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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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시단] 할머니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1.05.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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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 재독한국문인회 회원, 제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가작

 

할머니


딸기를 씻다가
낯익은
할머니의 복스러운 코를 만났다.

할머니는
틈틈이
컴컴한 부엌 부뚜막에
물 한 그릇 떠놓으시고
두 손 모아 지성 기도를 올리셨다.

남해 바다에서 잡아 올린 구수한 꽃게탕
향그럽던 호박잎 쌈장 밤
따끈한 국밥 속에 우러나오던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지금도
외갓집 대문에 들어서면
물 묻은 손
행주치마에 닦으시며
아이고, 내 강생이 오나
반기시는 목소리로
할머니가
컴컴한 시골 부엌에서
금방 나오실 것 같다.

사십 년 세월 훌쩍 건너
오늘
바다 건너 멀리 살고 있는 이곳까지
내 코끝에 전해지는
할머니의 진한 딸기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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