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족, 보이지 않는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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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족, 보이지 않는 소수자"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7.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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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우위성, 오히려 딜레마로 작용"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족들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소수자(Invisible Minority)'라는 특수적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 또는 한국여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재일조선족에 대한 실태 파악이 매우 어렵다. 민족 구별이 없는 일본의 국적별 외국인 통계에서는 재일조선족 인구를 객관적으로 알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와세다대학 권향숙 초빙연구원(국제관계론 박사)은 재외한인학회(회장 임영상)가 9일 오전 한국외대 교수회관 강연실에서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와 공동주최한 '조선족의 신이주와 콘텐츠 기획'이란 학술회의에서 "안 보이는 소수자(조선족)에 대한 일본사회의 관심 역시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동안 일본의 주요 신문(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닛케이)에서 '조선족'이란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 건수는 1,031건이었고, 이 중에 범죄 관련 기사 등을 제외한 조선족 관련 기사는 총 12건(1.16%)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 연구원은 이날 학술회의에서 '조선족의 일본 이주와 에스닉(Ethnic) 커뮤니티'이란 주제를 발표하며 안보이는 소수자, 조선족의 실태를 △이주초기 엘리트층 조선족의 일본행, 이주기간 장기화에 따른 저학력화 및 약년화 △지역간 이동 다양화 △조선족 사회내부 계층분화 △가족, 친구, 친척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 △다중·다언어적 상황과 특수성 △가족공간 변용 △장기체류자로서 국적 취득 등으로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일본에서의 조선족 에스닉(Ethnic) 커뮤니티는 '초국가화'와 '경계 심화'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 규정되어 있다"며 "이들의 커뮤니티는 현대적인 이동 성격을 띤 3세대의, 다양한 조선족들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이 말하는 '현대의 이동', 또는 '제3의 이동'이란 글로벌화와 더불어 관찰되는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적인 재편과 변동이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이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한·중·일어에 영어까지 겸비한 지식인이나 기업가 계층이 일본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재외한인학회(회장 임영상)는 9일 오전, 한국외대 교수회관 강연실에서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와 공동으로 '조선족의 신이주와 콘텐츠 기획'이란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언어적 우위성은 자녀교육에 있어 오히려 딜레마를 양산한다. 두세가지 언어를 다스리는 바이링걸(bilingual)이나 투리링걸(trilingual)이 아니라, 오히려 한가지 언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쎄미링걸(semiligual)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이런 점에서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조선족 여성회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여성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아이들의 교육, 특히 언어교육이다. 재일조선족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다언어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거주지의 일본어냐, 출신국의 중국어냐, 민족어인 조선어냐 등에 대해 각자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여성회가 꾸준히 전개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말 교실은 취약하지만 소중한 실천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조선족, 한인 집중거주지 중심으로

이날 학술회의에서 민병갑(사진)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및 퀸즈대 석좌교수와 김미란 연변대학 외국어학원 부교수는 '뉴욕 플러싱 지역의 조선족 이민자'를 발표하며 "미국의 조선족 이민자가 2~3만명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가 거의 없고, 이들은 주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뉴욕 플러싱, 뉴저지 한인타운, LA코리아타운 등에 집중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플러싱 지역에 사는 조선족 이민자들과의 면담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고, 경제적 정착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왔다. 또한 경제적 적응과정에 있어 한국인이 먼저 와 사업을 했던 측면이 자신들의 경제적인 터전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게를 세울 때 실제로 도와준 계층은 조선족 동포들이며, 한국인 또는 중국인 간의 교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 교수는 재한·재일조선족들처럼 재미조선족들이 나름대로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직후에는 재외한인학회 총서 제3권인 '우리가 만난 한국: 재한 조선족의 구술생애사'의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됐다. 임영상 재외한인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출판기념회에는 서울시 김형주 정무부시장, 외교부 안영집 재외동포영사국장, 윤인진 고려대 교수, 박우 한성대 교수, 여호규 한국외대 역사문화연구소장, 예동근 부경대 교수, 김윤태 동덕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