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박사학위 취득자 2/3 "한국 돌아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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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박사학위 취득자 2/3 "한국 돌아가지 않겠다"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8.04.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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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자율성 보장되지 않는 풍토" 원인으로 꼽아

재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급 인력 3명 중 2명은 학위 취득 후에도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두뇌유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고급인력의 두뇌유출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낳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태와 원인을 짚어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수영 박사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과학기술 분야 해외박사의 진로와 고급인적자원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 이상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재단에서 수행하는 2005년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 자료를 이용해 그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을 분석한 결과 1천530명으로 지난 3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중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사람은 449명(29.3%)에 불과했다.

반면‘미국에 남겠다’는 사람은 998명, ‘제3국으로 이주하겠다’는 응답자는 52명으로 탈한국행 선택 비율이 68.6%에 달했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1996년 박사학위 취득 한국인 중 미국 체류 계획을 밝힌 사람이 50.2%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73.9%가 미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보여 고급두뇌 유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또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에서 활동 중인 ‘재외한국인기술협회’ 회원 29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전화와 이메일 설문조사를 통해 귀국의사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장기체류하겠다’는 사람이 156명(52.8%)으로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적당한 직장이 나타나면 귀국하겠다’ ‘계약 종료 후 귀국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38.6%와 6.2%에 그쳤다.

두뇌 유출 이유로는 기술인들은 ‘한국 내 전문성·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풍토’를 가장 많이 지목했고, 이어 일자리 부족과 자녀교육 환경, 주거 환경을 꼽았다. 이 박사는 “외국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지는 국내 고급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연구기관·대학의 풍토를 바꿔 외국의 우수 한국인 인재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이 올해 초 조사한 각국의 두뇌 유출입 자료에 따르면, 2000년을 기준으로 두뇌 순유입 비율은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아일랜드(-4.0%)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이에 따라 한국 내 경제에 필요한 인재 확보를 위해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한 전략적인 유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OECD국가의 순 두뇌유입 비율은 10년 전인 1990년(1.0%)에 비해 1.6%로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순 두뇌유입 비율은 자국에 거주하는 외국 태생 고학력 인구(고졸 이상ㆍ25세 이상)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 태생의 고학력 인구를 뺀 수치를 자국 내 노동가능인구로 나눈 것.

순두뇌 유입 비율은 호주와 캐나다가 각각 11.4%, 10.7%로 가장 높은 그룹에 속했다. 반면 한국은 1.4%를 기록, 10년 전인 1990년(1.3%)에 비해 오히려 더 나빠졌다. 최하위인 아일랜드가 10년 전 1990년(-5.9%)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4.0%)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2006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창구(37) 씨는 “유학파들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할지라도 언어문제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고 실토한 뒤 “한국에 비해 연구 환경 등이 좋기는 하지만 종신교수가 되기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종종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미국에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럿거스대학에서 범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승묵(39) 씨도 “모교인 동국대에서 조교수 신규임용 제의가 들어왔지만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저울질하고 있다”며 “주변을 살펴보더라도 한국에 돌아갈 것이냐, 미국에 남을 것이냐는 급여나 연구 여건, 종신교수가 되기까지 이공계보다 치열한 경쟁, 가정적인 요소, 2세들의 교육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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