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림시 취업사기 ‘피해자 돕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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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림시 취업사기 ‘피해자 돕기’에 나서야 할 때다
  • 이갑산
  • 승인 2009.05.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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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갑산(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중국 흑룡강성 해림시에서 일어난 대규모 취업사기사건이 한중 양국의 두통꺼리가 되고 있다.

사건의 시말은 이렇다. 여모(48세)씨라는 한국인이 ‘청와대 직속 국가전략연구소장’과 ‘신문사 편집국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흑룡강성 해림시에서 조선족과 한족 등 현지인 790명에게 ‘한국 조선소에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1천42만위안(한화 21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여씨는 지난해 4월 한국으로 달아나 잠적해 있다가 올해 2월 대구에서 검거됐으며, 그때 함께 갖고 있던 4억5천만원의 돈도 압수됐다.

문제는 여씨의 사기행각에 휘말린 피해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빚 재촉에 집을 팔고 떠돌이 신세가 되든지, 가정파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까지 나와 중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다든지 한국 영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도 해서 두나라 정부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사기사건이 처음 외부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피해자들의 비참한 상황을 중국 언론들이 대서 특필하면서 중국에서 한국인의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다. 반한감정도 확산됐다.

이 사기사건에는 같은 지역에서 한인회장을 지낸 한국인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지의 한국인들까지 보복의 위협을 느끼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목단강한인회는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한인회 전체모임에서 현지의 한국인들이 신변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대책을 세울 것을 호소하는 인쇄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790명이나 되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어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인민’대중의 시위를 가장 우려한다. 이같은 소요사태에 전통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이 중국 정부다. 따라서 이 사태를 장기적으로 방치할 경우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중국내 반한감정이 악화되고 있으나 민간인 사기사건을 정부가 나서서 보상해주기 어렵다는 이유다.

중국의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이 없다면 한국으로 취업을 시켜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도 쉽지 않아 사태는 수습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가 이 문제 해결에 한국의 시민운동단체의 동참을 타진해왔다.
중국 전역 54개 한인회의 총본부인 재중국한국인회는 중국내 반한감정 확산을 막고 한중 우호를 증진한다는 취지에서 ‘해림시 취업사기 피해자 돕기 모금운동’을 중국 전역에서 실시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국내 시민운동단체가 동참할 수 있는지 물어온 것이다.

재중국한국인회는 이미 ‘동전과 희망’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한국식당 등 회원사에 동전을 모으는 저금통을 두고, 모인 돈을 중국의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하는 운동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이 캠페인의 하나로 해림시 피해자 돕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내 시민운동단체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재중국한국인회의 노력을 격려하면서 모금운동에 동참하고, 나아가 국내에서 이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재중국한국인회의 피해자 돕기활동에 우리 정부나 민간이 적극 협력하도록 편지를 보내거나 탄원서를 올릴 수도 있고, 국내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이처럼 해림시 피해자 돕기에 나설 경우 중국 언론들도 우리의 활동을 보도할 것이 틀림없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나아가 중국내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개선하는 ‘두마리 새’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을 벌이기로 마음먹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해림시 사건에 재중국한국인회가 나서기로 한 것에 우선 격려의 큰 박수를 보낸다.

해림시 취업사기 사건은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했지만, 이를 잘 풀어내면서 오히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감정적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 시민운동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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