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글학교,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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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글학교,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한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8.23 13: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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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 재외동포지도자 초청 연수 교장들
▲ 좌담회에 참석한 교장선생님들. 왼쪽부터 강호정 독일 비스바덴한글학교 교장, 김선희 캐나다 토론토한글학교 교장, 김진경 아제르바이젠 바쿠한글학교 교장, 김순애 미국 시카고통합한글학교 교장.

해외 한글학교의 대부분은 실제로 순수한 민간단체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교재개발, 교사수급 등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정부에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글학교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동포들의 2세 교육 문제와 함께 민족 정체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한국어교육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증대되면서, 민간단체 형식의 한글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감독기능이 요구되는 이때 각국의 일선학교 학교장이 함께 한글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한글학교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김순애: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실제 교육없이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사칭해, 학교 대표가 자금을 유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이러한 일들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강호정: 하지만 한국정부가 한글학교의 설립을 제한하고 기존의 한글학교를 해체하는 등 국가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글학교는 엄연한 민간단체로 그들의 자율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김진경: 강호정 교장 선생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비록 한글학교의 운영과정에서 일부 학교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정부가 설립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김순애: 일부 학교는 순수한 교육의 목적이 아닌 정치성을 띠고 운영되고 있기도 하는 게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그것을 운영한다면 동포사회의 위신에도 결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정부가 설립, 해체 등 기본적인 한글학교의 권한을 무시할 수 없지만, 감독의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김선희: 조금 다른 캐나다의 사례를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소속된 기관은 캐나다 카톨릭학교의 부속 기관으로 학교 차원에서 엄격한 자격기준으로 운영됩니다. 선생님들의 자격기준 등 기존의 학교의 틀 안에서 운영되니 커다란 논란 없이 운영됩니다. 제 생각에 캐나다와 같은 국가의 사례처럼 상위의 학교기관을 통해 기본적인 감독기능이 지켜질 수 있다고 봅니다.


- 교사 자격기준을 한국정부에 일부 위임해 학교운영의 공정성을 대외적으로 담보할 필요는 없는가.

강호정: 교사의 선발기준을 학교 자체 기준을 마련해 대부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의 운영방침이 있을텐데 정부에서 이를 정하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순애: 선생님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일부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능력이 있는 선생님인가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능력보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절차가 필요하겠습니다.

김진경: 미국과 같이 교사들의 수급이 원활한 지역에서는 교사들의 자격기준과 질에 대해 논할 수 있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아 교사수급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이문제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의 수급문제 조차 해결되지 않은 지역들이 많은 상황에서 교사 자격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는 거죠. 먼저 교사들의 수급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호정: 일본 커뮤니티 경우, 현지 일본 교사가 3년 동안 교육을 위해 일본 커뮤니티를 위해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글학교에 일부 파견근무를 돕는다면, 한국어 교사들에 대한 자격문제는 어느 정도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한글학교 운영과 관련한 현지교육에 환경을 설명해 달라.

김진경: 아제르바이젠의 경우, 교육장소 확보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0명 정도의 학생들이 집에서 배우다보니 제대로 교육받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장소 문제를 대사관을 통해 의논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교사가 아직 없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강호정: 교재에 대한 지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지 선생님들은 지금 국제교육진흥원에서 만드는 교재를 거의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의 수준과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년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교재에서 예전의 예문과 사진 등이 계속 사용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김순애: 재단 등 정부의 지원이 증가한 것이 한국의 발전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현재 한글학교 교육의 위기가 있다면 선생님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교재가 없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을 위한 가이드 교재가 없이 학생들을 위한 부교재가 개발된다면 한글학교를 찾는 학생 수는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진경: 한국교사들의 지원 문제도 지역별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러시아 등 한국 교사들의 파견이 쉽지 않은 국가가 있는 반면에 미국, 캐나다 등은 상대적으로 교사 수급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들었어요. 코이카 등에서 실시해온 교사파견에 대해 지역적으로 교사 확보가 어려운 지역부터 먼저 생각해야 됩니다

김순애: 이번 대회에서 선생님들도 이런 소외되기 쉬운 국가부터 정부의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많았습니다.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관 보다는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학교가 먼저 지원받아야 할 것입니다.

- 봉사직인 한글학교 선생님을 맡게 된 이유는.

김순애: 강호정 교장은 무용을, 나는 미술교육을 하는 등 여기에 계신 선생님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전공을 마치고 외국생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글학교 교사라는 것은 물론 돈을 받아도 일부 교통비 정도밖에 벌 수 없는 자신의 희생이 따르는 직업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외국생활에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강호정: 한글학교 선생님은 자기의 만족과 사회에 대한 인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수와 관계없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특히 한인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직업이라서 한글학교 선생님을 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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