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선급협회 근무하는 최희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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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급협회 근무하는 최희선 씨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07.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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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희선”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최희선 씨에게는 독일 이름이 없다. 자칫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1.5세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희선 씨는 엄연히 파독광부 출신의 아버지와 파독간호사 출신의 어머니를 둔 독일 태생의 이민 2세대다.

이름이 무슨 뜻을 갖고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희선 씨는 수줍게 웃음을 지었다. 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6개월 연수를 받은 것이 고작인 희선 씨의 한국어 실력으로는 글자마다 뜻이 담긴 한국어 이름의 의미가 아직은 낯설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꼽히는 인기 탤런트의 이름이 ‘희선’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희선 씨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으로 환하게 웃었다.

독일의 친구들은 희선 씨를 부를 때 ‘하이서운’이라고 발음한다. 희선 씨의 영어이름 표기(Hi-Seon)를 독일어 발음으로 그대로 부른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에서의 이름은 ‘하이서운’이라고 불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희선 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희선’이라고 발음을 정정한다”고 설명한다.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할 이름의 운명치고는 꽤나 성가신 일이겠다 싶었지만 막상 희선 씨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내가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나는 한국인이고, 내 이름은 ‘희선’이라고 부른다고 그때마다 설명하죠. 그런 일이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희선 씨는 오히려 그게 왜 어렵고 불편한 일이냐는 듯이 기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독일 국제인증기관인 선급협회에서 운영 및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희선 씨는 이번 13회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다. 2002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지난 해 세계한인경제인협회(월드옥타)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 또 한국을 찾은 것이다. 한국을 찾는 것이 희선 씨에게는 어른이 된 이후 갖게 된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처음 한국어연수차 왔을 때는 월드컵 기간이었어요. 굉장했어요.” 희선 씨는 뭔가 더 당시에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설명할만한 단어가 없을지 오래도록 고심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희선 씨는 안타까움과 흥분이 교차하는 표정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말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갖가지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것이 무엇보다 기대된다는 희선 씨는 “부모님은 늘 집에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희선 씨는 늘 한국을 좋아하고 그리워했다는 부모님들이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을 한다면 내가 낳은 아이도 한국 이름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희선 씨는 “만일 독일인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한국어와 독일어가 모두 들어간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한인차세대 대회에는 유난히 한국어 이름을 가진 참석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거주국의 언어로 된 이름과 한국어 이름을 모두 쓰는 경우도 있지만, 거주국의 언어로 된 이름만을 쓰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요즘의 추세에서 “자신의 이름을 쓸 때마다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는 희선 씨의 이름이 더욱 예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