker Series)'가 주캐나다 대사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 제1회 대사관 강사 시리즈(Embassy Speaker Series)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조희용 대사.

'대사관 강사 시리즈(Embassy Speaker Series)'는 양국관계에 있어 관련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강사를 초빙해 한국 및 한-캐 관계에 관한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이를 통해 그간 한캐 관계에 대한 제고와 앞으로의 한-캐 관계 발전 방향에 관해 함께 모색해 나가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캐나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램지 위터스(Ramsey Withers) 장군, 존 제내킨스(Jon Jennekens), 그리고 댄 캔드릭(Dan Kendrick)을 강연진으로 초청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에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존 제내킨스(Jon Jennekens·사진 왼쪽 위), 댄 캔드릭(Dan Kendrick·오른쪽 위), 램지 위터스(Ramsey Withers·왼쪽 아래) 참전용사의 강연 및 질의응답.

램지 위터스 장군은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졸업, 한국전에 신호장교로 참전했으며, 한국전쟁 이후 최고령 국방총장(군 최고지위)에서 복무 후 현재는 은퇴했다. 공동 강연자인 존 제내킨스 또한 캐나다 왕립사관학교 출신이며, 퀸즈 대학 기계공학 전공 후, 전기기계공병단으로 한국전쟁 참전했다. 전쟁 이후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부장을 역임했다. 또 다른 공동 강연자 댄 캔드릭은 캐나다 해군 5년, 육군 25년을 복역했고, 휴론 함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이날 강연에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Bill Christie 해군제독, Charles Nixon 장군(전 국방차관), Charles Belzile장군, Gulcan Akoguz 터키 공사참사관 등 21개 참전국 대사 및 무관단, 유정일 전 오타와 한인회장, 한문종 오타와 한인회 부회장, 오수진 오타와 한인회 총무, 이영해 카한협회 회장 및 회원, 김치클럽, 오타와 세종학당 및 오타와 대학, 칼튼 대학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희용 대사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조희용 대사는 개회사에서 금년도는 한·캐 수교 50주년 및 한국전 정전 60주년 기념의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대사관 강좌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사는 먼저 한국전 참전용사를 첫번째로 모시는게 도리라고 생각돼 제1회 '대사관 강좌 시리즈'에 참전용사 세 분을 초청하게 됐다고 말하며, 이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참석한 청중 모두에게 한국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양국간 관계 발전과 성원을 당부했다.

▲ 강사진 및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조아라 칼튼 대학교 한인학생회장.

또, 조 대사는 한국전 이후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 및 국력신장과 함께 한·캐 양국은 굳건한 동맹국(Staunch Allies), 이상적인 파트너(Ideal Partners), 유사입장 공유국(Like-minded Countries)으로 발전돼 왔으며, 그 배경에는 한국전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한국정부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올해 한국전 정전 60주년의 해에 캐나다 참전용사 및 가족들을 위한 보훈행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개회식 이후 첫 강연은 존 제내킨스 씨가 맡았다. 제내킨스 참전용사는 세계 2차 대전부터 한국전쟁의 발단까지의 역사를 간단히 다뤘었으며, 특히 일본 강점기를 한국인들은 품위와 투지로 이겨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1945년 얄타회담에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소련이 이미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었다는 사실도 언급했으며, 이로 인해 북한은 소련과 중국 그리고 남한은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 감사패를 전하는 조희용 대사, 강사진 및 참전용사들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칼튼대 정낙인 군.

휴론 함대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의 참전했던 댄 캔드릭 참전용사는 강연을 통해 캐나다 해군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분석했다. 특히, 북한군에게 보급품들을 운반하던 기차를 파괴하던 중 휴론 함대가 좌초한 사건에 대해 말했다. 이 사건 이후 당시 캐나다에 있는 임신한 아내에게 자신의 안녕을 알리지 못해 몹시 괴로웠다고 말하고, “우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자가 싫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램지 위터스 장군의 강연은 인천 상륙작전과 중국의 개입, 그리고 휴전협정에 대하여 다뤘다. 특히, 패트리샤 공주의 경보병 2대대가 계평에서 치른 전투에 강조를 두었으며, 이 전투에서 패트리샤 경보병 대대는 계평을 둘러싼 인민군과 한 달 이상 교전을 벌였으나, 대대의 사상자는 10명 밖에 없었으나 인민군 사상자는 300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 강사진과 자리를 함께한 조희용 대사(사진 왼쪽), 담소 및 기념촬영 시간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

"전쟁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그걸 넘어서 강국이 되었다"는 제내킨스 참전용사의 결론과 함께 제1회 '대사관 강사 시리즈' 강연은 마무리됐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어 주캐나다 대사관이 준비한 감사패를 조희용 대사가 전달했으며, 조아라 칼튼 대학교 한인학생회장은 뜻깊은 시간을 마련한 주캐나다 대사관, 강연을 준비한 강사진 및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학생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했다.

이어 한식으로 준비한 저녁식사 시간이 이어지고, 리셉션 시간을 통해 강사진 및 한국전 참전용사분들과 담소를 나눴다. 특히 1.5세 및 2세 그룹인 김치클럽, 오타와 대학 및 칼튼 대학 학생들과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 학생들은 강연 시간에 못다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참전용사들을 에워싸고 경청했으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 참전용사와 담소를 나누는 이수완 주캐나다대사관 무관(사진 왼쪽).

행사를 마치고 칼튼 대학교 정낙인 군은 2013년 올 해는 한국전쟁 정전 60년인 동시에 캐나다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해'라고 밝히며, “우선 뜻 깊고 좋은 취지의 행사를 기획해 초대해주신 대사관 관계자 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군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투를 겪은 참전용사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자유수호를 위해 용감히 싸우고 산화한 용사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숙연해졌다”며, “그분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념하는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의 성숙한 일원으로서 우리가 받은 도움을 제3세계의 어려운 국가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베풀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국방부 및 외교단은 한국대사관이 금년도 한·캐 수교 50주년 및 한국전 정전 6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대사관 강좌 시리즈’의 첫 번째 행사로 참전 용사들을 초청, 한국전을 주제로 해 준 것에 사의를 표하면서, 캐나다인들과 한인사회 및 학생들에게 한국전 참전의 의의를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정부가 전세계 참전국들의 참전용사들에게 일관되게 감사의 뜻을 표해 온 것을 잘 알고 있으나, 금번과 같이 참전용사들을 연사로 초청, 한국전 참전의 의의를 돌아보는 행사를 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하며, 금번 행사를 통해 자국도 한국전에 참전한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캐 수교 50주년,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주캐나다 대사관에서 준비한 제1회 ‘대사관 강사 시리즈’ 첫번째 시간은 다양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및 한캐 관계, 특히 양국관계의 초석이 된 한국전에 대한 이해증진과 관심제고에 일조하며 성황리에 종료됐으며, 차기 제2회 '대사관 강사 시리즈'는 David Kilgour 전 하원의원(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국무장관 역임)을 초청하여 4월중 개최할 예정이다.

[캐나다 오타와=신지연 재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