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자녀 한국어 교육, 동기 부여 점점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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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자녀 한국어 교육, 동기 부여 점점 어려워"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12.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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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제4차 KOREAN 교육연구 국제학술회의' 개최

재외동포 자녀들에 대한 한글교육의 실태를 살펴보는 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화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원과 Korean 교육 연구 국제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학술회의에는 최근 불고 있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듯 수십 명의 참석자들이 장시간의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며 열띤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에는 현지에서 동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해 해당부처 전문가들과 대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부‘지역별 동포(한국인)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안’의 발표를 위해 초청된 김영수 연변대학교 교수, 강은국 복단대학교(상해) 교수, 남윤진 동경외국어대학교 교수, 황인수 필리핀 한글학교교장연합회장, 백창훈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원원장 등은 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동포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의 사례를 소개했지만, 여전히 현지 특성에 맞는 전문교사와 교재의 부족, 정책의 정립 및 집행부서의 다원화 등을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문제로 시급한 정비가 요구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정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

더불어 동포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각 지역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털어 놓는 문제점이었다.

한 발제자는 “일반적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평일에는 국제학교나 현지 정규학교에 보내고, 주말에 한글학교에 가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저학년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배우겠다는 열의도 높아서 출석률이 매우 높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이탈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게 되는데, 피곤해하고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보낼 수는 없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중 국어를 습득해야 하는 현지 청소년들의 고충을 지적한 것.

이런 상황에서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부모 세대의 어려움도 드러났다.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라는 객석의 질문에 한 발제자는 “네가 한민족이니 한국어를 배워야하지 않겠는가”라는 다소 군색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준비한 이화여대 박창원 교수는 2005년 조사된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소개하며 “당시 아이들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와 ‘일 또는 사업과 관련해서 필요하기 때문에’등의 항목을 기재한 비율이 56%를 넘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실용적인 동기 부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에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을 소개하며,“한국어를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끈 백창훈 인도네시아 한국어교육원 원장은 “최근 인도네시아는 농부들이 일 년 농사를 쉬면서까지 한국어 능력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소개하며 “이렇게 한국어 열풍이 불자, 현지 한국어 학원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어 교육을 민족에 기댄 동포 교육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한글’ 자체의 상품화를 통한 국제적 언어 교육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실제로 나와 인도네시아 인인 부인 사이에 태어난 우리 아이는 아직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데, 그 아이에게 동포에 맞춘 한국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되물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시각 변화가 필요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해외 한국어교사에 관심이 많아 학술회의에 참석했다는 대학생 이영민 씨는 “지역 별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 이채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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