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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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희망을 보았다”
  • 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1.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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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제6회 재외동포NGO대회


가랑비는 경춘 고속도로를 접어들 때쯤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올겨울 첫눈이다. NGO 대회가 열리는 연수원 ‘꿈이 있는 마을’은 황토와 통나무를 이용해 지은 전통한옥으로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어느새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꿈꾸는 마을’은 ‘미래사회와 종교성연구원’이란 조직이 운영하는 명상연수원이다. 첫 프로그램인 명상시간에는 두 사람씩 짝을 맞춰 상대방의 손을 잡은채 명상을 했다. 특별한 방식의 포옹을 함으로써 타인을 통해 자신을 느끼는 명상이었다. 연수원의 명상강사는 초기불교의 수행방식인 위빠싸나 명상이라 했다.

이어 ‘재외동포 NGO대회 지난 5년의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로 첫 번째 세션이 진행됐다.  대회를 주최한 배덕호 지구촌동포연대(KIN) 공동대표가 기조발제를 했다.

배 대표는 “지난 다섯 차례의 대회를 통해 재외동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를 다 드러내고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어 지난 5년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희망’을 이룬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가 아니라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희망이라는 것이었다. 배 대표의 말 속에는 아직 이루지 못한 절반을 앞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지구촌동포연대 배덕호 공동대표(사진 위)가 다섯차례 열렸던 재외동포NGO대회를 평가하는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아래는 가수 이지상씨.
배 대표는 “앞으로 동포정책이 통일지향적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국내의 재외동포 시민단체들간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배 대표가 특별히 통일지향적인 재외동포정책을 말한 데는 대회와도 연관이 있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려고 했던 조선적 재일동포 여러 명이 한국정부에서 여행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서 참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는 조선적 동포 1만명이 한국방문비자 발급을 요청해서 단 4명만 거부됐어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노골적으로 ‘한국 국적 없으면 못들어온다’고 하고 있어요.”

배 대표의 발언의 톤이 높아졌다.

“다섯 차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회 경비의 일부를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지원 받았어요. 그러나 올해는 전혀 지원이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배 대표는 두가지 해법을 내놓았다. 하나는 재외동포 NGO 대회 같은 국제대회를 지원할 수 있는 독립적 민간재단을 설립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여러 재외동포 관련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해 오던 국제 대회를 통합해서 하는 것이다.

“NGO 대표들에게 경영마인드, 홍보마인드가 필요하다.”(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전략적이고 세련되자.”(나형욱 사단법인 한민족 아리랑 소장)
“새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자.”(이수진 사할린이산가족협회 회장)

저마다 돌아가면서 평가 겸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오후에는 참가단체 활동소개 시간이 이어졌다.

사할린이산가족협회 이수진 회장, 조선족연합회 유봉순회장, 재일코리안연합 강이행 대표, 사할린까레이스키클럽 이용길 회장, 부산해외동포민족문화네트워크 정승천 대표, KIN을 대표해 송재근 운영위원이 순서대로 자기가 속해 있는 조직에 대해 활동내용을 구두로 또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개했다.

저녁에는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공연이 진행됐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 있는 곳에 늘 함께 하는 가수 이지상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무지개’, 특별히 재외동포들의 역사를 노래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 30여분 기타를 치면서 때로는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를 불러 청중을 사로잡았다.

공연 마지막에는 일본의 민족학교인 조선학교를 노래한 ‘우리학교’를 앙콜곡으로 다같이 불렀다.

큼지막한 미끄럼타기, 작은 그네 하나 없어/ 너희들 놀 곳도 없는 학교지만/ 조국을 떠나 수만리 이역에서 나고 자란/ 너희들에게 조국을 배우게 하는…/ 서투른 조선말로 웃으며 희망을 품는/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의 학교란다/ …(우리학교 2절)

제6회 재외동포NGO대회는 사할린에서 온 고려인 동포에게서, 재일동포에게서, 조선족동포에게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활동가에게서 700만 재외동포들의 미래의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