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학당>, <세종교실>과 재외동포 한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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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세종교실>과 재외동포 한국어교육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1.05.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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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항록 편집위원 / 상명대 교수, 전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조항록 본지 편집위원
2007년 1월 12일 국내의 주요 신문에 <세종학당>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전날 문화관광부 장관이 2007년도 업무 보고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가 한국어의 국외보급을 위하여 세종학당을 설립·운영하겠다고 밝힌 데에 기인한다. 마침 기자 간담회 수일 전에 중국의 공자학원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보도가 있었던 터라 우리 정부의 세종학당 추진이 갖는 뉴스 가치는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종학당>의 추진에 큰 변화 두 가지가 있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한국어교육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 국외보급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큰 변화이다.

하나는 <세종학당>이 국가 브랜드 통합 정책에 따라 한국어 국외보급을 담당하는 현장 교육기관의 대표 브랜드로 국가브랜드위원회로부터 인정을 받은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세종학당>을 추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원래 의도했던 정부지원의 교육기관 신설에 국한하지 않고 기존 한국어교육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국가 브랜드로서의 <세종학당>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정부 내 여타 부서가 맡고 있는 국내외의 한국어교육 기관 중 일부에 <세종교실>이라는 브랜드를 부여함으로써 한국어교육기관의 브랜드 통합효과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4월 현재 <세종학당>은 16개국에 28곳이, <세종교실>은 20개국에 59곳이 설치되었는데 이는 세종학당 추진의 초기인 2008년의 6개국 18곳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규모이다.

<세종학당> 추진은 초기에 사회적 관심이 높고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만큼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정부 내에서는 예산 확보에 실패하였고 국외에서는 기존 한국어교육기관과의 갈등이 야기되기도 하였다.

한국어의 국외보급 정책에 대한 정부 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 이미 다양한 유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던 한국어 국외보급 정책과의 협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종학당> 추진 예산의 증액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국외에서의 기존 한국어교육기관과의 갈등은 바로 재외동포 한국어 학습자와 관련한 부분이었다. 오랜 기간 한국교육원, 한글학교가 재외동포 자녀에 대한 한국어교육을 맡아오던 상황에서 세종학당이 가세함으로써 일부 지역에서는 일종의 학습자 쟁탈전이 우려되었다.

그러나 최근 <세종학당>을 추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유관 부서가 협의하여 국내에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국외에서는 기존의 한국교육원과 한글학교에 <세종교실>을 운영하기로 하고 이미 여러 곳에 <세종교실>이 지정되었다. 한국어 국외보급과 관련하여 정부 내 귀중한 협력 사례로 꼽힐 수 있다. 기존의 교육 체계를 존중하면서 대외적으로 한국어 교육의 브랜드화, 체계화를 이루어 나감으로써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국외만을 볼 때에는 오랫동안 한국어교육의 최대 수요자 집단으로 존재해 왔던 재외동포 집단을 대상으로 정부 내 부서가 협력함을 의미하기에 앞으로 예산확보 등이 수월해질 것이고 현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적극적인 교육 실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국외 한국어교육 현장에서의 정책 공조는 이제 시작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세종교실>은 미래지향적인 하나의 브랜드일 뿐이다. <세종교실>이 기존의 재외동포 교육기관에 대한 브랜드 덧씌우기 차원을 넘어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도전이 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 사이에 좀 더 긴밀한 협조체계가 수립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지 동포 사회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렴해야 하고, 효율적 교육실시를 위한 관련 전문가와의 협력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예산의 확보와 함께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현장에서 제기되는 쟁점의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문화경쟁의 시대에 740만 재외동포는 우리문화 전파의 최대 수요자이면서 동시에 최대의 동반자이다. 그리고 문화 전파의 한가운데에 우리말과 글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재외동포 후세에 대한 한국어교육을 위한 유관부서 간 협력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세종학당>과 <세종교실>은 바로 이를 위한 시금석으로서의 가치도 갖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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