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혐의 한국인 여성, 26일 최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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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혐의 한국인 여성, 26일 최종심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2.07.1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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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파견 전문가, 법정서 '자살' 소견 밝혀

지난해 5월 한국인 정모 씨 사망사건과 연루되어 캄보디아 교도소에 구속수감 중인 한국인 여성 두 명의 최후진술을 위한 공개재판이 지난 11일 오전 8시 30분 경 프놈펜 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 속개됐다.

이날 재판은 처음 사건현장을 목격한 아파트관리인을 비롯, 현지 검안당국 담당경찰들이 나란히 증인들로 나서 사건 전말과 조사 내용 등에 대해 1시간 넘게 재판관과 검사 측의 질문에 답변했다.

뒤이어 지난 3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캄보디아를 방문,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선 국립과학연구소 소속 법의학팀 김형중 박사는 법정에서 자살과 타살의 일반적 차이점을 미리 준비해 온 프로젝터 자료화면을 통해 상세히 설명, 이번 사건이 타살이 아닌 단순 자살사건임을 증명해보였다.

김 박사는 죽은 정모 씨의 경우 타살 직후 신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좁쌀 크기의 붉은 반점이 안구나 눈속 피부, 그리고 구강 등 점액질 피부 등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며, 목이 졸려 살해당한 경우 얼굴과 다른 신체 부위의 피부색이 달라지는 일반적인 신체변화 현상 역시 정모씨의 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정모 씨가 살해됐다는 증거로 내세운 일자형으로 된 목 부위 전기줄 자국 흔적 역시, 전기줄의 압박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닌, 정모씨 피부근육에 원래부터 있던 주름자국을 경찰이 오인 추정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자살에 사용된 전기줄 자국이 목부위를 중심으로 U자형으로 나 있음을 증거사진을 통해 설명했다.

그 외에도 전면 목부위 전기줄 자국이 비스듬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살자가 어떠한 자세로 자살했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정모씨의 목에 난 흔적 역시 구부정한 자세에서 목을 맬 경우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현상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모씨가 자살했다는 정황적 증거로 시신에 상처나 피멍 등이 없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타살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전기줄 자국이 목전체 둘레에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90킬로에 가까운 거구의 남자가 더욱이 체구가 작은 두 여성들에 의해 강제로 목이 조였다고 가정했을 때 발목이나 손목 등에 저항한 흔적이나 멍자국 등이 발생하는 것이 매우 통상적인데, 두 여성의 신체는 물론이고, 정모씨의 몸에서는 그러한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이는 정모씨가 사건 당일 “우발적 충동에 의해 저지른 명백한 자살”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김 박사는 목을 맨 정모씨를 살리려고 애썼다는 두 여성의 공통된 진술과 달리, 정모씨를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공모, 살해 직후 방에 있던 전기줄을 가위로 일부로 잘라 거짓 알리바이를 꾸몄다는 현지 검찰 측이 밝힌 조사결과 역시도 진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90kg 가량의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늘어난 상태의 전기줄을 잘랐을 때와 정상적인 상태에서 잘랐을 때 잘려진 전기줄 단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직접 비교사진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 김양과 조양이 살인혐의로 수감되어 있는 프레이 쏘 교도소.[사진=박정연 재외기자]

실제로 경찰에서 증거로 제시한 사진 속 현장에서 발견된 전기줄은 무게의 압박 때문에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전선을 감싼 내피가 인장력의 미세한 차이로 외피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국과수 한국법의학팀의 과학적 수사를 기초로 한 증거제시와 논리적 반박이 연이어 이어지자, 담당검사는 물론이고,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현지경찰들과 사건관계자들도 한국법의학팀의 첨단수사기법에 놀라움과 함께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모 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1년이 넘는 긴 수감생활로 치아까지 빠진 상태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본인 역시 이번 사건의 더 큰 피해자"임을 거듭 강조했고, 조모씨 역시 "만약 내가 사람을 죽였다면 도망부터 갈 생각을 하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전신 마사지까지 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겠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에 호소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한인회 박광복 회장과 조성일 수석부회장 등 한인회 임원들이 오전 내내 진행된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박 광복 회장은 "세계최고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는 대한민국 과학수사팀이 해외에서 발생한 교민사건에 까지 증인으로 참석, 억울한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동안 외교통상부와 직접 한국법의학팀까지 파견한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노고에 대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두 한국인 여성에 대한 1심 최종판결은 이달 26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참고로 그동안 외국법의학팀이 자국민보호를 위해 현지법정에서 직접 진술한 사례는 캄보디아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만큼, 이번 국과수의 증거자료가 과연 현지 재판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또한 검사측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본 사건이 명백한 살인 사건임을 여러차례 주장한 만큼 만약 26일 1심에서 무죄로 판정날 경우 캄보디아 검사측이 과연 항소를 할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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