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는 인간 기본권에 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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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는 인간 기본권에 관한 문제”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04.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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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집단거주촌]우토로, 무엇이 문제인가…
1941년 일본 정부에 의해 교토 군용 비행장 건설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의 집단 합숙소가 건설되면서 형성된 우토로는 1987년 닛산차체에 의해 일방 매각, 강제 퇴거 위험에 시달려 왔다.

결국 일본 대법원은 1999년 강제 퇴거를 확정해 우토로의 주민 약 200여 명은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우토로 주민회는 2004년 한국을 방문, 한국 국민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고 2005년에는 토지 매입에 필요한 4억 엔 가량의 예산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만 3년이 지나기까지 우토로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우토로를생각하는의원모임’ 공동대표 이광철(열린우리당) 의원은 말한다. “이것은 생존과 거주권에 대한 문제다.” 2005년 7월 5일 일본을 방문한 두두 디엔 유엔 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은 우토로 실태를 포함한 일본 내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의 현실을 모아 담은 보고서를 제 62차 유엔 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그는 우토로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간적 생활상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그것이 일본으로 강제 이주해 오게 된 역사적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일본 정부는 주민들과 대화를 시작하고 강제퇴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즉각 조처해야 한다”며 “재일 조선인들이 60년 이상 이 땅에 살아온 만큼 일본 정부는 그들이 우토로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종 차별 인정과 이에 대한 해결 의지 표명, 관련 법 제정, 정부 산하 인권위원회설립 등의 항목을 일본 정부가 이행하도록 권고했는데 당시 유엔 인권정책센터는 이것이 명백한 공신력을 지니는 보고서이나 강제력을 띠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민사 사건이므로 소유주와 주민이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종전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의 별다른 외교적 조처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비열한 역사, 1965 한일협정
일본 교토지법이 우토로의 강제철거를 통보한 2005년 “과거 동아시아 민중의 존엄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면서도 일본 정부는 진실한 반성과 배상을 외면하고 있고, 사할린동포 등 수백만 명의 역사적 피해자들은 오늘도 곳곳에서 고통에 절규하고 있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우토로 문제의 근원이 식민 치하의 강제 이주에 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끈질기게 그에 대한 배상과 책임을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그 근거로 작용한 것이 바로 1965년 한국과 일본이 맺은 한일협정이다. 당시 협정의 내용을 보면,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의 부분에서 일본은 3억 달러의 무상자금과 2억 달러의 장기저리 정부차관 및 3억 달러 이상의 상업차관(교환공문)을 한국 측에 공여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당시로서는 껄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자 하는 뜻이었겠으나 우토로 주민들은 ‘모든 양심적 책임과 배상 문제는 1965년에 끝났다’는 일본 정부의 몰염치한 태도에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토로는 한국 정부에게도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모호한 답변과 태도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이런 점을 들어 소극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배지원 우토로 국제대책회의 사무국장은 “양국정부가 우토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토로를 단순한 거주지로 볼 것이 아니라 발전적인 시각에서 양국의 과거를 청산하고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거주권을 확립하는 모델로 지정할 수도 있을 것인데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자발적인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형평성’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입장은 없다. 18일 청원 심사 소위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에 관해 16일 기자회견을 가진 우토로 국제 대책회의 측은 “정부가 형평성의 문제를 들어 예산 지급을 보류하려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배지원 사무국장은 “정부가 이미 역사적 책임 차원에서 해결이 된 다른 조선인 마을과 우토로를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고 성토했다. 이광철(열린우리당)의원은 “정부가 사할린 동포 및 재외동포 고려인 등 비슷한 처지의 해외동포들과의 형평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우토로 주민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재외동포들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절감하고 있다면, 오히려 우토로 문제를 기점으로 삼아 정책적 발판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해외동포 지원에 대한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사회에서 역사적 피해자로 남아 있는 다수 재외동포들의 기본권에 관해서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해당국이 외면할 때의 대응방안에 대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18일 열린 소위에서 “2007년 안에 반드시 종결지어야 할 문제인 만큼 시일이 촉박하다”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지는 가운데 외교부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상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책회의 측은 “어쨌든 대책을 세우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만큼 책임 있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음 심사 일정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뚜렷한 해결책 없이 우토로 문제는 다시 연장전에 돌입했다.

우토로 문제가 차별과 위험 속에 놓인 재외동포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을 책임질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기반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되는 무관심 속에 스러져 가는 마지막 재일 조선인 마을로 남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