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우리도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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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우리도 유권자”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6.12.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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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본부 출범식 갖고 이주여성 권익보호 후보 지지 밝혀

▲ 중국계결혼이민여성 유권자 운동본부 출범식이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서울중국인교회에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 남자들과 결혼한 중국 출신 이주여성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단체를 조직해 유권자운동에 나섰다.

중국출신결혼이주여성 150여명은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서울중국인교회에서 ‘중국계 이민여성 유권자 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내년 대통령선거 때 이주여성의 권익 보호에 유리한 후보에 대한 지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고 따를 것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 △가정 및 아이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 실천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범식에서는 서울·경기 지역 유권자 대표 20여명이 발표 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또 “내년 대선에서 자녀 교육과 일자리에 있어 이주여성의 정당한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운동을 펼치겠다”며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한 중국계 여성 10여만명과 필리핀,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까지 포함해 유권자운동을 조직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과 경기도 평택, 수원, 성남과 인천 등의 중국계 이주여성들한테서 참여 서명을 받은 뒤 각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이주여성 처우와 보호대책에 대한 정책을 질의하는 한편 후보자 공청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국내 중국어신문‘신화보’와 중국동포타운신문, 경기 안산의 필리핀 및 베트남 이주여성단체 대표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중국인교회 최황규 목사는 “한국에 이주한 중국계 여성들에게 이곳은 뼈를 묻어야 할 조국이지만 도시 빈민이 많아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일자리 창출 등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한목소리로 지지한다는 운동 목표에 당사자들이 뜨거운 호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이민 또는 결혼이주한 여성들이 유권자운동 단체 활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중국계 결혼이민여성 유권자 운동 선언문

우리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중국계 여성들입니다. 90년부터 2005년 말까지중국계 결혼여성들의 수는 약 9만 9천명에 이릅니다. 2006년까지 계산하면 10만 명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동안 한국으로 결혼해온 우리 중국계 결혼여성들은 참으로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런 시절을 보냈습니다.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지냈던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만 고통스런 시절을 보낸 것도 아닙니다. 한국남성을 속이고 위장결혼을 해 국적이 나오자마자 도망가는 부끄러운 일로 인해 한국남성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하게 한국남편과 살기 위해 온 중국여성들입니다.

이런 풍파의 과정을 거치며 어느새 10만여 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약 4만 5천여 명이 한국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역량을 알지 못했고 우리의 역량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량에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눈을 뜨니 세상이 보였고 세상이 보이니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행동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행동은 의미가 깊고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우리의 행동은 정의롭고 우리의 행동은 공평할 것입니다. 우리의 행동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됩니다. 우리만의 지나친 요구를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한국인이며 한국에 뼈를 묻어야 할 여성들입니다. 대한민국은 우리의 삶의 터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첫째 중국계 결혼이민여성들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을 존중하고 따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의 선진국가화를 위해 우리도 노력하고 동참할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나라를 이끌만한 대통령후보에게 우리의 신성한 표를 줄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둘째로 우리가 결혼한 한국남성들은 대다수가 농촌출신, 서민, 도시빈민, 재혼자 등인 것이 현실입니다. 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생활과 삶도 어렵고 우리가 일하는 직업은 힘든 일, 더러운 일,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는 사실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낳은 자녀들도 가난을 대물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결혼여성들은 경제발전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에게 우리의 표를 몰아줄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와 우리의 가정과 아이들의 미래가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로 그동안 우리는 온갖 편견과 멸시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들의 선거권을 통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우리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이민여성들과 가정 및 아이들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어 실천하고자 하는 후보에게 우리의 표를 몰아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중국계 결혼이민여성 여러분! 이제 뭉치고 단결합시다. 1년 이후에 있을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때까지 중국계결혼여성들을 전국적으로 조직합시다. 우리에게는 이제 힘이 있습니다. 다 함께 모여 힘을 합해 우리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눈을 들어 저 푸르른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봅시다. 그리고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서울중국인교회 중국계 결혼이민여성 일동
2006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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