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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록문학 통해 아버지 명예 회복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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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록문학 통해 아버지 명예 회복한 사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5.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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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우 정자정보기술인클럽 회장
“해외에서 발행된 기록문학이 없었다면 아버지 명예를 회복할 길 없었을 거예요.” 윤정우 전 정보전자정보인클럽 회장은 하와이총영사관 1등 서기관으로 일했던 아버지 윤범수씨의 기록을 화평윤씨 족보에 올릴 수 있었던 사연을 얘기해 주었다.

28일 재외동포재단 자료실에서 그는 눈시울을 연시 닦았다.

“하와이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는 1950년 일시 귀국했다가 6.25전쟁으로 납북됐습니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이야기지요. 문제는 지금껏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일했던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어처구니없게 아무도 아닌 사람이 돼버린 것이지요.”

가족들에 대한 서신, 사진 자료가 선명히 남아있지만, 외교부의 자료는 1950년 이전 것은 남아있지 않아 공식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윤 씨에게 이는 한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았고, 평생 동안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 일생의 숙제라고 여기고 백방으로 다니게 된다.

그러던 그는 얼마 전 재외동포재단 자료실에서 한권의 책을 발견한다.

<하와이의 한인들>이라는 사진집. 여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총영사와 함께한 포즈가 명확히 담겨있었다. 사진을 찍은 미국 기자는 설명글로 윤범수 부영사라는 기록을 정확히 남겼다.

“수 십년 동안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국내에서 외교부 등 각 정부부처에 전화를 걸어도 소용없어 가슴앓이만 하던 저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어요.”

나아가 그는 하와이에서 분명 이 자료집 말고 신문이 발행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연이어 초기 발행인이었던 <태평양잡지·태평양주보>(국사편찬위, 2005)에 아버지 이름과 직함이 정확히 7번 나오는 것을 국립중앙박물관 도서실에서 찾게 된다.

“하와이에서는 국민회가 발행하는 ‘국민보’와 동지회가 발행하는 ‘태평양주보’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그때는 동포사회에도 상당히 색깔논쟁이 치열할 때였지만… 어쨌든 당시 동포사회의 주요 이슈들이 담긴 기록이 고스란히 남겨있었던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비록 짧은 제목과 1~2줄 내용(윤범수 서기관 미군에게 기념품 증정)들이었지만, 이는 그의 아버지의 존재를 확실히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족보에 아버지의 기록을 수정토록 요청할 수 있었다.

또한 외교부에도 서한을 보내 하와이 기록을 통해 아버지의 신분을 확인하고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화평윤씨 대종회는 물론이고 외교부도 이를 확인한 후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한 것은 당연했다.

“100세가 넘어 지금은 북에서 돌아가셨을 것으로 생각되는 아버지를 닮기 위해 똑같이 (상무부)공무원으로 일했지요. 다행히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을 위해 매진했다는 스스로의 긍지가 더 커질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말하는 윤정수 씨는 해외 기록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6.25납부자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국회에 상정됐습니다. 해외에 남겨진 신문, 잡지, 기록문학 등은 가족들의 신분을 확인해 주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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