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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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 기대한다”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2.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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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찬식 제7대 재중국한국인회장, 제45차 '재외동포포럼'서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년간 한·중 양국간에 전개됐던 각종 사안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으로써 한·중관계의 업그레이드에 착수하기를 기대한다!”

지난달 26일 취임식을 갖고 ‘화합·소통·봉사·실천’을 강조하며, 61개의 지역 한국인회와 함께 앞으로 2년 동안 재중국한국인회를 더욱 발전시킬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황찬식(사진) 재중국한국인회장은 “한·중관계가 한 단계 격상되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 자세를 견지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에 바탕을 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회장으로 취임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난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1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45차 재외동포포럼’에서 황 회장은 ‘발전적 한중관계의 모색과 전망’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박근혜 새 정부는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후에 보여준 외교행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좋은 정책과 외교적 성과는 반드시 계승하고 발전시켜 한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비현실적인 전략을 내세우고,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중국을 소홀히 했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역설적으로 남북관계가 어디까지 악화될 수 있으며, 중국이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는지 소위 ‘마지노선’을 알 수 있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중한국대사를 임명함에 있어 신중히 결정할 것을 당부하며, “중국을 알고 중국 정·관계에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지인들이 많이 있는 이른바 ‘중국통’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 교민들과 소통할 수 있고, 현지 기업의 애로사항을 살피고 배려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 회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사례로 들며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고, 전통적인 한·미관계 못지않게 한·중관계가 날로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면서, “지금은 비록 유명무실화돼 있지만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이 가지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꽌시(关系), 앞으로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

한·중 경제관계와 관련해 황 회장은 “한국기업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노동집약적 산업과 기계, 전자 등 가공 산업 등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 IT, 전기, 기계, 화학공업 등 기술집약형과 자본집약형 기업에서 투자경쟁력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서비스업’ 투자도 증가세에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한·중 양국이 서로 다른 경제 발전단계 속에 있지만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이 강하고, 양국이 이미 긴밀한 산업 분담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아직은 경제 분야의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에서의 인건비 상승뿐만 아니라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지적하며, “중국으로의 신규진출에 있어서 제조업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IT, 서비스산업 등 고부가가치산업은 아직까지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감안할 때 보다 큰 안목으로 진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황 회장은 중국 특유의 사교문화, ‘꽌시(关系)만 제대로 하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라는 구태의연한 마인드를 버릴 것도 주문했다. 시진핑 등장 이후로 중국은 관료들의 부정부패 척결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친분’보다는 현지 문화와 지식·정보를 충분히 갖고 진출해야만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황찬식 회장은 “조선족(중국동포)들이 주도하고 있는 중국 현지의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에 본인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며, 조선족과 한국인들의 화합과 소통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선족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에 현지 교민들이 적극 협조해줄 것을 부탁한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손석우 이사장의 질문과 관련해, 황 회장은 “60여개 지역 한국인회가 산재해 있는 중국에 한국학교는 단 10여개 밖에 없다”며 “나머지 학교는 모두 교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한글학교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200만 조선족뿐만 아니라 교민 자녀들에게도 한국에서 보내온 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지역 한국인회도 책보내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고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