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한국인의 품위’ 과연?
상태바
<데스크 칼럼>‘한국인의 품위’ 과연?
  • 코리아 포스트
  • 승인 2004.02.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 칼럼>‘한국인의 품위’ 과연?   (2004-02-08)


필리핀 외에 다른나라의 교민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글이다. 혼자 읽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글을 인용해 봤다.
.
『지난주 마닐라에 다녀왔다. 이틀에 걸쳐 팍상한 폭포와 따가이따이 관광에 나섰다. 마닐라에서 버스로 두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팍상한 폭포는 과연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 경치도 경치지만 이곳의 카누타기는 스릴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임에 틀림없는 듯했다. 우리 일행말고도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있었다.
.
카누 한 척에 둘 또는 셋씩 나눠타고 두 명의 보트맨이 앞뒤에서 노를 저어 20분 가량 강의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폭포수가 세차게 떨어지는 곳에 이른다. 폭포 아래서 소원을 빌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면 카누타기의 여정은 모두 끝난다.
.
카누타기는 보트에 앉아 귀족행세를 하는 쪽과 노를 젓다가 물 속에 들어가 보트를 밀고 당기고 하면서 힘든 노력봉사를 하는 쪽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노동력을 사는 한국인과 그것을 파는 필리핀인. 한국인의 돈과 필리핀인 노동의 ‘엽기적’ 조우. 다음 날 따가이따이 관광은 분화구에 물이 차서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 속에 있는 화산섬에 도착하여 마부가 부리는 조랑말을 타고 호안(湖岸)에서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여정이다. 마부 가운데는 건장한 청년도 물론 있었지만 열 두세살 남짓한 소녀, 육십은 족히 되어 보이는 촌부(村婦), 심지어 임산부까지 섞여 있었다.
.
한국사람 일색인 것은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잠시 넋이 나가 있는데 “이 기집애야, 왜 네 개지, 두 개야!” 귀청에 꽂히는 또렷한 한국말. 한국 청년 한 명이 야자가 한 개에 10페소면 천원에 네 개를 줘야지 왜 두 개를 주느냐고 현지 야자장수 소녀에게 따지고 있었다. 1페소가 21원 정도니까 말이야 옳은 말이다.
.
그러나 꼭 그런 식으로 산수 실력을 과시해야만 옳았을까? 그 날 저녁 우리 일행은 마닐라판 대학로라고 불린다는 아드리아꼬 거리구경을 나갔다. 심심찮게 눈에 띄는 한국어 간판들이 새삼 한국 자본주의의 힘을 느끼게 한다. 속에서 자긍심이 슬금슬금 자라나고 있는 찰라 눈을 찌르는 게시문 한 줄, ‘한국인의 품위를 지킵시다!’ 우리는 이 글귀를 아드리아꼬 거리의 한 호프집 벽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앞서 따가이따이에서 보았던 그 청년이 벌써 이곳을 다녀간 모양이다.』
.
이 글은 말레이시아, 싱가폴, 태국에서 발간되는 교민신문인 한나 프레스에서 나온 글을 발췌한 것이다. 위의 글은 외국인이 우리를 보고 쓴 것이 아니고, 본국에서 관광온 한국인이 쓴 것도 아니다. 우리와 같이 타국 땅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한국교민이 쓴 글이다.

어쩌면 우리와 가장 비슷한 여건에 살고있기 때문에 우리를 가장 편견없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재외동포들이 사는 그 많은 나라 중에서도 하필 왜 필리핀을 도마에 올렸을까? 바로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 현재 필리핀에 살고있는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한인회 슬로건이 ‘한국인의 품위를 지킵시다’였다. 품위는 한해의 노력만 가지고 지켜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