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의 자랑거리가 되도록 연구소 발전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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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의 자랑거리가 되도록 연구소 발전시킬 것"
  • 우리신문(uri-news.com)
  • 승인 2013.02.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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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호성 KIST유럽연구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도이칠란트 현지법인인 KIST유럽연구소 소장으로 지난해 9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출신의 이호성(사진) 박사가 취임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국내 산·학·연의 대(對)유럽진출 및 협력 거점 역할 강화를 목적으로 제6대 소장을 처음으로 공개 채용했다.

한국 유일의 유럽 현지 국가연구기관인 KIST유럽연구소는 대한민국 공공기관 최초의 해외 현지연구소로 유럽과 한국간 과학기술 현지연구 수행, 기술교류 및 공동연구거점 확보,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지원을 목표로 1996년 자르브뤼켄(Saarbruecken)시 자를란트대학 구내에 설립됐다.

정부 기관의 해외 사무소 등이 도이칠란트의 어느 대학 또는 빌딩의 한구석을 빌려 간판만 걸어 놓은 곳이 대부분인 것과 달리 KIST 유럽연구소는 2000년도에 에너지, 환경,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위해 총 2,499㎡(756평)의 제1연구동을 완공하고, 2010년에는 국내 산학연 지원기능 강화를 위해 총 2,069㎡(626평)의 제2연구동을 준공해 글로벌 현지거점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본지는 부임 150일을 맞은 이 소장의 임기 중 역점 사업 및 KIST유럽연구소에 관한 이해를 위해 이호성 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언제, 어떤 동기에서 설립됐으며, 목적은 무엇인가?
: KIST유럽연구소는 1996년에 설립됐다. 1995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한-독 양국 과학기술 장관들이 도이칠란트 내에 한국연구소 현지 분소 설치를 합의하게 됐던 것이다. 연구소를 설립한 목적은 크게 △유럽 현지 연구를 통한 한국 과학기술의 국제화 촉진 △도이칠란트, 유럽연합, 동구와의 기술교류 및 공동연구 거점 확보 △한국기업들의 기술개발 활동 지원 등 3가지다.

KIST유럽연구소는 한국 출연연구원 최초의 유럽 현지 법인으로 알고 있다. 연구소를 도이칠란트에, 그것도 변방인 자를란트주(州)에, 자를란트 주립대 내에 설립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도이칠란트의 과학기술은 유럽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또한 도이칠란트 내에는 프라운호퍼 연구협회, 막스플랑크 연구협회, 라이프니츠 연구협회, 헬름홀츠 연구협회 등과 같이 우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연구소들이 많다. 그래서 도이칠란트를 선택하게 됐던 것이다. 연구소의 위치를 정할 때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자를란트 주정부의 과학기술진흥 정책과 연구소 설립 지원 정책이 타 지역에 비해 아주 우수하다는 것이 이곳을 선택하게 된 주요 이유다. 또한 자를란트 주는 도이칠란트에서는 변방이지만 유럽 전체를 두고 보면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데 유리하다는 것도 주요 선정 이유다. 자를란트 주립대학 캠퍼스에는 앞서 언급한 4대 연구협회 소속의 연구소들이 있다. 그리고 자를란트 주립대학의 많은 교수들과 학생들이 있다. 이런 주변 연구 환경은 연구소 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를란트 주립대에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KIST유럽연구소의 규모(직원, 재정 등)는?
: KIST유럽연구소에는 현재 50여명의 직원들이 있다. 그 중에서 도이칠란트인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고, 한국인을 포함한 10여개 나라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1년 예산은 약 70억원인데 그 중 80%는 한국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이고, 나머지 20%는 수탁사업으로 우리가 벌어들이는 것이다. 수탁 사업은 유럽연합과 한국의 기업체 및 공공기관에서 주로 받는다.

▲ 이호성 소장(왼쪽 네번째)과 연구소 각 부서장들.

KIST유럽연구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한다.
: KIST유럽연구소는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2009년에는 연구담당 소장을 별도로 영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학자인 만츠 교수를 초빙하였는데, 이 분의 지도하에 나노공학(Nano engineering)분야와 융합생명공학(Convergence Bio-science)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설립 목적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한국의 기업체를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체가 화학물질을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물질을 유럽연합에 등록해야 한다. 이른바 화학물질 규제제도(일명 REACH)에 물질을 등록하는 업무를 한국의 기업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25개의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이런 일 외에도 한국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요청하는 유럽의 기술동향 파악, 정보 분석 등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유럽현지에서의 인턴십 교육이나 석·박사 과정 학위논문 지도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6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KIST하면 꿈의 직장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소장으로 발탁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한국정부(교과부)와 KIST는 KIST유럽연구소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2012년도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소장을 선발했다. 즉 제5대 소장까지는 KIST에 근무하던 분을 소장으로 모셨으나 작년부터는 한국 내에서 공개모집 했다. 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약 25년간 근무했, 대전에 있는 여러 출연연구소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경력이 한국의 출연연구소들과의 협력을 통해 KIST유럽연구소를 발전시키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해 뽑은 것 같다.

KIST유럽연구소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는지, 간단한 이력을 소개한다면?
: 1986년에 KAIST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들어가 약 17년 동안 원자시계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원자시계란 시간을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시계로서 세계표준시간을 정하는데 사용된다. 2003년부터는 표준과학연구원에서 부장 등의 직책을 맡으며 후배들의 연구를 지원하는 일을 주로 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 2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융합단장으로서 한국의 나노·융합 분야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일을 했다.

3년 임기 중에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 KIST유럽연구소의 존재 가치는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과 유럽 사이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에 역점을 둘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선 우리 연구소 인근에 있는 연구소들과 같이 공동연구 할 수 있는 주제를 파악할 것이다. 또한 한국 내에 있는 출연연구소들이 유럽에 있는 연구소들과 공동연구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런 일을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한국의 연구소들과 유럽의 연구소들이 참여하는 공동연구 주제 발굴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연구자들이 유럽연합이 주관하는 HORIZON 2020과 같은 대형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연구자들을 KIST유럽연구소에 초빙해 유럽 내 관련 연구소 및 기관 방문, 기획활동 지원 등의 일을 하고자 한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 KIST유럽연구소는 도이칠란트에 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독립된 연구소다. 그렇지만 예산의 80% 이상이 한국에서 유입되고 있고, KIST(서울)의 관리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주 고객은 한국에 있는데 우리의 환경은 도이칠란트다. 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구비를 지원한 후에 연구결과도 빨리 내기를 바란다. 반면에 도이칠란트는 사회 전체가 느리게 움직인다. 우리 연구소의 제도는 도이칠란트식에 맞춰져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어렵다.

이외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은?
: KIST유럽연구소에서는 토요일마다 ‘한글학교’가 운영된다. 이곳에서 한글을 배우는 어린 아이들의 한국인 부모들은 KIST유럽연구소가 도이칠란트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 KIST유럽연구소가 재독 한국인 어르신들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도 큰 자랑거리가 되도록 연구소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 연구소가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켜봐주시길 당부 드린다.

[독일 자르브뤼켄=유종헌 /우리신문 UR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