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극장 등 관련자료, 디지털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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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극장 등 관련자료, 디지털화 시급"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1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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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CIS 고려인 공동체 무형유산 전승실태 연구 성과 발표회'

150여년의 역사를 맞이하고 있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CIS) 고려인 사회의 전통 공연예술 자료들은 대부분 개인소장 형태로 존재하며, 특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서 깊은 극단 '고려극장'의 관련자료는 디지털화할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됐다.

▲ 학술발표회에서 임영상 한국외대 교수는 'CIS 고려인 사회의 전통 공연예술 : 고려극장과 소인예술단'이란 주제를 발표했다.

임영상 한국외대 교수(글로벌문화콘텐츠연구센터장, 재외한인학회장)는 문화재청(청장 김찬)이 지난 16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개최한 ‘CIS 고려인 공동체 무형유산 전승실태 연구 성과 발표회’에서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화예술자료는 협회나 기관을 통해 수집이 불가능하다"며 "전통문화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단체들을 파악하고 이들 단체의 주요 인물들을 추적해 소장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서 임 교수는 '고려인사회의 전통공연예술: 고려극장과 소인예술단'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장례를 치루면서 고인의 물건을 함께 매장하거나 태우는 풍습이 남아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소장자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단체 소장자료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가들의 구술사 등 개인적인 소장자료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문화재청(청장 김찬)은 지난 16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CIS 고려인 공동체 무형유산 전승실태 연구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그는 특히 고려인 문화예술의 보존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고려일보'(전신 '선봉', 1923년)와 1932년 연해주에서 탄생한 극단, '고려극장'(전신 원동변강조선극장), 그리고 고려극장의 배우와 극작가를 배출해 온 '소인예술단'의 역사를 조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고려극장'은 땀과 정성이 깃든 공연을 통해 중앙아시아라는 새로운 터전 속에서 개척의 시련을 이겨나가고 있는 한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한민족의 민족문화를 부활 및 부흥시켜 나가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했다.

1937년 강제이주 속에서 고려극장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부활했고,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의 수많은 고려극장(한인극장)들은 '콜호즈(집단농장) 극장'이라 불릴 정도로 한인 콜호즈 순회공연을 자주 가졌다. 특히 고려인 문학의 등용문이었던 '고려일보'는 고려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이바지를 했다.

임 교수는 고려인 공연예술 활동의 주요 특징을 △연해주 지역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까지 연결 △전문예술단체와 아마추어예술단체(소인예술 활동가)가 함께 발전 △문학·음악·미술·무용·연극 등 다방면에서 활동 △독자적 한민족 전통예술에 이주지역 민족적 특색 첨가 △구소련 시기 북한의 영향을 받다가 독립 이후 한국 영향 받음 △고려인 공연 활동은 자발적으로 진행됨 등으로 설명했다.

요컨대, 1860년대 이후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은 다시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한 이후에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전통문화를 가꾸어 나갔다. 그러나 이들 고려인도 현지 문화와 교류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문화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며, 그나마 남아 있는 문화예술 자료들을 수집 보존하는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발표회에서 임 교수에 이어 △중앙아시아 고려인 구전설화의 수집성과에 대하여(이복규/서경대) △카자흐스탄·키르기즈스탄 고려인 사회와 무형문화유산(강현모/한양대, 이병조/한국외대) △우즈베키스탄·러시아 고려인 사회와 무형유산(안상경/충북대, 이병조/한국외대)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 이날 발표회에선 1960~70년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옛 필름(카자흐스탄영상물기록보존소 소장)이 상영됐다. 이 자료를 통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해외 한민족 극단, '고려극장'과 전문 예인을 공급해온 '소인예술단'의 존재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발표회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카자흐스탄 고려극장 ‘아리랑 가무단’의 공연 영상자료는 소비에트연방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고려인의 무형유산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와 북한의 예술 교류 흔적을 알 수 있는 영상으로 무용가 최승희의 자녀 안성희의 장구춤, 월북한 신민요 가수 왕수복의 아리랑 독창 영상 등 1950년대와 60년대 북한 공연예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도 함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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