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관원의 고충
상태바
해외공관원의 고충
  • 한상대
  • 승인 2008.12.04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외교관은 여러 나라로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대개는 고급차를 몰고 다닌다. 그들은 영어나 현지어를 하고 파티에 자주 나가는 화려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들만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기업체 지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우선 자녀교육을 들어 보자. 그들은 자녀에게 일관성 있는 교육을 못 시키고 몇 년에 한번씩 나라를 바꿔야 한다. 자녀가 친구를 사귀고 그 곳에 취미가 붙을 만하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본국에 돌아오는 경우 아무리 입학 특혜를 받더라도 불리한 조건에서 공부하게 된다. 주위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자란 아이들 보다 얼떠서 친구들에게 여러모로 당하기 일쑤다. 수업도 영어 빼 놓고는 다른 과목은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교관 자녀들은 해외교육을 통해 이중언어 간혹 3중언어자까지 되기도 한다. 그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이중문화 체득자가 돼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적합한 인물이 된다. 반면 실패하면 어디에도 적응 못 하는 주변인간(Marginal being / lost culture)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려서 다문화를 경험하면, 리스만(D. Riesman) 교수 말대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Conformity to a novel situation)’이 생긴다. 사고의 영역도 단일 문화사회에서 성장한 인간 보다 더 넓은 게 상례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삼을수는 있다.

현지에 자녀를 놓고 오는 경우 어머니가 그 곳에 같이 많이 남는다. 부인과 가정이 없는 기러기 아빠는 국제이산가족 가장으로 한국 사회생활의 제약을 받는다.

다음은 떠돌이 생활의 특성인 불안정성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경민족이라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대를 물리면서 고향을 지켜왔다. 항상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외교관들은 변변한 가구도 마련 못하고 사는 현대판 국제 집시들이다.

귀국할 때는 외교관에게도 세금을 물리게 돼 자동차, 피아노, 값진 외제 가구를 들여 와서 이득을 챙기는 건 옛날 얘기다.

근무지 운도 중요하다. 1급지로 불리는 선진국은 숫자가 한정돼 있어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후진국에 발령 받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그 나라로부터 대우를 잘 받고 일하는 사람을 여럿 두고 살아도 사회가 불안하고 불편한 점은 어쩔 수 없다.

우선 수준급의 문화생활이 불가능하고 아이들이 밖에 나가면 안전할까 혹시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걱정하고 산다면 고급 귀양살이나 다름 없다.

이외에도 적은 숫자의 공관원끼리 경쟁하며 공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들은 공관이라는 아주 작은 틀 안에서 살아야 한다. 현지에 위치한 작은 한국인 셈이다.

제2의 선택이 없이 마음 안 맞는 동료를 만나도 몇 년은 참아야 한다. 기관장 눈치를 특히 잘 살펴야 한다. 현지 동포와의 인간관계도 제약이 따르고 그나마 정들자 떠나는 예가 많다.

가끔 공관원이 자기를 무시했다고 흥분하는 동포를 본다. 공관원 측의 잘못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관존민비의 강박관념이나 선입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일 때를 종종 본다. 해외 공관원은 특권층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동포라고 생각하면 그들에 대한 거리감은 줄어들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