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인들 사로 잡은 한국의 전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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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인들 사로 잡은 한국의 전통문화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0.07.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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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27인 전시회 개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아르헨티나인들을 흠뻑 매혹시켰다.

중남미한국문화원(원장 이종률)은 지난 8일 오후 7시 서울무형문화재기능보존회(이사장 김복곤) 소속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 27인의 작품 90여점을 현지사회에 선보였고,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김복곤 이사장(악기 제작)과 권무석씨(활 제작), 심용식씨(창호 제작)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했다.

개막식에서 김병권 대사는“이번 전시회를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3인의 장인들은 한국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보적인 존재”라고 치하했다.

아울러 “역사를 뒤돌아 볼 때 과거 거대한 용광로 같은 중국에 의해 소멸된 주변국들이 수 없이 많지만 5천년동안 생존해 온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이 같은 저력은 한국문화가 가진 깊이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은 오랜 세월을 통해 물질적인 번영보다는 문화적인 발전을 추구하며 살았고, 이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애국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복곤 이사장은 “전통공예는 민족 고유의 의식과 생활양식, 종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담아 낸 귀중한 문화유산인 동시에 새로운 예술관을 창조하는 밑바탕과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비록 인종과 언어는 다르지만 아르헨티나에 있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전통문화를 구현한 아름다운 멋과 복장으로 서로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 큰 감동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가 동포들로 하여금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의식을 불어넣어 줄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전시회를 후원한 김병권 대사, 이종률 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및 시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끝으로 이종률 문화원장은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3인의 장인을 한 사람씩 소개한 후, 김 대사, 이 원장, 김 이사장은 아래층에 마련된 개막 테이프를 절단했다.

권무석씨, 심용식씨는 문화원 후원에 마련된 무대에서 활과 창호의 제작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답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숙종시대부터 300여년간 12대째 조상의 과업을 이어 왔다는 권무석씨는“한국의 각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500m까지 쏠 수 있고, 갑옷을 뚫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양궁과 비교할 때 가볍고 부드러운 점이 특징이며, 대나무, 뽕나무, 물소뿔, 소힘줄을 사용해 절대 부러지지 않고 장력이 강하다”면서 “과거 한국이 800번 이상 외침을 받았지만 멸망하지 않았던 것은 활의 힘의 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권씨는 각궁의 제작기간은 3개월이 소요되며 연간 60∼70개가 생산되는데 여름에는 접착제가 썩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은 겨울에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부시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와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 등 국가원수방문 당시 자신이 제작한 각궁이 선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되고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한국의 혼이 담긴 업종이라는 자부심과 장인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창호를 제작하는 심용식씨는 “궁궐, 절, 민가, 살림집, 남자 방, 여자 방 등의 창살을 제작하는데 한국 소나무만 사용해 향이 좋고,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게 특징”이라며“무형문화재는 직종마다 한 사람이 기술을 전수하고 전부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은 점이 애로사항이지만 전통문화를 이어간다는 긍지로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전시회의 목적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동포들이 우리의 훌륭한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서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한편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신비로움, 독창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데 있다”며 “언젠가는 현지 박물관 등 작품을 항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옻칠, 연, 매듭, 나전, 은공, 민화, 옹기, 단청, 옥 등 다채로운 한국 전통문화의 볼거리가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이 달 말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