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돕기 대책본부’ 설치해 해림시 사건 해결 ‘깃발’ 들어
상태바
‘피해자 돕기 대책본부’ 설치해 해림시 사건 해결 ‘깃발’ 들어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6.22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경 현지취재 / 재중국한국인회

▲ 해림시 취업사기 사건은 원만한 해결을 통해 한중간의 우호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 사진은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
“한인회만 혼자 나서기는 부담스럽지 않은가.”

“그렇다고 한인회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선단 말인가.”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 조양구에 있는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 회의실에서는 격론이 벌여졌다. 재중국한국인회가 해림시 취업사기 사건이 해결되도록 ‘깃발’을 드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었던 것.

해림시 사건은 여모씨라는 한국인이 흑룡강성 해림시 일대의 현지인 790명으로부터 한국으로 취업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우리돈 21억원 가량을 사취한 사건이다.

여기에는 당시 인근지역 한국인회 회장도 관련돼 있었는데, 이 때문에 새로 선출된 이 지역 한인회장이 애꿎게 ‘보복성’ 구타를 당하는 등 현지 한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중국한국인회가 나서야 한다는 게 이날 회의에서 격론을 이끌어낸 부분이다. 이날 회의는 재중국한국인회 부회장들이 모이는 분과위원회의. 정효권 회장도 이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청도에서 북경으로 올라왔다.

정 회장은 가정용 의료기로 중국시장을 석권한 중국진출 기업인. 중국 전역에 1300여개의 대리점과 연매출 1000억원을 웃도는 그의 회사는 청도에 생산기지와 판매본부를 두고 있다.

이날 회의는 그가 지난해말 중국 전역의 53개 한인회를 대표하는 재중국한인회장에 취임한 이래 가장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해림시 피해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생각했으나, 쉽지 않아요. 체면을 중시하고 ‘불우이웃’으로 비치기 싫어하는 중국인들의 정서를 생각할 때, 재중국한국인회가 전국 규모의 공개적인 모금운동을 펼치기가 부담스럽지요.”

이 회의에 참석한 한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한인회장이 사건에 관련돼 있었고, 현 목단강한인회장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구하고 있어서 재중국한인회가 반드시 나설 수밖에 없어요. 단 방법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거지요.”

이날 격론끝에 회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면서 마무리됐다. 우선 ‘해림시 피해자 돕기’ 운동을 한인회가 주도하되, 재중한국상회와 재중투자기업협의회 등 다양한 한인단체들의 도움을 이끌어낸다.

둘째, 이를 위해 가칭 ‘해림시 피해자 돕기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장흥석 국제교류담당 부회장이 이를 이끈다.

셋째, 대책본부는 6개월의 한시 기구로 하되, 올 연말안에 해림시 피해자 돕기 운동을 완결짓는다. 이날 회의를 마친 후 만난 정회장은 “한인회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인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해달라”고 얘기했다.

“걱정이 되는 게 많아요. 일을 하면서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피해액이 21억원에 이르는데, 한인회 모금운동으로 얼마를 모을 수 있을지 염려되지요. 혹 큰 도움이 안되면 괜히 벌집을 쑤시는 결과가 될 수도 있잖아요.”

회의에 참석한 한 부회장의 얘기다. 하지만 이런 불안함을 무릅쓰고 일을 시작키로 했다는 게 정회장의 얘기다.

“하지만 현지 한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현지 한국인회장도 해결을 호소하고 있어서 재중국한국인회가 나서야 합니다. 가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나서면서 각계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해림시 사건이 과연 해결의 가닥을 잡을 것인가? 재중국한국인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