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들 추석 맞아 성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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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노인들 추석 맞아 성묘 다녀와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10.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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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가족이나 친지가 묻힌 공원묘지를 찾는 한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25일 한인 노인 120여명은 중앙장의사와 뉴욕한인봉사센터, 유니월드, 하은희낙원잔치집, 후러싱화원의 도움을 받아 롱아일랜드 무궁화 동산과 파인론 묘지, 세인트 찰스 묘지에 성묘를 다녀왔다.

대형버스 2대에 분승한 이들 중에는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을 훔치는 부녀도 눈에 띄었다. 묘지에 도착한 이들은 헌화한 뒤 묵도나 절을 올림으로써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이라는 홍모(87ㆍ여)씨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아들의 부축을 받아 남편의 묘소를 찾았는데, “57년을 해로하다 지난 96년에 돌아가신 남편은 아주 성실하고 가정적이었다”고 회고하며 그리움의 눈물반,수줍움의 웃음반의 표정을 지었다.

큰아버지 성묘룰 왔다는 한 성묘객은 “사촌들은 모두 괌에 살고 있어 조카인 내가 매년 이렇게 성묘를 오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4년 전 아내를 여의었다는 차모씨(85ㆍ남)는 오랫동안 묘비를 쓰다듬으며 깊은 상념에 잠겨 주위를 숙연케 했다.

성묘 행사를 주최한 중앙장의사 하봉호 대표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죽음은 삶의 통과의례인 만큼 주어진 오늘을 겸허하게 사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매년 성묘객이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는 차편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돌아오는 길에 안내를 맡은 김홍근 무궁화상조회장은 한 할머니의 예를 들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수년간 성묘를 다녔는데 미국은 묘비가 한국과 달리 묘비를 머리맡에 두는지도 모른 채 발밑의 묘비를 향해 성묘를 하는 바람에 결국 남의 묘비에 성묘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혹시 여러분 중에는 오늘 남의 묘지에 성묘를 한 사람이 없느냐”고 묻는 바람에 모두들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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