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동포들에게 아직 먼~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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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동포들에게 아직 먼~한국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10.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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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동포연합총회 ‘제2차 한국 바로 알리기 세미나’

▲ 지난 4일 귀한동포연합총회는 서울 여성자원금고에서 ‘제2차 한국 바로 알리기 세미나’를 열고 중국 동포들에게 한국 문화와 역사를 말했다.

귀화시험 면접관이 물었다. “귀화 후 한국에서 생계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합니까?” 수험생은 잠시 고민하다가 “몰라요”라고 단순히 대답했지만, 그만 시험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생계 대책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생계’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답했을 뿐이지만, 국내 귀화를 심사하는 면접관은 중국동포 수험생이 귀화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오해했던 사례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화는 국내에 귀화하고자 하는 중국동포들에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도읍지, 시조, 대첩, 전성기, 문화재, 상징, 신토불이, 영부인, 대통령관저 등의 단어들은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중국동포들에게도 매우 낯설게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박정숙 귀한동포연합총회 귀화교육팀 교사는 지난 4일 서울 여성자원금고 경제교육센터에서 열린 ‘제2차 한국 바로 알리기 세미나’에서 이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들을 소개하고, 귀화시험을 준비하는 중국동포들의 고충을 전해 줬다.

박 교사는 “상당수 중국동포들이 무궁화를 무긍화로, 청와대를 청화대로, 태극기를 태국기로 적는 등 쓰기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 많은 외래어 도입과 새로운 단어들의 출연으로 의미를 숙지하는 데 상당히 고생하는 동포들이 적지 않으며, 특히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한자단어들로 혼란을 겪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활어’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물고기를 파는 가게로 알고 들어가서 당황하거나, 또 곰탕 메뉴를 보고 곰고기 식당인 줄 아는 등의 웃지 못할 사례들이 많다고.

그는 이어 “한국의 역사, 정치, 지리, 경제, 생활풍속 등을 포함, 귀화시험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초등학교 4~6학년이지만 한글을 읽지 못하는 동포에게 있어선 난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심지어 시험을 3회로 제한하는 제도로 3차례 불합격 통보를 받고 실망한 나머지 이후 아예 국적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면서 “귀화시험을 준비하는 동포들을 위한 한국어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것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역사에 대한 인식이 빈약하기 때문이다”면서 “하루빨리 동포들의 수준에 맞는 한국역사 책이 만들어져 귀화교육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는 반면 중국동포 청중들을 향해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한국을 배우려는 자세가 돼야 하고, 또 빨리 배워 원주민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식기반이 다르고, 생활기반이 전무한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려면 그들보다 백배 뛰고 더 열심히 배워야 할 것이다”면서 “귀화를 하고자 하는 동포들은 한국의 법률상식, 보건복지정책 등 의식주는 물론 우리의 뿌리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개최한 김천 귀한동포연합총회 회장 역시 이날 “현재 40여만 중국동포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고, 방문취업제도 시행 이후 더 많은 동포들이 자유롭게 고국을 방문하고 있는 등 귀화하는 동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동포에게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어느 때보다 강조될 때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월부터 ‘한국 바로 알리기’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김호일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은 ‘중국동포들이 알아야 할 한국사’를, 이광진 귀한동포연합총회 연구원은 ‘한국역사 바로 알기 자료개발’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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