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미국 이민 110주년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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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미국 이민 110주년과 도전
  • 이윤모 사회학 박사
  • 승인 2013.03.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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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윤모(사진) 박사는 재미사회학자로서 한인 이민사회와 관련한 데이터를 오랫동안 연구 해왔고, 시카고한인사회연구원(http://www.hansainstitute.org)을 창설해 초대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최근 ‘포럼 새로이’(http://www.saeroi.net)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관련 자료를 여러 기관과 매체들을 위해 공유하고 있다.]

이민 110주년 회고와 전망을 장미 빛 축제의 분위기로 서술해야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자로서 데이터를 보는 한인사회의 현실과 전망은 낙관할 수 없다는 부담을 느끼면서 위기와 도전에 경각심을 갖도록 필자는 서술한다. 우리의 장래를 소경처럼 당하는 것보다는 눈 뜨고 대비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1903년 7,000명의 하와이 농장노동이민으로 시작한 재미한인 인구는 2010년에 150만명(센서스 추정 141만 8,962명, Pew 리서치는 혼혈인을 포함해 170만 6,822명으로 추정)에 이르렀다. 1924년 동양인 배척법 통과 이후 차단됐던 아시안 이민이 1950년대 흑인들의 저항에 따른 1964민권법 제정과 함께 1965년 이민법으로 재개됐다. 흑인 노동력의 공백을 채우며 흑백 충돌의 완충 기능을 하여 모범 소수인종 타이틀을 받게 된 아시안계는 2010년 새 이민의 36%를 차지하는 43만명이 입국해 37만명(31%)이 증가한 히스패닉을 처음 앞질러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한국인 이민도 1965년의 이민법 덕분에 재개돼 1970년도에 1만 1,395명(9,314명이 입국, 체류자 2,079명이 영주권 취득)으로 처음 1만명대를 돌파했다. 꾸준히 증가하던 한인이민은 1987년도에 3만 5,849명(새 입국자는 3만 2,135명)으로 절정에 도달했으나 서울올림픽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 한인 연간 새 이민자는 4,397명으로 줄었다.(그해 한인 영주권 취득자 2만 2,227명의 80.2%인 1만 7,830명은 기존 체류자들이 신분을 변경한 것) 그리고 한인 인구는 양측 해안 지대와 남부에 집중되어 U커브가 현저해지며 일리노이를 비롯한 중서부의 한인 상대적 비율은 정체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카고 지역(일리노이) 한인 인구는 절정기에 미국 내 3위였으나 2010년에 6만 3,502명으로 경제 활성 면에서도 시카고 지역 한인사회는 6위로 밀려났다.

한인 위상의 상대적 하락

아시안들은 미국에 부족한 비숙련 노동직과 의료전문직 인력을 메우는 역할을 담당하며, 고된 근로와 저축으로 소득과 서버브 주택 소유율에서 백인들과 겨룰만한 중산층으로 급속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4백만을 넘은 중국계에 비해 한인은 170만이라고 쳐도 월남계보다 3만이 적어 아시안 6개 그룹 중 130만의 일본계 다음이다. 아시안계 대학졸업자(25세 이상)는 2010년에 49%로 미국 평균 28%를 훨씬 상회한다. 한국계 대졸자는 52.6%로 인도계(70%) 다음으로 높다. 아시안 가구당 중위소득은 6만 6,000달러로 전국 4만 8,000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한인의 5만 달러는 미국 평균 4만 980달러를 겨우 넘었으나, 백인의 5만 4,000달러, 인도계의 8만 8,000달러, 그리고 월남계보다도 3,400달러 뒤떨어져 아시안 중에 6위다. 아시안 이민 6대 국가 그룹 중에서 인구수와 경제지표로 한인의 상대적 위상은 5위로 하락했고 한국으로부터 이민이 급증하지 않는 한 상대적 위상을 만회하기 어렵다.

한때 한인 노동인구의 4분의1이 종사하던 도소매와 서비스 분야 자영사업 경제는 기업의 대규모화와 1세의 노령화와 맞물려 쇠퇴하고 있다. 한인 경제의 젖줄이라던 자영업자 비율은 1세 18.3%에서, 1.5세 9.9%, 2세 5.8%로 변하고 있다. 타민족은 세대 변화에도 자영업자 비율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9.4~9.8%로 10%이하를 유지한다. 반면에 공직자 진출은 한인 1세 8.8%, 1.5세 12.5%, 2세 13.2%로 미국 전체 이민그룹이 세대를 거쳐 1세 12.5%, 1.5세 18.8%, 2세 21.2%로 상승하는데 아직 못 따르고 있다.

미국 정착 성공 지표의 저조

한인이 가장 모범적 이민 그룹이라는 주장은 미국사회 동화 면에서도 근거가 허약하다. 아시안 이민 그룹 중에 미국 정착에 성공했다는 주관적 평가나 미국에 동화한 지표는 한인이 가장 낮은 편이다. Pew재단 2012년 보고서(2010 센서스와 퓨 재단 서베이 종합)를 보면 재미한인 중 64.7%가 시민(40.6%가 귀화시민, 24.1%는 미국태생)으로 아시안계의 평균 귀화율 74.1%보다 훨씬 떨어진다.

정체성에 대해서는 74%가 한국인이라고 하여 두 번째로 높으며, 자신을 미국인이라는 사람 11%로 하위 두 번째다. 자신이 전형적 미국인이 됐다는 사람은 29%로 최하위다. 반면에 모국어를 중요시하는 비율은 62%로 가장 높다. 외국 태생 중에 영어를 잘한다는 사람은 30%로 하위에서 월남계 다음 두 번째이다. 한인의 빈곤율(15%)이 아시안 6개국 이민 그룹(평균 12%) 중에 가장 높다. 개인 재정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한인은 45%로 5번째이다.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우리가 성공적이라는 한인은 34%, 자신에 비해 차세대가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한인은 38%로 아시안 6개 그룹 중에 최하위다. 친구가 모두 같은 민족이라는 한인은 58%로 최고이고, 한인이 타인종 관계에서 백인과 잘 지난다는 사람은 13%, 흑인과 좋은 과계는 3%로 맨 바닥이다. 인종차별이 주요문제라는 한인이 24%로 첫째에 꼽히며, 자신이 차별 당한 경험은 20%로 두 번째로 높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미국에 이민을 안 오겠다는 한인도 23%로 가장 높다.

경제적 도전과 과제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2007~08년 경제 불황의 충격으로 한인 실직자는 2007년 5,012명에서 2009년 1만 3,439명으로 168% 증가했고, 구직 희망자는 3만 9,492명에서 경제불황 이후 7만 6,131명으로 93% 증가했다. 한인세대당 중간소득 총계는 2007년 929억 달러에서 2010년 897억달러로 3.5%(32억달러) 감소했다. 이 손실 규모는 LA 4.29 폭동 한인 피해액의 8배 규모다.

한인 주택 소유율은 58.6%에서 이 기간에 55.5%로 감소했다. 1970년대부터 피땀으로 한인사회를 일구었던 1세가 은퇴기를 맞아 65세 이상 된 비근로자가 12만 7,918명이나 된다(필자가 분석한 2009년 센서스). 그중 72.2%인 9만 2,346명이 사회보장 연금 수혜자이지만 개인은퇴 연금까지 가진 사람은 은퇴자의 10.3%인 1만 3,173명에 불과하다. 아무 은퇴수입(SSI조차)이 없는 한인 은퇴자 17.8%(2만 2,727명)는 전국 4,000만명 은퇴자 중의 7%보다 2.5배나 많다.

세대가 경과하면서 교육수준 상승으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을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2010년 센서스 분석에 의하면 한인 차세대 대졸 이상 학력자 19만 2,420명 중에 23%인 4만 4,419명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한 취업률과 소득이 낮은 전공분야(예술, 비즈니스, 사회과학, 교육 등)에 한인 차세대 대졸자들이 집중됐고, 캘리포니아(33.2%)와 뉴욕-뉴저지(27.4%) 지역에 집중해 소득과 신분상승 기회가 더 높은 메트로 지역을 소홀히 하는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한인 정체성의 위기

Pew 리서치에 의하면 2011년 현재 1,800만명(미국 인구의 5.8%)인 아시안계는 2050년에 4,100만 명으로, 현재의 흑인수(2011년 4,300만명) 만큼 증가한다. 백인이 소수인종이 되는 2050년 미국 인구의 9%를 차지하게 되는 아시안 중에 외국출생자는 47%로 미국 태생자 53%보다 적어진다.

그러나 마찬가지의 한인 증가를 예고할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2012년 11월 국무성 자료에 의하면 미국 취업 이민 대기 중인 한국인이 5,666명에 불과하다. 한인의 경우 모국의 경제적-사회적 급변 사태로 인한 이민의 대거 증가가 없는 한, 한인사회의 인구 증가는 둔화되면서 경제 양태와 제도적 기구도 변화할 것이다. 2002년부터 연간 약 2만명의 한인이 영주권을 취득하지만 그중 80% 정도는 기존 입국자의 합법신분 취득이다. 2011 회계년도에 2만 2,734명의 한인 영주권 취득자 53.6%인 1만 2,184명이 취업으로 신분 정착을 했다. 나머지 46%는 시민의 친족(7,963명), 가족초청(2,478명) 케이스다. 이는 한국계 새 이민(영주권 취득자) 중 절반 이상은 유학생이나 상용 비자 소유자로 미국에 체류하던 이들이 취업해 정착하는 것을 암시하며 한국 노동시장의 포화상태가 전문인력을 푸시 아웃하는 현상에 연계된다.

혼혼과 고유 언어 상실

1세들이 기대하며 지키려는 정체성은 위기에 이미 직면하고 있다는 지표가 보인다. Pew 리서치가 분석한 2010년 센서스에 나타난 한인의 타민족과의 결혼률 40%(비아시안과 32%, 타 아시안계와 8%) 뿐 아니라 평균 결혼연령(31세) 지연도 문제다. 필자의 2010년 센서스 분석에 의하면 차세대 대졸 이상 학력 결혼 적령자(20-49세) 중에 결혼을 한 번도 안 했던 남자가 2만 3,080명, 여자는 1만 9,365명이었다. 결혼을 해도 혼혼과 자녀 출산율이 관건이다.

필자의 2009년 센서스(ACS) 분석에 의하면 59세 미만의 한국계 여성 47만 6,219명의 4.8%인 2만 3,050명이 1년간 아기를 출산했다. 최근의 출생통계에도 한국계 신생아는 연간 2만명 이내로 나타난다. 그러나 사망 통계에 한인이 구분되지 않으므로 사망수에 따른 재미 한인 인구의 변화를 추정하기 불가능하다.

혼혼과 언어

이민 감소, 동족혼과 출산의 저조는 고유 언어로 연결되며 혈연과 언어의 소실과 함께 문화적 유산 상실은 민족 정체성 소멸로 치닫게 된다. 차세대의 동족혼인율은 계속 감퇴 추세에 있다. 2010년 2세 한인 여성 결혼의 57.7%가 백인 2세와의 결혼이다. 또한 필자가 분석한 2007년 센서스(ACS) 데이터에 따르면 세대가 갈수록 가정에서 모국어 사용은 감소한다. 한인 2세 가정에서 모국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절반이 안 된다. 한인 이민이 일본계처럼 감소하거나 중단되면 2세 이후 모국어를 잃어버린 일본계의 유형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장래 전망

고용과 소득 면에서 1세의 전성기는 문을 내리며 차세대의 진출에 안정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의 경제침체, 그리고 국가부채 부담 아래 세계와 미국의 경제는 과거 같은 경기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 가운데 차세대는 전문 테크놀로지 훈련을 요하는 고용으로 일반 미국인들과 평준화되기보다 두각을 더 드러내려면 새로운 매핑을 필요로 한다.

세대별 한국어 사용 인구 차트를 보면 아직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1세)가 우세하다. 1.5세의 한국어 사용자 인구를 유지한다면 한국어 언론과 교회의 존속은 향후 약 50년간 지속하면서 점차 쇠퇴할 것이다. 그 쇠퇴 기간에 고령화와 새 세대의 등장으로 한인 문화는 종교성에서 인간유대와 흥미를 강조하는 교회-단체 형으로 더욱 진행하든가 아니면 유럽과 미국 교회들처럼 퇴조할 것이다.

이 변동과 함께 25만 내지 30만명의 혼혈인들 한인 범주에 영입하는 과제를 배려할 수 있는 계기가 열릴 수 있으나 양측 공히 영합을 원할지는 또 다른 변수이다.

혈통과 언어의 소실로 인한 정체성 상실위기를 대처하는 길이 있는가? 한인사회는 노령의 나무에서 과일을 따는 것도 좋지만 장래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듯이 차세대에 성실히 물을 부었는가를 자문해야 할 것이다. 유태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교회들은 기복하는 새벽기도에 열을 올리고 해외선교와 영혼구원에 치중하고 있는데 한인사회의 자기들 양떼를 정체성 위기에서 구원하려는 데는 관심이 없다. 강남 스타일 같은 흥미행위를 좇아가기에 바쁜 단체들의 흥행성 과시 행사는 그 자체를 위한 소모성 이벤트로 끝나며 장래를 위한 수단적 가치를 남기지 못한다. 감성을 총괄하는 우측 두뇌가 활성화에 몰두하지 말고 이지적 계산을 다루는 좌측 두뇌를 일깨우는 데도 신경을 써야 될 것이다.

[글=이윤모 사회학 박사/시카고 한인사회연구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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