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중국동포정책 현실에 맞게 해야"
상태바
"CIS·중국동포정책 현실에 맞게 해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6.05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외한인학회, 질 높인 '미래지향적 재외동포정책' 방향 제시

CIS(독립국가연합) 고려인과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정책'도 폐지돼야 하지만, 이들 지역이 안고 있는 역사와 현실을 감안해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4일, 재외동포영사국과 재외한인학회가 지난 4일 공동 주최한 'CIS, 중국 등 소외지역 재외동포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이병조 한국외대 교수는 고려인 공동체가 당면한 현안을 △농업 △교육·문화예술활동 △국내 체류 고려인 지원 등으로 분석하며 맞춤형 정책을 위해선 지원의 '양'이 아닌 '질'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병조 한국외대 교수

이 교수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영농지원 성과를 예로 들고 지역 생산물이 '생산-유통-판매-수익창출' 구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그 해결방안으로 △향후 국·내외 식량(곡물) 및 농업문제 재인식 △연해주-한국-주변국 잇는 농업경제 벨트 구축 △한국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유통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또 고려인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 및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관련해 우수리스크의 '고려인문화센터'를 예로 들며 재정 및 인력지원이 부족하고, 소유와 운영권을 두고 한국 측과 현지인 사이에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 특히 외교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인 유학생 선발 과정에 있어서는 한국어 능력 중심보다는 전체과목 성적과 성실성을 기준으로 선별하고, 현지에서의 유학박람회 개최를 통한 홍보지원, 구비서류에 있어 '1만불 은행잔고증명서 규정' 폐지 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 사할린 문제와 관련해 "한인들의 근거지가 최근 급속히 훼손되고 있기에 기억보존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며, 이와 연계한 민족문화 교육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원로 고려인, 조선족의 사망으로 한민족전통문화자원(무형문화유산)들이 소실되고 있다"며 "정부와 학계, 연구자들을 통해 이를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방일권 한국외대 교수도 "사할린 한인 지원은 인도적, 역사적 과제의 해소를 통한 국격 고양의 과제만이 아니라 새로운 동포정책의 제시 및 이와 관련되는 외교관계의 해결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일본의 지원법률을 사례로 들며 사할린 한인정책은 국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동북아, CIS를 아우르는 정부 내 통합TF 구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다문화와 재외동포, 연관성·차별성 구분해야"

▲ 예동근 부경대 교수

예동근 부경대 교수는 중국동포 정책을 분석하며 "다문화와 재외동포의 연관성, 차별성을 잘 구분하고 장기비전이 있는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 교수는 "특히 다문화가족 출신의 국회의원, 탈북자 출신의 고위관료 등의 출현은 중국동포의 정치참여를 자극하고 있다"며 "현재 40만명 이상의 중국동포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치참여가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향후 민감한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문화 보존과 관련해 "연해 중심의 동북3성 지역에서 전통집거지 해체로 '살아 숨쉬는 민족박물관'이 사라지고 있다"며 "전통집거지 기능복구와 개선은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학교-마을-집거지-초국가적 연결망'을 구축해 가족의 '정서적 재결합', '민족정체성 안착'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예 교수는 "현지에서 성공한 재일본 조선족 등 세계 각 국가에 분포한 조선족 연결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을 축으로 재외 조선족 연결망 구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우 한성대 교수는 재한조선족 지원정책 방향으로 △정부차원의 재한조선족 실태 및 의식조사 필요 △민족주의 시각과 보편주의 시각의 결합 △전통문화 일변도의 모국문화체험에서 차세대 및 유학생을 고려한 현대한국사회 체험으로 전환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국 체류 조선족에 대한 일련의 정책은 중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동포성만을 너무 강조할 경우 중국 국적 한족을 포함한 기타 민족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고, 이는 중국 내 조선족과 한족 간의 불필요한 불신과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동포 교육 지원과 관련해 최우길 선문대 교수는 "한국의 교육계는 중국 조선족 교육이 '중국의 학교, 공산당의 학교, 민족특색의 학교'라는 원칙을 잘 인식하고, 조선족 민족자치 및 교육정책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서로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상 한국외대 교수(재외한인학회 회장)는 "언어교육은 문화와 역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어는 한국문화 속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문화지원 정책에 있어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조선족문화전자대전' 사업, 문화재청이 담당하는 '고려인무형문화자원조사' 사업 외에 한류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사업 등도 시급히 추진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외동포영사국과 재외한인학회는 내달 3일, '미래지향적 재외동포정책 방향 - 차세대 재외동포 네트워크 활용'(연구책임 이진영 교수)이란 주제로 두번째 정책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외한인학회는 총 3차에 걸친 정책세미나를 가진 이후, 연구진의 현지조사연구 등을 수행해 9월 최종 연구결과보고서를 재외동포영사국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