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비용 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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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비용 지원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서나영 기자
  • 승인 2007.06.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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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는 ‘농어민 국제결혼비용 지원사업’ 중단하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주여성정책네트워크 소속 시민단체들은 지난 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제결혼 비용 지원사업, 올바른 정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지원사업이 농촌 살리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농촌총각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는 결혼중개업체의 영리 추구만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만 있고 정책은 없다?
현재 농어민 국제결혼비용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거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경남, 경북, 제주 등 3개 광역시도와 60개 기초자치단체다.

올 한해만도 28억 4천850만원의 예산이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로 책정돼 있다. 이는 이미 결혼한 여성이민자의 사회통합을 을 위한 지원 예산보다 6배나 많은 규모다. 그나마 지원금 자체가 없는 지자체도 25곳이나 돼 그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지자체의 시행지침에는 지원대상이 ‘생활수준이 안정적인 자와 신체건강한 자’로 명시돼 있지만,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남성 10명중 5명 이상이 최저빈곤층이며 실제로 정신이상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며 결혼만 시키고 보자는 지자체의 무책임하고 모순적인 정책을 비판했다.

지자체가 소위‘농촌총각의 행복한 가정’을 꾸려주기 위해 데려 온 결혼이민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본인이 농촌총각이기도 했던 김정수(충남 천안)씨는 “정부가 올바른 정책으로 국제결혼가정이 우리사회에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굳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지 않아도 국제결혼은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며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보다 이미 가정을 이룬 국제결혼가정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 누구를 위한 지원사업인가?
국제결혼을 할 경우 지자체가 농촌총각 1명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평균 500만원. 해남군은 현재 600만원씩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보조금이 지원 대상자들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중개업체에 바로 입금되고 있어 농촌총각을 위한 지원사업인지, 결혼중개업체를 위한 지원사업인지 방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염 대표는 “지자체의 ‘장가보내기’ 사업을 통해 국비지원을 받은 남성의 경우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 결혼중개업의 횡포로 오히려 남성들의 부담금이 늘어나기도 한다”면서 "지자체 지원금이 고스란히 중개업체의 이윤으로 보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업적인 중개행위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순영 해남군 의원은 “'베트남 신부가 일 잘하고, 고분고분하다고 해서 결혼했는데 일도 잘 안하고 시부모에게 대든다'는 등의 하소연을 하는 남성이 적지않다”며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중개업체가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정보 부족과 언어·문화적 이해부족 등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외국인 여성의 인권은 없다?
“베트남 여성은 남편에게 헌신적이고 모성애가 강하며, 몸매가 환상적이고, 소식하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살이 찐 여성이 거의 없다”

김종분 해남군 의원은 “상품을 고르는 광고전단지 같은 이 문구가 해남군에서 면으로 내려보낸 국제결혼 협조공문 내용이다”며 “여기에서 한국인이 될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권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댁에 3년동안 며느리를 친정에 보내지 말 것과 여권을 시댁식구들이 보관하고 가방을 주지 말라고 주의시키는 중개업체도 있다”며 여성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농촌 문제, 근본적인 대안 마련해야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남해군의 한 관계자는 “열악한 농어촌 환경이 여성들의 기피현상으로 이어져 농어촌 총각의 결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한국염 대표는 “환경이 열악해 한국여성이 기피한다고 원인을 규명했다면 결혼비용지원 예산을 농어촌 환경의 개선, 삶의 질 향상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써야 할 것”이라며 “지자체는 선심성 정책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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