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다리·대구에 서구가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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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리·대구에 서구가 반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4.1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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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와 대대적으로 브랜드 마케팅하는 남경물산

본지·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유망 중소기업, 동포 네트워크로 키우자”   ⑤

본지와 한국무역협회는 공동으로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동포기업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번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소비자에게 검증받은 제품을 생산하지만, 아직까지 현지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제품을 소개하면서 동포기업을 연결해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편집자주>

▲ 남경물산은 코다리·대구 건조기술로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해외판매를 위해 상호도 ‘남경 글로벌넷’으로 바꿀 계획이다.

우리의 발효음식이 세계시장을 넘본다. 김치나 된장 얘기가 아니다. 개업식이나 제사상에 오르던 ‘코다리’가 주인공이다.

코다리는 4~5마리 명태의 ‘코’를 엮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생선. 황태·북어·생태에 대적하지 못하는 ‘불쌍한’ 먹거리이지만 코다리는 조림으로 찜으로 다양하게 먹는다. 어쩌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찾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황태보다 코다리가 더 인기라고 한다. 발효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해외에서 큰 ‘매력 포인트’라는 것이다.

남경물산(남경글로벌넷)은 지난 3월 세계 50여개국 900여개 업체가 참가한 보스턴(수산)박람회에서 코다리를 들고나가 대박을 터뜨렸다. 김창수 대표와 단출한 파견단 3인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계약고였다. 미국·캐나다 수출상에서 3년간 받은 오퍼(buying offer)가 1억달러를 넘었다.

현지 바이어들은 최초로 박람회에 뛰어든 한국 상품을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한국은 코다리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북미·유럽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이 있고, 중국에 비해 싼 물류비용도 좋다. 국내 천일염도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코다리와 함께 유럽에서 잘 먹히는 대구를 원하는 규격대로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코를 엮어 파는 것을 횡으로 종으로 원하는 방식대로 잘라 상품화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HACCP나 ISO 유럽인증을 미리 따둔 것도 신뢰를 높였다.

연 50억원 매출규모를 갖고 있는 회사로서는 당장 올해까지 약속한 2천만 달러어치 물건을 조달하는 게 걱정일 정도.

서울 외발산동 수협건물에 위치한 남경물산. 코다리와 대구 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이곳을 9일 찾았다. 30여평 남짓 되는 곳에서 직원들이 보스턴 수산 박람회에서 받은 주문서를 보여줬다.

“코다리, 대구 건조요리가 서양인들 식탁에 많이 오르는 것을 모르셨죠”라고 김 대표는 물었다. 사실 유럽에서 반쯤 말린 명태(pollack)와 대구(codfish)가 호텔식당에 오른 것은 유례가 깊다. 이탈리아에서 ‘바칼라’라고 불리는 대구 요리가 대표적이다. 우리보다 짜게 소금을 쳐서 말린 것을 이틀쯤 물에 불린 후 올리브유에 구워 먹는다.

주로 호텔·고급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이다. 한철밖에 안 잡히는 대구·명태를 1년 내내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말리는 것이다. 반건조 식품은 그들에게 1년 내내 쫄깃한 영양 덩어리가 된다.

아프리카에서도 반건조 생선에 대한 인기가 높다. 아프리카에서는 말린 명태꾸러미와 노예를 맞바꿨다는 얘기도 있다.

명태는 우리 음식이다. 명태·생태·북어·황태·노가리·짝태 부르는 방법도 다양하고, 창란젓·명란전·아가미젓으로도 쓰여 버릴 게 없다. ‘명태’라는 노래도 애창된다.

그러나 동해안의 명태는 씨가 말랐다. 대부분 알라스카,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 명태는 우리가 원산지라고 말하기는 힘들 게 됐다.

하지만 선조들이 물려준 말리고 발효시키는 기술은 달러를 불러들이고 있다. 남경물산은 대량 수주를 맞추기 위해 한·러진흥공단 수산대표를 합류시켜 러시아 수산협회와 MOU를 맺을 채비를 했고, 최고의 쿼터를 갖고 있는 알래스카 ‘ADAK’와 계약을 맞췄다.

또한 속초시와 손을 잡고 지역 브랜드화 사업으로 만들기로 했다. 포항시에 과메기가 있다면, 속초는 코다리를 세계적 브랜로 키울 생각이다.

직원들도 속초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컸던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어 돈 버는 것 이상으로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특히 유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나라마다 요리법도 2천 가지가 넘고, 소금을 절이는 양도 각각 다르다. 판매처도 알기 힘들다.

이번 보스턴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미국 현지 사정에 밝은 카이스트 졸업생이 합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미국 호텔 등에서 반건조 생선들이 잘 팔린다. 보스턴 박람회에 도전하자”고 조언했던 것이다.

판매 전망은 밝은 편이다. 유럽에 판매망을 확대하기에 우선 지리적 조건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좋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알래스카의 명태를 건조시켜 유럽으로 또는 아프리카로 보내는 첫 관문이다. 또한 동해의 자연조건은 인공으로 만들 수 없는 천혜의 조건이다.

“파는 게 문제일 뿐”이라는 김 대표는 “함께 도전할 한인무역상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 남경물산은? ------------------------------------------------

1993년 설립된 남경물산은 명태와 관련한 상품은 모두 다 취급하고 있다. 건조 제품인 황태·북어채, 반건조 제품인 코다리, 냉동 제품인 필렛(생선의 뼈 없는 조각) 그리고 부산물인 명란까지. 명태 외에도 대구, 오징어, 조기까지 사업을 확장시켰다. 국내에서는 동원산업, 풀무원, 사조산업 등이 주 협력 업체. 약 60%를 국내에 납품하고, 냉동명태는 중국 등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해외시장에는 (주)삼진글로벌넷, 농심계열사인 (주)태경농산 등 협력업체가 돕고 있다. 남경물산은 최근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농공단지에서 해외수출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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