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들녘에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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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들녘에 펄럭이는 새마을 깃발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2.05.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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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새마을회, 도민 정성 모아 마을도서관 건립 추진

"새마을운동 글로벌화 통한 새로운 접근방식의 한류 기대 모아"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손으로 만드세~"

1970년대 한국경제 발전의 성장 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의 노래 3절 가사의 일부분이다. 4~50대 이상 중장년층에겐 아련한 향수마저 젖게 만드는, 고 박정희대통령 작사‧작곡의 이 새마을노래에 담긴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은 이제 본토 대한민국을 넘어 한류열풍의 또 다른 모습으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 삼아트 소난차이 학교장과 양해각서 체결중인 강원도새마을회 박종인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베트남 국경 방면 남동쪽으로 약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소난차이’라고 불리는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이 있다. 새마을중앙회(회장 이재창)가 새마을운동 정신을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심어주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해외중점프로젝트로 나라마다 시범마을을 선정, 지원육성하고 있는데, 이 마을 역시 그중 하나이다.

프레이벵주에 속한 인구 500여명의 이 마을은 프놈펜에서 차로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바지선을 타고 강을 건너 들어가야 할 만큼 도로여건도 열악한, 작고 외진 마을이다. 이 마을의 숙원사업이었던 마을진입로 6킬로미터 포장공사가 새마을중앙회의 지원으로 착공 1년여 만인 지난해 드디어 완공됐다. 우기만 되면 오토바이도 진입이 힘들어 초등학생들도 등교를 포기해야만 했던 진흙길이 번듯한 ‘신작로’로 변신한 셈이다.

강원도새마을회(회장 박종인) 역시 중앙회와 공조하에 지난 수년째 캄보디아한인회(회장 박광복)와 함께 새마을운동의 해외전략추진사업의 일환으로 이 마을을 새마을시범마을로 지정,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환경 개선사업과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옴으로서 새마을운동이 국경을 넘어 머나먼 이국땅까지 확산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강원 소난차이 초등학교를 방문한 새마을회 봉사단원들.

이 작은 농촌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 내 교실 신축동도 작년 강원도민들의 정성과 노력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낡고 지저분한 책상도 새 책상으로 교체했다. 그래서 학교 이름도 강원-소난차이 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작년 봄 5월 300여명의 마을주민들과 현지정부 고위관료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완공식을 가졌다. 그동안 교실부족으로 학교나무 그늘에 책상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수업을 들어야 했던 학생들이 지금은 새 책상에 앉아 수다도 떨며 쾌적한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강원도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을 기반으로 우수 장학생들을 선발해온 새마을회의 장학사업도 벌써 만 2년째를 맞이했으며, 올해는 후원을 희망하는 독지가들이 더욱 늘어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들의 수를 배로 늘릴 예정이다.

▲ 새마을회 회원을 환영해주는 강원소난차이학교 학생들.

금년도 강원도새마을회 목표는 마을도서관 건립사업이다. 이를 위해 현재 도민들을 대상으로 ‘캄보디아 도서보내기 운동’을 한창 전개중이다. 새마을회의 취지를 공감한 강원일보사(사장 이희종)도 홍보활동에 적극 나서 도민들이 보내오는 도서와 성금을 모으는 등 벌써 한달여 째 도서관 건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고 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강원도새마을회 박종인 회장과 강원일보사를 비롯한 언론사와 민간후원단체 회원들이 이달 15일경 직접 마을을 방문, 돼지도 잡아 마을잔치를 열고, 주민 간담회를 통해 마을 발전을 위한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강원-소난차이 초등학교에는 현재 약180여명의 어린학생들이 재학중이다. 학부모 대부분이 메콩강 지류를 따라 쌀농사를 주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근에 보건소는 커녕 구급약 등 기초적인 보건의료약품장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한달 평균농가소득이 100불도 채 되지 않는 절대적 빈곤층이 대부분이다. 수도는 물론이고 전기조차 제때 공급받기 힘든 전형적인 캄보디아 농촌마을로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가난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던 보잘 것 없고 평범한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째 전개해온 대한민국發 새마을운동은 이 마을에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던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길가에서 마주친 아이들에게선 해맑은 웃음이 가득 배어나고, 논두렁으로 일을 나선 농부들의 표정엔 그늘진 주름 대신 희망이 샘솟고 있다. 가난에 찌든 다른 인근 마을에선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새마을중앙회와 강원도새마을회 등이 수년 째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인 지원과 꾸준한 관심속에 일궈 낸 그 동안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새마을중앙회 국제협력사업부 안성일 과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새마을운동 글로벌 프로젝트는 기존 국제 NGO 단체들의 활동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물질적, 경제적 도움뿐 만 아니라 주민들의 의식구조개혁에 보다 중점을 두고 스스로 잘사는 마을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 및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에 주력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마을중앙회는 글로벌화 전략의 성공적 추진하기 위해 10여년 가까이 매년 정기적으로 현지새마을지도자육성을 목적으로 한국초청 연수교육을 실시해왔으며, 현재까지 동남아 개발도상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백여명의 현지출신 새마을지도자들을 양성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한국연수를 통해 새마을지도자로 거듭난 삼 아트 초등학교장을 비롯한 소난차이 마을주민들은 이제는 새마을 정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새마을정신 고취는 물론 마을발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증대를 위해 마을주민들이 모여 기존 쌀농사 외에도 옥수수와 감자, 고추 등 환금성 대체작물재배에도 관심을 갖고 공동재배 및 출하사업을 지자체 관계기관과 추진협의중이며, 도로주변정리와 수로확장정비 등도 함께 협력하여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의 이러한 성과가 처음부터 쉽게 뿌리를 내리고 성공을 거둔 것은 결코 아니다. 아프리카 등 다른 저개발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부 선진국들의 퍼주기식(?) 지원에 익숙해져버린 현지마을주민들에게 스스로 잘사는 마을을 만들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을 시키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캄보디아 새마을 시범마을 진입로 포장공사 착공식 행사.

특히, 과거 킬링필드로 대변하는 70년대 폴폿정권시절 집단협동농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악몽을 기억하는 노년층 주민들에게 '함께 힘을 모아 일한다'는 문구 자체가 머릿속에 잠재되어 온 일종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것으로 두려움의 대상이기까지 했다.

박종인 강원도새마을회 회장은 우리도 처음엔 새마을운동의 성공여부에 반신반의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비록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장과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도움을 준다면 이들도 분명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글로벌시대를 맞이하여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새마을 정신은 새로운 장르의 한류로 국제사회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새마을회가 중심이 되어 전 세계가 인류공동체로서 다함께 잘사는 지구촌마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이 작은 농촌마을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농촌 푸른 들녘 전역에 새마을 깃발이 초록빛 희망을 가득 품은 채 나부낄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