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윈 오타와, ‘탈북자스토리’ 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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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윈 오타와, ‘탈북자스토리’ 간담회 개최
  • 신지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3.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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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당 및 달리기 경제 활성화, 北주민들 생존의 유일한 길”

지난 16일, 오타와 한인교회(목사 강석제)에서는 토론토에 정착해 살고 있는 3명의 탈북여성들을 초청해 ‘탈북자스토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임은 코윈 오타와 문화예술(동아리장 최영아)및 교육동아리(동아리장 박기진)가 주최하고, 오타와 한인회(회장 차정자)가 후원한 자리로서 지극히 평범한 탈북민(북한이탈주민)들을 직접 가까이에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은 교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련됐다.

먼저 탈북여성 김미연 씨는 아버지가 해외무역선 선장, 어머니는 신발공장 공장장을 하는 북한에서 말하는 소위 ‘성분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라고 성인이 되어서는 북한의 손꼽히는 예술단인 피바다 가극단에서 무용수로 일하다가 당에서 ‘선물’ 해주는 같은 예술단의 재일교포출신 가수와 가정을 이룬 대표적인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었다.

하지만 북한정부에 자금지원을 해주던 일본에 있는 남편의 친척들의 사업이 실패하여 북한정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남편은 중고차 밀무역에 손을 대고 결국은 당지도부간 알력다툼으로 감옥에 가게 돼 거기서 두 달도 안되어 파라티푸스(Paratyphus)라는 전염병에 걸려 죽어 가족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은 채 화로에 넣어 태워지게 됐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은 그 동안 북한정부에 충성을 다하며 살아왔던 김미연 씨의 의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드디어 어린 딸과 함께 두만강을 넘게 되었다고 탈북동기를 설명했다.

원산이 고향인 김재원 탈북여성은 북한의 최하 계층으로서 고리대를 하는 잘사는 사람에게서 돈을 빌려 장마당에서 하루하루 먹고 살다가 결국 그 돈을 갚지 못하게 되어 중국에 돈 벌러 나왔다가 이렇게 캐나다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 자신의 맏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쌀밥을 먹여주지 못한 채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이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다며, 생전에 캐나다 같은 이런 천국 같은 나라가 세상에 있었다는 것을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꼭 알려주고 돈을 모아 보내주고 싶은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여성 오순옥 씨는 북한에서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자신이 살던 함흥시에는 온통 시체가 널렸었고, 시체는 무더기로 자동차에 실어 가까운 야산에 파묻었다며 오타와 교민들이 뉴스로만 듣던 북한의 대량아사를 직접 생생하게 전했다.

탈북민들은 교민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서 자신들이 북한에서 보고 들은 것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답변하고, 참가자들의 활발한 질문으로 간담회는 예정된 9시를 훌쩍 넘겨 11시까지 계속됐다.

특히 외부세계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데 왜 북한 주민들이 반항하지 않고 숨죽이고 있는지, 최근 남한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대북 풍선 날리기와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지원에 대한 견해, 과연 어떤 방법이 북한을 도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하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 지난 16일, 오타와 한인교회(목사 강석제)에서는 토론토에 정착해 살고 있는 3명의 탈북여성들을 초청해 ‘탈북자스토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한 3명의 탈북민들은 자신들이 북한에 있을 때 그나마 죽이라도 먹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장마당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현재도 장마당 경제와 달리기 경제의 활성화는 북한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결같이 토로했다.

북한에서 흔히 말하는 ‘달리기’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중국물건을 받아서 내륙 깊이 가지고 들어가 팔고 또 거기에서 농수산물을 사가지고 북중 국경지대에 파는 장사의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교통사정이 열악한 조건에서도 제일 많이 남는 것이 이 달리기 장사이기 때문에 북한 전 지역에 보편화 되어있고 이것으로 일반주민들은 먹고 산다고 탈북여성들은 증언했다.

또한 김미연 씨는 자신은 해마다 봄과 가을에 2,000달러씩 북한에 송금한다며 자신뿐 아니라 캐나다나 남한에 정착한 상당수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자신의 부모형제 친척들에게 송금하고 있는 데 이것은 바로 북한지하경제, 장마당 경제의 자금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장마당이 활성화 될수록 북한당국은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되고 탈북민 가족들은 일반주민들 속에서 돈이 많은 선망의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증언하며, 비록 캐나다에 정착하고 있는 많은 탈북민들이 아직 사회에 잘 적응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한 내부의 주민들을 구원하는데 앞장설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탈북민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민사회가, 또 캐나다사회가 조금 더 포옹하는 마음으로 탈북민들이 제 힘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참가한 오타와 교민들은 서로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마음껏 궁금했던 것들을 탈북민들에게 질문하고 또 탈북민들도 가감 없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토로하면서 오타와 최초로 마련된 탈북민 간담회의 밤을 의미 있게 보냈다.

특히 북한이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오직 먹을 것을 위해 몸부림 쳐야 했던 그들이 멀리 있는 외계인 같은 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이곳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교민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한 핏줄을 나눈 동포이며 친구가 될 수 있고 이웃이 될 수 있는 사람들임을 느낀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캐나다 오타와=신지연 재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