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냐시오 라모네 저, 최연구 역 "21세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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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냐시오 라모네 저, 최연구 역 "21세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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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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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쟁
                      이냐시오 라모네 지음 / 최연구 옮김
                             208쪽 / 값 10,000원
                            발행일 2003년 10월 15일
                           ISBN 89-89524-31-8  03340
#그림3
  당대 프랑스의 최고 논객이 펼치는 21세기 인류의 과제와 도전
오늘날 지구촌은 겉보기에는 민주 정치와 자유가 승리하고 세계가 최악의 권위적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검열과 조작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소외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 '글로벌 문화'와 전지구적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에 정보기술은 인간의 사고를 속박하는 데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데올로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냉전이 종식된 1989년부터 군사 분쟁 지역은 60여 곳을 넘었고,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며 1천7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세계는 전반적인 혼돈에 싸여 있으며 세계 도처에서 일상생활은 지옥 같은 것이 되고 말았다.
저자 이냐시오 라모네는 프랑스의 국제문제 전문 월간신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사장 겸 주간이며 파리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당대 프랑스 최고의 논객으로 손꼽힌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몽드』의 자매지로 프랑스 진보진영과 유럽 좌파들의 논쟁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라모네는『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1면 상단에 자신의 고정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세계적 쿠데타
세계화는 말하자면 제2의 자본주의 혁명이다. 경제의 세계화는 정치체제의 다양성뿐 아니라 국가의 자주성을 무시하며 지구촌 구석구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하여 세계는 식민주의 시대와 같은 새로운 정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식민주의 시대 정복에 의한 팽창의 주체는 국가였지만, 이번에는 주체가 세계를 지배하려 드는 기업, 복합기업, 사유화된 산업 및 금융 그룹들이다. 이렇게 적은 수의 세계 지배자들이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가진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그들은 주로 미국-유럽연합-일본이 이루는 3인조 패거리에 속한다. 그 중 반수는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의 총매출액은 덴마크의 국내총생산보다 많다. 엑슨 모빌의 총매출액은 오스트리아의 국내총생산보다 많다. 1백 개의 주요 글로벌 기업 하나 하나의 매출액은 1백20여 개 최빈국 중 어떤 나라가 수출하는 액수보다 더 많다. 거대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무역의 70퍼센트를 컨트롤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 기업들의 힘의 팽창 앞에서 전통적인 대항 권력(국가, 정당, 노조)이 무력화되고 있는 기이한 스펙터클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 시대의 주요 현상인 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가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지 않다. 거대 기업들 앞에서 국가들은 점차 특권을 잃어가고 있다. 일반인들은 무기력하게 새로운 유형의 세계적 쿠데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깊어지는 불평등의 골, 세계는 분별력을 잃고 말았다
인류는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지난 20년간의 신자유주의 시대(1979∼2001년) 동안 불평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의 갑부가 세계 국가의 4분의 1에 달하는 48개 최빈국들의 GDP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백25명이 1조 유로가 넘는 돈을 갖고 있는데, 이는 세계 인구 중 극빈층 47퍼센트(25억 명!)의 연간 소득과 맞먹는 액수이다. 70개국 이상의 국가들에서 국민소득이 20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인류의 절반인 30억 가량이 하루에 2유로(약 2천7백원)도 안 되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 인류 전체가 건강을 유지하고 제때에 식사를 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백30억 유로만 있으면 되는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국민이 해마다 향수 소비에 쓰는 비용과 대략 맞먹는다. 세계의 기초 식료품 생산량은 전 세계 필요량의 1백10퍼센트를 넘지만, 3천만 명의 사람들이 해마다 기아로 죽어가고 있으며 8억 명 이상은 영양실조 상태이다. 1960년에는 부유층 20퍼센트의 소득이 극빈층 20퍼센트의 소득보다 30배나 많았다. 이미 그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현재 극빈층 소득 대비 최고 부유층의 소득은 30배가 아니라 82배로 뛰어올랐다.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 5억 명 가량은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55억 명은 비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분별력을 잃고 말았다.
이제 시장은 모든 인간 활동을 제어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띤다. 예전에 일정한 분야(문화, 스포츠, 종교)는 시장의 범위 밖에 있었으나 이제는 시장의 영역에 흡수되었다. 정부들은 점차 더욱 시장에 굴복해 끌려가고 있다.(국영 분야 포기, 민영화)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사회적 연대의(그리고 세계적 연대의) 주된 적이다. 왜냐하면 시장논리는 사회가 구매력이 있는 자와 구매력이 없는 자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시장은 구매력이 없는 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 말하자면 그들은 게임 참가자가 아닌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내재적인 불평등의 양산자이지만 아연실색할 정도로 거만한 자세를 견지한다.

  세계를 바꾸기 위해
세계화라는 현상과 정치 지도자들의 지나친 관용주의는 지난 10년 동안 근본적인 권력 변동을 용이하게 했다. 오늘날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정치 권력의 외양을 장악한 자들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 지구적인 미디어 그룹, 커뮤니케이션 고속도로, 정보산업, 그리고 유전자 기술 등을 제어하는 자들이다. 지구 전체를 감시하는 이러한 기구의 감독 아래 일종의 '세계통치회의', 사실상의 '지구 정부'가 수립되어 있는데 거기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다섯 개의 기구가 주역을 맡고 있다.
민주적인 토론에 무관심하고 보통선거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러한 비공식적 권력들은 사실상 지구를 조종하고 있고, 지구 주민들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어떠한 반(反)권력도 그들의 결정을 시정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의회, 정당, 미디어 같은 전통적인 반권력은 이들에 비해 너무나 지역적이거나 아니면 그 비공식적 권력들과 지나치게 공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계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개인들은 세계 시민 반권력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화에 반대하는 수많은 저항세력들이 국제적인 연대 아래 시애틀, 포르투 알레그레, 브뤼셀 등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들 저항세력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표라는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이며, 그 속에서 국제 시민사회는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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