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혐의 캄보디아 한인 여성 판결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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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혐의 캄보디아 한인 여성 판결 향방은?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2.03.0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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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국과수 전문가 급파… 재판 결과 주목

작년 6월, 모 가라오케 종업원인 김양(37)과 조양(32)이 거주하고 있던 프놈펜 뚤꼭구(區)에 소재한 한 아파트 욕실에서 한국인 정씨(43)가 드라이 줄에 목이 감긴 상태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이들 여성이 살인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미 JTBC를 비롯한 한국의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기사로 다룬 바 있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교민사회에서도 그동안 진실에 관한 수많은 공방이 갑론을박 오고갔다.

▲ 김양과 조양이 살인혐의로 수감되어 있는 프레이 쏘 교도소.
그리고 장장 9개월간의 긴 수감 끝에 지난달 28일 프놈펜지방법원 1호법정에서 첫 번째 재판이 열렸다.

캄보디아 경찰은 △김양과 사망한 정씨 간에 다툼이 자주 있었던 점 △사체의 목에서 발견된 자국이 평행하다는 점 △사체의 가슴에서 손톱자국과 두 눈과 입술에 피멍이 든 점 △피의자의 손에서 발견된 상처 등을 들어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보고 사건발생 시점과 장소에 함께 있었던 두 여성에 대한 구속의견을 냈으며 현지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난 28일 프놈펜지방법원 1호법정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한인 여성들은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양은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것을 두고 정씨와 말다툼을 한 뒤 정씨가 자살했다"면서 "나는 절대로 (정씨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양과 함께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조양 역시 살인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사가 제출한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의 검안의견서를 서기가 낭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변호사를 통해 판사에게 국과수의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국과수의 기능, 역할,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검안보고서는 "목에 난 자국이 평행한 것은 앞부분의 모습일 뿐 옆에서 보면 U자 형태인 자살의 형태를 띠고 있고, 피의자의 손에 난 상처 역시 규칙적이어서 (살해를 가정하여) 박씨의 저항으로 인해 생긴 상처라기보다는 원래 있던 상처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검안의견서를 재판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판결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캄보디아측이 한국 법의학 전문가의 토론을 수용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원) 전문가 1명과 실무직원 1명을 어제 6일 밤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했다.

수도 프놈펜에 도착한 국과원 법의학 전문가는 9일 선고공판에 앞서 7일이나 8일 캄보디아 법의학 전문가와 토론을 할 예정이라고 현지 교민지는 속보판을 통해 전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우리 과학수사의 실력과 권위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에 캄보디아 측이 토론에 응한 것"이라면서 "양국 전문가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망한 채로 발견된 정모씨가 살해당했다는 캄보디아측 검안 의견과 달리 국과원은 자살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현지 신문 기사에 따르면 검사 측은 사진만을 분석한 국과수의 검안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날 경우 즉각 항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 표명이 있었던 만큼, 캄보디아 법정이 대한민국 국과수의 자료를 얼마나 신빙성을 갖춘 자료로 인정할 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6일 오전 박광복 프놈펜한인회장은 한인회 임원들과 함께 프레이 쏘 교도소를 찾아 수감중인 두 여성과의 면회를 마친 후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은 "캄보디아 법정에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외국 과학수사기관(국과수 지칭)이 제출한 자료를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소명기회까지 제공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캄보디아의 후진적 재판 관례로 보았을 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캄보디아 법정의 이러한 진일보한 태도 변화는 무엇보다 본 사건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아무쪼록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양과 조양이 교도소에 수감된 지 벌써 9개월째. 어떤 판결이 나올지 캄보디아 교민 모두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종 판결은 3월 9일(금) 오전 프놈펜 지방법원 1호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