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 한인회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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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 한인회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3.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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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국 한인사회 통합에 나선 권갑중 재영한인총연합회장

“갈등의 한인사회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

최근 재영한인총연합회(이하 재영한인회) 회장으로 당선·확정된 권갑중(52·사진) 신임회장은 “영국 한인사회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당선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장직은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므로 성심껏 임하면 2년 후 임기를 마칠 때쯤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현재 영국 한인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몇 년 전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유사단체를 만들고,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격으로 일부 동포 언론에서 무책임한 추측성 기사를 남발해 동포사회를 더욱 어지럽게 한 점 등은 한인회의 위상을 추락시키며 많은 동포들이 한인회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관심이 멀어지고, 추락한 한인회 위상을 다시 원상복귀 시키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한인회장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봉사정신을 가지신 여러 분들을 많이 모시고 와서 한인회가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신임회장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한인회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는 친목과 번영도모, 한-영간의 친선과 문화교류 등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동참과 관련해, 60~70대와 이제 막 사회에 나와 활동하는 30~40대 간을 잇는 중간 입장에서, 젊은 차세대들을 영입해 한인회를 함께 이끌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고 그간 소홀했던 지방 한인회와의 네트워크도 재구축해 다양한 행사를 공동주최함으로써 연계성을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권 회장은 “다행히 개인사업 특성상 지방출장 기회도 많으므로 앞으로 지방 한인회도 자주 방문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영한인회 중점사업으로 분열된 한인사회를 봉합하는 일이 급선무며, 이를 위해 우선 한인회로부터 멀어진 사람들이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체육·문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즉 한인회가 더 이상 분쟁을 일삼는 곳이 아님을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권 회장은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부터 자세를 낮추고 가능한 많은 분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겠다”며, “한인회장으로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다 보면 한인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한인회가 영국 한인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인식하기 시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영국 한인사회를 얘기하자면,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뉴몰든(New Malden)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워낙 많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발음을 아예 ‘뉴몰동’이라고 해서 한국의 여느 동네처럼 발음하기도 한다. 권 회장에 따르면, 뉴몰든 지역만큼 각양각색의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은 없다. 좁은 지역에서 함께 모여 살다 보니 여러 생활편의시설이 발달돼 좋은 면도 있지만, 부작용으로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아 프라이버시도 없어지고 한 번 사이가 멀어지면 다시 화합하기가 쉽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한때 뉴몰든 한인사회는 화합이 잘 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이 되는 한인사회라고 칭송받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회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무분별하고 몰상식한 일부 언론을 통해 상대방을 험담하면서 전체 분위기가 흐려졌다. 요컨대, 뉴몰든 지역 한인들의 화합 도모는 권 회장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필수과제가 됐다.

“영국인들, 제품 좋아도 매뉴얼이 콩글리시면 의심”

인천지역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 3년 복무 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다시 입학한 권 회장은 늦은 나이에 졸업해, 금호 아시아나그룹에 입사했다. 우수한 영어실력 덕분에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게 됐고, 1999년도에 금호타이어 영국 법인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행운도 얻었다. 2003년 말에 본사 발령이 났지만 막상 한국에 들어가려니 아이들 교육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아내가 영국의 대학원에서 한창 공부를 하고 있던 때라 회사에 사표를 내고 영국에 남아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04년 봄, 한국에 잠깐 나왔을 때 지하철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그만 MP3플레이어를 하나씩 들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권 회장은 당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제조한 MP3플레이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이라고 들었다. 이후 국내 제조업체 몇 군데를 방문하고, 관련제품을 수입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라 초기에 고생도 많았지만 몇 개월 후엔 거래처도 생겼고, ‘사업도 할 만 하구나’하고 만족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애플(apple)에서 아이팟 신상품이 나왔다. 품질, 디자인, 가격에서 모두 앞서기에 그간 수입했던 제품은 팔리지 않아 고생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가지 제품을 시도해 보았고 현재는 다양한 전자 제품 및 생활 용품들을 골고루 수입 판매하고 있다.

IT분야는 수명(Life Cycle)이 짧고 고장·수리 문제를 비롯해 신제품 출시에 따른 가격이 급락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권 회장은 “하지만, 그 보다 더 아쉬운 점은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사업초기 독일 전자제품 전시회에 가면 한국관에 나왔던 한국업체 수가 100여개가 넘고, 독특한 제품이 많았는데 요즘은 한국 업체수도 훨씬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품질, 디자인 면에서는 중국산과 별 차이가 없고 가격은 오히려 높아 한국산 제품만으로 사업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한국산 대 중국산(대만산 포함)의 비중이 5:5 정도 된다.

그는 중소무역업을 하는 입장에서 취급할 만한 한국산 제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 진출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으로, 제조업체는 제품개발 전부터 시장 수요를 철저히 하고,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차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영어권인 영국의 경우 영문 매뉴얼을 만들 때에는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이왕이면 현지인들에게 꼭 감수를 받으라고 충고했다. 영국인들은 영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매뉴얼에 이른바 ‘콩글리시’가 섞여 있으면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품질 수준을 의심한다고 한다.

한국인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자

재영한인회는 자선봉사 단체여서 한-영 교류와는 직접적 연관을 짓기가 어렵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선 단체에서도 일부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특히 문화교류는 커다란 걸림돌 없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권 회장은 “앞으로 얼마나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해 이러한 여러 과제를 추진해나가느냐 하는, 시간과 인력의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실행에 옮길 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는 “우선 봉사 인력을 확충하고, 이들과 협의해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영국 한인사회에서 생활하면서 그리고 한인회에 들어와 일하면서 느낀 것 이 있는데, 우리 동포들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것을 모토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하지만 어릴 적 배운 ‘흩어지면 죽고, 뭉쳐야 산다’는 교훈대로 자기와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단결해서 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우스갯소리인데 언젠가 어느 모임에서 오래전 한인회장을 지내셨던 분이 하신 말씀이 ‘한국사람 2명이 모이면 3개의 모임이 필요하다. 2명이서 각각 1개씩 모임을 만들고 2명이 합쳐서 또 하나를 만들기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 자신이 그런가 하고 한번 쯤 각자 되돌아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